1 00:00:21.691 --> 00:00:23.811 오빠가 알아서 하시니까요 2 00:00:24.431 --> 00:00:31.333 그래도 우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일단 너무나 반가운 두 사람이 왔으니까 환영 박수로 맞아주자 3 00:00:34.811 --> 00:00:40.171 - 우리 영식이 형님은 우리가 화면에서만 계속 쭉 보고 실제론 처음 보네요 - 맞아 4 00:00:47.051 --> 00:00:48.051 [Speaking English] 5 00:00:50.271 --> 00:00:52.771 제가 잘할게요 6 00:00:58.630 --> 00:01:00.229 실물이 훨씬 잘생기셨어요 7 00:01:00.229 --> 00:01:01.931 - 진짜? - 네, 깜짝 놀랐어요 8 00:01:01.931 --> 00:01:03.391 주변에 영식 씨 팬이 너무 많아요 9 00:01:03.391 --> 00:01:04.391 - 그렇죠? - 네 10 00:01:04.945 --> 00:01:07.191 아니, 근데 봉선생님도 인기를 느끼시지 않으셨어요? 11 00:01:07.191 --> 00:01:08.762 제가 딱 한 번 느낀 적 있어요 12 00:01:09.030 --> 00:01:14.112 웬 할머니가 이제 손녀 손을 잡고 저랑 지나치는데 제가 소리를 들었어요 13 00:01:14.290 --> 00:01:17.990 그 할머니가 '저 아저씨가 그 아저씨야'라고 하셨는데 제가 들은 건 그 정도예요 14 00:01:17.990 --> 00:01:21.520 저 분이 그 아저씨야, 그 멋있는 아저씨 15 00:01:21.520 --> 00:01:26.499 아니, 근데 지금 영선이랑은 뭐 어떻게 잘 만나고 있어요? 16 00:01:26.499 --> 00:01:31.430 저희는 이제 나이도 같고 사는 동네도 비슷해서 좋은 친구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17 00:01:31.430 --> 00:01:33.390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구나 18 00:01:33.890 --> 00:01:38.801 봉선생님이 좋은 그냥 친구로 지내기도 했다 하는 순간 몇몇 사람들 눈이 반짝반짝해지네요 19 00:01:42.390 --> 00:01:47.548 그럴 때마다 나는 우리 권오중 씨의 어떤 열정을 본받아야 되는 것 같아요 20 00:01:47.548 --> 00:01:48.091 왜 저를요? 21 00:01:48.091 --> 00:01:49.591 - 우린 이런 남자 만나야 돼요 - 왜요, 왜요? 22 00:01:49.789 --> 00:01:52.284 - 오중 씨가 의리 있고 가정적이잖아요 - 의리 있고 23 00:01:52.848 --> 00:01:57.789 - 오중 씨가 육체적, 아니 체력적으로도 월등하고요 - 육체적인 건 뭐야? 24 00:01:58.512 --> 00:02:02.175 - 제가 지금은 약간 육적으로 소강기예요 - 육체적으로? 25 00:02:03.264 --> 00:02:08.502 지금 코로나 때문에 제가 아이랑 같이 세 명이서 지내고 있습니다 26 00:02:09.017 --> 00:02:11.413 제가 그래서 머리만 기르고 있어요 27 00:02:11.789 --> 00:02:16.215 제가 야한 생각만 하다 보니까 머리가 쭉쭉 자라나요 28 00:02:16.215 --> 00:02:18.908 - 머리가 얼마나 길지 궁금하다 - 그래서 지금 소강기예요 29 00:02:29.670 --> 00:02:38.590 그런 이혼이라는 선택을 한 이후에 제가 가장의 역할을 해야 돼서 안정적인 게 필요했었어요 30 00:02:38.590 --> 00:02:44.768 그래서 선택한 게 옷으로 한 번 우리가 새로운 사업을 해보자는 거였어요 31 00:02:45.441 --> 00:02:53.590 오픈하면 어떻게든 내가 해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무조건 계약부터 했어요 32 00:02:55.511 --> 00:03:02.045 옆에 계신 분들이나 아니면 손님들도 다 그런 말씀하셨다고 그러더라고요 33 00:03:02.412 --> 00:03:08.798 '그냥 본인이 직접 하겠어? 누가 하는 거 얼굴만 비추고 잠깐 있겠지' 34 00:03:09.016 --> 00:03:14.283 그러려고 제가 가게를 무책임하게 오픈한 게 아니거든요 35 00:03:14.946 --> 00:03:18.590 그때 이제 제가 이렇게 생각했어요, '그래, 두고 봐라, 내가 여기 언제까지 있는지' 36 00:03:18.590 --> 00:03:25.323 '나 상가 없어질 때까지 있을 거야' 이러면서 하루하루 버티면서 제가 지금까지 7년을 하게 된 것 같아요 37 00:03:29.055 --> 00:03:30.115 제가 진짜 힘들더라고요 38 00:03:30.115 --> 00:03:32.085 제가 24시간 계속 일을 해야 돼요 39 00:03:32.263 --> 00:03:33.164 그렇죠 40 00:03:35.154 --> 00:03:37.333 제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41 00:03:39.253 --> 00:03:42.085 내 딸이 평소에 그런 거 안 해봤거든요 42 00:03:46.135 --> 00:03:55.828 자기 혼자 살기 전에는 남부럽지 않게 자기도 쓸만큼 쓰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았던 아이예요 43 00:03:56.412 --> 00:04:06.342 그런데 딸이 가장으로서 책임을 지게 되고부터는 바깥에서 누구 만나는 사람도 없어요 44 00:04:07.630 --> 00:04:15.085 딸이 혼자서 저렇게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하는 거 보면 제가 마음이 아프지요 45 00:04:25.164 --> 00:04:30.590 제가 딸이 불쌍해서 이 안타까움이 목까지 차오른다고요 46 00:04:40.917 --> 00:04:42.917 우리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자 47 00:04:43.333 --> 00:04:44.946 됐어, 여기서 찍지 말래 48 00:04:45.679 --> 00:04:47.996 엄마는 왜 나랑 사진 안 찍는 건데? 49 00:04:49.481 --> 00:04:50.917 엄마는 모르겠어 50 00:04:51.065 --> 00:04:58.422 나는 계속 사진을 보면서 옛날에 이랬다 저랬다를 상기시키는 게 조금 씁쓸해 51 00:05:02.897 --> 00:05:08.313 제가 가게를 하면서 온전히 열심히 살면서 재미난 집 환경을 꾸미고 싶었어요 52 00:05:10.590 --> 00:05:14.026 그런데 저한테 마음의 상처를 주시는 말들을 하고 가는 분들이 있어요 53 00:05:17.016 --> 00:05:22.838 사람들이 저한테 '주사 좀 그만 맞아라, 성형 좀 그만해라' 이런 말을 하세요 54 00:05:23.927 --> 00:05:27.491 이런 말 때문에 제가 어떠한 것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거예요 55 00:05:30.303 --> 00:05:37.838 제가 엄마의 아프고 상처됐던 추억을 조금이나마 좋은 추억으로 바꿔주고 싶어요 56 00:05:55.000 --> 00:05:56.708 오늘은 대청소의 날이야 57 00:05:56.828 --> 00:05:58.521 스프링이잖아, 스프링 58 00:06:21.857 --> 00:06:22.995 천하태평이야, 아주 59 00:06:23.665 --> 00:06:27.759 - 할머니가 엄마한테 뭐라고 좀 해 - 유혜정, 빨리 해, 빨리! 60 00:06:28.561 --> 00:06:34.467 - 제가 진짜 일만 하고 오면 집에서는 오롯이 그냥 누워있고만 싶은데 - 그러니까요, 하루 종일 일하니까 당연히 쉬고 싶지 61 00:06:34.467 --> 00:06:37.383 - 가장의 모습인데, 저게 - 그렇지, 저희 아빠들이 주로 저런 모습이죠 62 00:06:39.471 --> 00:06:44.946 야, 엄마 방에 들어가서 네 이불이나 가서 털고 와 63 00:06:45.085 --> 00:06:46.135 - 내가 이불 털라고? - 어 64 00:06:46.610 --> 00:06:51.491 그러네, 진짜 아내가 누워있는 남편한테 이불이나 좀 털라고 하는 것 같네 65 00:06:52.996 --> 00:06:55.313 - 어서 해, 혜정아 - 엄마, 빨리 이불 털자 66 00:07:03.352 --> 00:07:05.016 - 아니, 엄마, 왜 그래? - 야! 67 00:07:06.511 --> 00:07:08.016 너 뭐하는 짓이야? 68 00:07:08.600 --> 00:07:10.402 아니, 이걸 잘 이렇게 접어야지 69 00:07:12.699 --> 00:07:14.194 이렇게 하고 나가야지, 가자 70 00:07:19.758 --> 00:07:20.471 춥다 71 00:07:21.095 --> 00:07:22.323 나 진짜 추워, 규원아 72 00:07:22.323 --> 00:07:24.441 우리 놀이터에서 조금만 놀다가 이불 털까? 73 00:07:24.590 --> 00:07:28.432 - 추워 - 엄마만 덮으면 어떡해? 74 00:07:31.125 --> 00:07:31.729 나 이불 턴다 75 00:07:32.342 --> 00:07:33.590 잠깐, 잠깐 76 00:07:34.055 --> 00:07:35.669 - 이불 열 번 털자 - 시작 77 00:07:42.115 --> 00:07:44.471 야, 네가 힘이 안 되는구나, 나한테 78 00:07:44.699 --> 00:07:45.808 아, 엄마! 79 00:07:46.085 --> 00:07:49.036 - 니 머리도 좀 털어, 이불을 털 게 아니라 - 규원이 진짜로 짜증났어 80 00:08:00.154 --> 00:08:00.877 귀여워 81 00:08:03.590 --> 00:08:04.293 나 안 해 82 00:08:06.511 --> 00:08:07.164 야 83 00:08:08.550 --> 00:08:09.937 왜 84 00:08:10.214 --> 00:08:13.847 둘이 나가서 도대체 뭐 하는 거야? 85 00:08:14.709 --> 00:08:16.243 진짜 엄마, 아빠, 딸 같은 모습이다 86 00:08:18.788 --> 00:08:21.580 이불 털러 나가서 둘이 장난하고 있네 87 00:08:21.580 --> 00:08:22.630 빨리 와, 빨리 88 00:08:22.689 --> 00:08:23.798 나 그만할래 89 00:08:23.798 --> 00:08:24.590 야 90 00:08:25.501 --> 00:08:26.828 할머니, 나 들어갈게 91 00:08:26.828 --> 00:08:27.550 엄마! 92 00:08:29.234 --> 00:08:33.194 그건 또 왜 꺼내와? 93 00:08:33.382 --> 00:08:36.115 아니, 그 옛날 옛적 앨범을 네가 어디서 찾았어? 94 00:08:36.590 --> 00:08:38.045 이거 내 방에 다 있었어 95 00:08:38.748 --> 00:08:41.937 엄마, 규원이는 진짜 옛날 사진 보는 거 좋아하는 거 같아 96 00:08:43.194 --> 00:08:45.471 규원이는 저렇게 사진 보는 거 너무 좋아해요 97 00:08:46.471 --> 00:08:48.669 - 규원이가 계속 추억 이렇게 꺼내 보는 걸 좋아해요 - 맞아 98 00:08:50.263 --> 00:08:51.838 자, 우리 앨범을 보자 99 00:08:51.838 --> 00:08:53.154 엄마 빨리 와 100 00:08:54.987 --> 00:08:56.225 나 이것만 먹고 갈게 101 00:08:56.532 --> 00:08:57.641 할머니 102 00:08:58.056 --> 00:09:00.769 쟤는 내가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저래? 103 00:09:00.848 --> 00:09:05.155 할머니 이때 너무 젊었다, 이때가 87년이야 104 00:09:05.690 --> 00:09:09.591 할머니는 보니까 항상 하이웨이스트 바지를 입고 있네 105 00:09:10.225 --> 00:09:11.957 할머니가 하이웨이스트에 이런 셔츠를 입었네 106 00:09:12.819 --> 00:09:15.462 - 할머니 옛날에 날씬했다며 - 맞아 107 00:09:15.809 --> 00:09:18.046 이게 엄마랑 이렇게 다 있는 사진이네 108 00:09:20.710 --> 00:09:22.393 - 혜정아 - 왜? 109 00:09:22.888 --> 00:09:24.423 분위기 깨지 말고 같이 보자 110 00:09:28.908 --> 00:09:31.670 알았어, 뭔지 같이 한 번 보자 111 00:09:32.076 --> 00:09:34.165 이거는 엄마 어렸을 때야 112 00:09:35.136 --> 00:09:35.928 귀엽지? 113 00:09:36.294 --> 00:09:37.235 귀여워 114 00:09:38.472 --> 00:09:40.749 근데 엄마 젊었을 때 진짜 예뻤다 115 00:09:42.324 --> 00:09:46.165 근데 엄마 이렇게 예뻤으면 젊었을 때 엄청 인기 많았을 거 같아 116 00:09:47.512 --> 00:09:49.067 세상에 예뻐라 117 00:09:52.532 --> 00:09:54.215 강호동 씨 눈빛 봐 118 00:09:54.621 --> 00:09:55.324 어떡해 119 00:09:57.126 --> 00:09:58.126 너무 예쁘다 120 00:09:58.126 --> 00:09:59.888 옛날 스타일 같지가 않아 121 00:10:00.086 --> 00:10:07.789 사진이 하나하나 남아서 좋은 추억보다는 제가 사람들한테 받은 너무나도 아픈 추억이 많아요 122 00:10:09.591 --> 00:10:12.096 그래서 사진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전 무섭기도 했어요 123 00:10:22.284 --> 00:10:25.235 - 규원아, 여기도 봐 - 나 할머니랑 같이 있어 124 00:10:25.591 --> 00:10:28.740 - 엄마가 못 온 날 항상 할머니가 있었어 - 맞아, 항상 할머니가 있었어 125 00:10:28.918 --> 00:10:36.136 할머니도 뭐 할 때마다 너랑 같이 배우고 하니까 사실 할머니 나이보다 엄청 젊어 보이잖아 126 00:10:36.591 --> 00:10:37.113 맞아 127 00:10:38.353 --> 00:10:42.671 - 엄마는 내가 봤을 땐 어디 가도 젊어 보여 - 할머니 한 50대 같아 보여 128 00:10:42.839 --> 00:10:45.205 야, 할머니가 50대면 내가 할머니한테 반말을 써야 한다니까 129 00:10:45.760 --> 00:10:50.036 그러면 냉정하게 봤을 때 할머니가 한 70대 초반으로 보여? 130 00:10:50.769 --> 00:10:52.314 아니야, 난 할머니가 한 60대로도 보여 131 00:10:52.462 --> 00:10:55.205 네가 나 비행기 너무 태운다 132 00:10:55.789 --> 00:11:00.591 - 할머니가 나 초등학생 때 학예회 머리도 항상 다 땋아줬어 - 맞아 133 00:11:00.888 --> 00:11:05.047 할머니가 항상 나 소풍 갈 때 도시락도 싸주고 그랬어 134 00:11:06.680 --> 00:11:12.759 - 엄마가 바빴을 때 할머니가 솔직히 내 엄마였잖아 - 맞아 135 00:11:13.928 --> 00:11:19.126 애가 고마운 걸 고마운 줄 알고 소중한 걸 소중한 줄 아는 게 너무 기특하다 136 00:11:19.126 --> 00:11:21.957 - 맞아요, 정말 나도 공감해 - 그게 중요한 거지, 진짜 137 00:11:28.086 --> 00:11:29.888 - 예뻐라 - 세상에, 너무 예쁘다 138 00:11:29.888 --> 00:11:31.512 규원이가 항상 할머니랑 있네, 진짜 139 00:11:33.452 --> 00:11:37.967 우리가 보기엔 규원이가 아긴데 너무 어른스럽고 말하는 게 너무 예쁘다 140 00:11:39.482 --> 00:11:41.482 예뻐라, 규원아 141 00:11:41.591 --> 00:11:44.591 - 너의 전성기는 이때야 - 내가 유치원 때 142 00:11:44.591 --> 00:11:46.086 - 맞아 - 너 다섯 살 때가 제일 예뻤어 143 00:11:46.086 --> 00:11:48.908 - 예뻐라 - 예뻐 144 00:11:49.383 --> 00:11:50.195 나 저때가 너무 기억나 145 00:11:54.908 --> 00:11:56.056 이 사진이 있네? 146 00:11:56.433 --> 00:11:57.145 엄마다 147 00:11:57.433 --> 00:11:58.631 아니, 이거 기억 안 나? 148 00:11:59.076 --> 00:12:05.343 이게 내가 유치원 들어가서 한 1년, 2년 만에 엄마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온 날이야 149 00:12:05.522 --> 00:12:07.581 나 이거 진짜 생생히 기억나는 이유가 뭐냐면 말이야 150 00:12:07.997 --> 00:12:14.601 엄마가 인어공주 케이크를 맞춰서 내 생일날 엄청 바리바리 싸서 가져왔잖아 151 00:12:14.601 --> 00:12:15.918 케이크도 되게 예쁜 걸로 했네 152 00:12:17.027 --> 00:12:17.928 애가 그걸 기억해? 153 00:12:18.136 --> 00:12:20.532 엄마가 처음 왔으니까, 안 오다 왔으니까 154 00:12:22.027 --> 00:12:23.898 이게 인어공주 케이크였을걸? 155 00:12:24.977 --> 00:12:27.126 엄청 행복해하는 얼굴 보이지? 156 00:12:27.126 --> 00:12:29.720 너 너무 행복해하는데 되게 멋쩍어한다 157 00:12:29.720 --> 00:12:33.541 - 남이 케이크를 사다준 것처럼 멋쩍어 보여 - 우리 안 친했잖아, 그때 158 00:12:33.541 --> 00:12:35.997 그때 우리 완전 어색한 사이였잖아 159 00:12:38.007 --> 00:12:41.660 내가 너한테 그런 게 미안하니까 더 잘하게 되더라고, 시간이 지나면서 160 00:12:41.660 --> 00:12:44.383 엄마가 너무 그때 바빴으니까 그랬던 거지 161 00:12:45.324 --> 00:12:47.670 아니, 규원아, 사실은 이때는 내가 그랬어 162 00:12:47.938 --> 00:12:54.997 아기도 준비됐을 때 낳아야 그 아기가 더 사랑받는다고 하잖아 163 00:12:55.314 --> 00:13:01.908 엄마는 네가 갑자기 생겨서 엄마도 철드느라 이때 너한테 잘 못해준 건 조금 엄마도 후회돼 164 00:13:10.343 --> 00:13:17.173 내가 생각났는데 네가 할머니랑 식탁에서 밥 먹다가 165 00:13:17.173 --> 00:13:21.674 -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바람에 뇌진탕 증세가 왔었잖아 - 그래, 뇌진탕이었어 166 00:13:21.967 --> 00:13:24.116 넌 병원에 가고 난 촬영하고 있었잖아 167 00:13:29.997 --> 00:13:31.551 근데 촬영장에 전화가 온 거야 168 00:13:31.868 --> 00:13:37.279 얘 MRI를 찍어야 되는데 수면제를 아무리 해도 애가 잠이 안 든대, 병원에서 169 00:13:38.220 --> 00:13:39.007 그럴 수 있나? 170 00:13:39.269 --> 00:13:41.282 병원에서 수면제 몇 통을 먹여도 잠이 안 든다고 하더라고요 171 00:13:41.282 --> 00:13:44.783 - MRI를 못 찍고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- 어떡해? 172 00:13:46.037 --> 00:13:54.145 그래서 도저히 안 되니까 감독님이 빨리 병원에 가서 애기 보라고 해서 내가 막 달려갔어 173 00:13:54.487 --> 00:13:58.016 달려가서 내가 앉자마자 갑자기 잠이 드는 거야, 규원이가 174 00:14:01.086 --> 00:14:06.359 그때 내가 얘가 그래도 내가 엄마라고 이렇게 잠이 드는구나 싶은 거야 175 00:14:06.359 --> 00:14:07.730 나 어떡해? 또 슬퍼 176 00:14:08.740 --> 00:14:09.938 나 갱년기인가 봐 177 00:14:11.532 --> 00:14:19.477 근데 갑자기 그때 네가 딱 품에 안기자마자 잠이 딱 드는 걸 보고 내가 완전 충격 받았어 178 00:14:19.477 --> 00:14:23.581 '아, 이게 엄마구나' 하는 걸 내가 그때 깨달았어 179 00:14:33.502 --> 00:14:35.339 그러니까 왜 자꾸 앨범 보자고 그래? 180 00:14:35.339 --> 00:14:38.482 - 맨날 앨범 보면서 한두 번 우는 것도 아니고 - 아니, 이렇게 해 봐 181 00:14:44.829 --> 00:14:48.878 그래도 이젠 엄마랑 나랑 둘도 없는 친구가 됐잖아 182 00:14:59.304 --> 00:15:01.848 딱 첫 계단 위를 밟은 느낌이 있잖아 183 00:15:01.848 --> 00:15:03.561 나도 그래서 처음엔 당황했지 184 00:15:03.779 --> 00:15:10.888 그러면서 내가 하나하나 계단을 올라가다 보니까 이미 내가 오롯이 모습이 변해 있는 거야 185 00:15:20.977 --> 00:15:25.066 근데 이렇게 앨범 쫙 보니까 우리 셋이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다 186 00:15:25.710 --> 00:15:27.482 우리 사진은 없어 187 00:15:27.601 --> 00:15:29.997 그럼 우리 셋이 사진을 한 장 찍으러 가자 188 00:15:30.056 --> 00:15:32.878 - 아니, 그거까지는 꼭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아 - 왜? 189 00:15:33.868 --> 00:15:35.294 우리 사진 찍으러 가자 190 00:15:36.126 --> 00:15:37.294 - 지금? - 응 191 00:15:37.413 --> 00:15:38.413 지금 가자고? 192 00:15:39.997 --> 00:15:41.591 이 세 명 너무 귀엽다 193 00:15:56.660 --> 00:15:58.819 우리가 첫 가족 사진을 찍으러 간다 194 00:16:03.442 --> 00:16:05.126 언니는 표정이 좀 무거워 보여 195 00:16:05.957 --> 00:16:11.957 왠지 또 엄마가 연세가 있으시니까 내가 가족 사진이라는 게 오롯이 이렇게 즐겁지는 않더라고요 196 00:16:11.957 --> 00:16:17.591 또 엄마가 거기 가서 돌발적으로 본인의 영정 사진을 찍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도 제가 들더라고요 197 00:16:17.591 --> 00:16:20.264 - 보통 노인 분들이 그렇게 하시죠, 그런 사진 찍어달라고 - 맞아 198 00:16:21.641 --> 00:16:27.848 사실 너가 운전하고 모든 거를 이렇게 리드하지 않았으면 엄마는 이런 거 못했어 199 00:16:28.294 --> 00:16:28.858 맞아 200 00:16:28.918 --> 00:16:38.848 네가 다 리드해주니까 어떻게든 나도 첫 발만 내딛으면 마지막까지는 규원이가 끌고 갈 거라는 믿음이 있어 201 00:16:39.037 --> 00:16:39.548 맞아 202 00:16:41.274 --> 00:16:43.086 진짜 나는 가기 싫거든, 귀찮고 203 00:16:43.086 --> 00:16:47.155 - 근데 오늘은 정말 할머니까지도 가자 이러니까 - 할 말이 없어? 204 00:16:47.433 --> 00:16:50.799 내가 도망갈 어떤 구멍이 없는 거 같았어 205 00:16:57.532 --> 00:17:00.898 - 언니는 규원이가 진짜 믿음직스러울 것 같아요 - 맞아, 난 규원이가 믿음직스러워 206 00:17:02.482 --> 00:17:04.532 난 규원이 말만 들으면 되는데 207 00:17:08.166 --> 00:17:09.660 엄마가 딸 같아, 오히려 208 00:17:14.749 --> 00:17:18.066 그냥 이렇게 가만히 서서 이렇게 찍는 게 예쁜 것 같아 209 00:17:18.066 --> 00:17:18.977 - 그래? - 어 210 00:17:19.630 --> 00:17:20.645 예쁘다 211 00:17:20.645 --> 00:17:21.898 너무 잘해놨다 212 00:17:21.898 --> 00:17:24.101 완전 여기랑 또 다른 분위기다 213 00:17:24.868 --> 00:17:26.670 - 대박, 완전 흑백 사진이야? - 멋있다 214 00:17:27.561 --> 00:17:28.343 들어가자 215 00:17:50.641 --> 00:17:56.551 - 여기가 아날로그 사진관인데 종이가 아니라 철판에 사진을 찍는 사진관이에요 - 정말 그러네 216 00:17:56.551 --> 00:17:59.334 - 그럼 찍는 것부터 이렇게 철판에다 찍는 거예요? - 맞아요, 처음부터 철판에 찍어요 217 00:18:00.066 --> 00:18:01.274 신기하다 218 00:18:01.274 --> 00:18:05.363 - 그러면 이 분위기로 전체 사진이 나오는 거예요? - 네 219 00:18:05.363 --> 00:18:10.264 그래서 좀 단점은 있는 그대로 나와서 포토샵이 안 되는 사진이죠 220 00:18:11.482 --> 00:18:12.888 저건 너무 큰 단점이야 221 00:18:13.274 --> 00:18:14.374 아찔하다 222 00:18:16.442 --> 00:18:19.393 - 한 번 기회가 끝인 거야 - 사진사 분이 어플로 찍어주셔야겠다 223 00:18:23.155 --> 00:18:26.294 - 근데 굉장히 특이하고 특별한 느낌이다 - 진짜 그렇네 224 00:18:28.353 --> 00:18:31.502 사진이 너무 감성적이고 진짜 매력있다 225 00:18:39.007 --> 00:18:42.007 - 저희가 처음으로 찍으러 온 가족 사진이거든요 - 그러세요? 226 00:18:42.007 --> 00:18:45.591 제가 태어나고 한 번도 저희가 가족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어요 227 00:18:46.185 --> 00:18:51.700 - 왜냐하면 이렇게 준비해서 어디를 간다는 게 현대시대에는 참 쉽지 않아요 - 맞아요 228 00:18:51.987 --> 00:18:54.591 오늘 제가 잘 찍어야 되는데 229 00:18:57.908 --> 00:19:02.205 아 그리고 사실은 제가 어머니를 예전에 만난 적이 있었어요 230 00:19:02.205 --> 00:19:03.621 - 진짜요? - 네 231 00:19:07.393 --> 00:19:11.215 제가 사진 조수로 있을 때 어머니가 모델로 오셨어요 232 00:19:11.215 --> 00:19:13.690 - 진짜요? - 네 233 00:19:17.908 --> 00:19:19.898 제가 촬영할 때 진상부리지 않았나요? 234 00:19:20.324 --> 00:19:21.858 제가 또 막 까탈 부리고 그러지 않았나요? 235 00:19:23.888 --> 00:19:25.096 저희도 항상 물어봐요, 그런 거 236 00:19:25.096 --> 00:19:26.076 - 그렇죠? - 네 237 00:19:27.086 --> 00:19:28.730 또 막 까탈 부리고 막 제가 그러지 않았어요? 238 00:19:29.829 --> 00:19:32.066 하여튼간 좀 어머니가 성깔 있어 보이셨어요 239 00:19:34.888 --> 00:19:35.888 사진사 분이 솔직하셔 240 00:19:39.561 --> 00:19:40.947 그 당시 어머니가 좀 그러시지 않으셨어요? 241 00:19:41.641 --> 00:19:42.324 맞아요 242 00:19:42.324 --> 00:19:45.542 - 약간 그랬던 것 같아요, 제가 봐도 - 그 당시에는 좀 까탈스러우셨죠? 243 00:19:45.957 --> 00:19:48.839 저 분 당차시다는 생각을 제가 그때 했었거든요 244 00:19:48.839 --> 00:19:51.670 - 그래서 사람은 주변 사람들한테 잘하고 살아야 돼 - 맞아 245 00:19:51.670 --> 00:19:54.878 - 사람이 죄 짓고는 못 산다 - 엄마, 죄 짓고는 못 산다는 말은 너무한 거 아니야? 246 00:19:59.205 --> 00:20:00.136 웬일이야? 247 00:20:00.145 --> 00:20:02.145 제가 혹시라도 실수했으면 사과드리겠습니다 248 00:20:02.145 --> 00:20:04.314 아니, 저한테는 그렇게 안 하셨어요 249 00:20:05.205 --> 00:20:10.126 25년 전에 같이 일한 거면 사진사 분이 네 나이랑 비슷하겠다 250 00:20:10.680 --> 00:20:13.591 - 어머니 눈빛이 또 반짝거리시네요 - 맞아, 눈빛이 반짝거리시네 251 00:20:21.888 --> 00:20:23.888 결혼하셨어요, 작가님? 252 00:20:24.700 --> 00:20:25.700 - 결혼이요? - 네 253 00:20:25.700 --> 00:20:30.759 제가 결혼을 한 12, 13년 전에 했어요 254 00:20:31.155 --> 00:20:32.928 - 결혼을 늦게 하셨구나? - 네, 전 결혼을 늦게 했어요 255 00:20:33.928 --> 00:20:34.839 죄송합니다, 어머니 256 00:20:37.769 --> 00:20:39.740 참 이게 보통 인연이 아니네요 257 00:20:41.497 --> 00:20:45.343 그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제가 예쁘게 찍도록 한 번 노력을 하겠습니다 258 00:20:45.343 --> 00:20:46.918 - 감사합니다 - 감사합니다 259 00:20:58.175 --> 00:21:00.067 기름 안 진 게 더 나아 260 00:21:00.839 --> 00:21:01.334 그래? 261 00:21:02.591 --> 00:21:04.066 엄마 얼굴 뽀샤시하다 262 00:21:08.264 --> 00:21:11.829 - 엄마가 진짜 많이 늙으셨더라고요, 얼굴을 가까이서 저렇게 보니까 - 맞아 263 00:21:21.898 --> 00:21:25.551 엄마가 저렇게 가만히 계시면 좀 애기 같지 않아요? 264 00:21:26.086 --> 00:21:27.423 혜정 씨가 마음이 되게 찡했을 것 같아 265 00:21:29.312 --> 00:21:29.916 할머니 예뻐 266 00:21:29.957 --> 00:21:34.423 봐봐, 할머니가 너 키운다고 주름 엄청 많이 늘었다 267 00:21:34.512 --> 00:21:36.422 - 할머니는 엄마를 더 오래 키웠거든 - 아니야 268 00:21:36.720 --> 00:21:38.175 그렇지, 할머니는 엄마를 더 오래 키웠지 269 00:21:38.967 --> 00:21:39.499 그렇지 270 00:21:39.581 --> 00:21:42.037 - 내가 엄마 주름을 다 펴드리고 있어 - 어머님은 지금도 계속 딸을 키우고 있는 거야 271 00:21:42.037 --> 00:21:42.839 그렇죠 272 00:21:43.215 --> 00:21:43.858 우리 엄마 273 00:21:54.641 --> 00:22:02.700 내가 봐도 엄마가 그 나이처럼 보이지 않아서 제가 사실 간과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274 00:22:03.332 --> 00:22:09.728 웬만한 딸들은 다 우리 엄마는 평생 살 거고 안 늙는다고 생각을 해요 275 00:22:10.185 --> 00:22:17.215 딸들이 우리 엄마는 평생 내 옆에 있을 거라는 착각을 많이 해서 조금은 놓치고 가는 부분들이 많아요 276 00:22:17.769 --> 00:22:21.799 근데 나 같은 경우도 그런 종류의 딸인 거지 277 00:22:21.799 --> 00:22:31.858 근데 제가 막상 오늘 가까이에서 화장을 해주는데 엄마가 많이 늙으시고 주름도 너무 많더라고요 278 00:22:32.334 --> 00:22:37.690 근데 왜 내 엄마는 내가 그냥 봤을 때는 늘 젊은 엄마로 보이는 걸까요? 279 00:22:37.690 --> 00:22:41.235 근데 막상 엄마를 보니까 엄마가 너무 많이 늙으셨더라고요 280 00:22:48.433 --> 00:22:50.888 - 난 엄마 얼굴은 그냥 하나만 기억나 - 맞아, 하나만 기억나 281 00:22:51.403 --> 00:22:56.046 - 우리 애들은 매년 자라온 게 다 기억나는데 엄마 얼굴은 매년 똑같았던 것 같아 - 맞아 282 00:22:59.591 --> 00:23:02.928 할머니 이 주름 생긴 건 누가 그렇게 속을 썩여서 그런 거야? 283 00:23:03.373 --> 00:23:05.264 유혜정 씨가 속 썩인 거지, 뭐 284 00:23:06.037 --> 00:23:10.809 지금 주름을 생기게 한 지분 중 몇 퍼센트가 나고 몇 퍼센트가 언니고 몇 퍼센트가 오빠야? 285 00:23:16.829 --> 00:23:29.938 네 아버지가 60%지 286 00:23:31.829 --> 00:23:38.591 유혜정이 20%, 네 오빠가 10%, 네 언니가 10%지 287 00:23:38.591 --> 00:23:39.363 거기에 난 없네 288 00:23:39.512 --> 00:23:40.997 우리 규원이는 없지 289 00:23:41.155 --> 00:23:44.076 규원이는 할머니 주름 펴주는 역할을 한 거지 290 00:23:44.393 --> 00:23:46.740 - 예쁘다, 할머니, 눈썹 그리니까 - 내가 20%나 돼? 291 00:23:48.037 --> 00:23:49.037 20% 되지 292 00:23:49.294 --> 00:23:55.690 네가 지금 이렇게 혼자서 애 키우는 거 보는 것 자체도 나한테 스트레스지 293 00:23:55.977 --> 00:23:57.294 네가 혼자서 고생하니까 294 00:23:57.987 --> 00:24:00.037 우리 엄마도 맨날 저 얘기하세요 295 00:24:00.294 --> 00:24:04.264 네가 혼자 애 키우는 게 엄마한테 너무 슬프다고 우리 엄마도 그러세요 296 00:24:06.720 --> 00:24:12.947 내가 이렇게 엄마 주름을 쫙 펴줄게 297 00:24:15.680 --> 00:24:16.264 됐어? 298 00:24:16.977 --> 00:24:19.116 - 아니야, 그래도 엄마 동안이야 - 응 299 00:24:19.353 --> 00:24:20.938 할머니가 눈썹 그리고 아주 젊어졌어 300 00:24:21.185 --> 00:24:22.561 엄마는 딱 68세 같아 301 00:24:22.759 --> 00:24:23.908 감사합니다 302 00:24:23.908 --> 00:24:25.363 언니, 복남 언니 303 00:24:25.581 --> 00:24:27.799 - 좋아, 좋아, 예뻐 - 예뻐 304 00:24:33.165 --> 00:24:35.947 자, 모델분들이 이쪽으로 이제 서시는 거예요 305 00:24:36.848 --> 00:24:37.561 이쪽으로 와 306 00:24:39.987 --> 00:24:41.343 겉옷 벗고 찍을 거잖아, 나중에 307 00:24:41.343 --> 00:24:43.522 - 지금은 일단 뭐 연습이니까 겉옷 입고 있으셔도 돼요 - 응, 연습이니까 괜찮아 308 00:24:49.304 --> 00:24:51.304 어머니 키에다 맞춰야겠다 309 00:24:52.730 --> 00:24:54.066 제가 약간 숙여야 될까요? 310 00:24:57.700 --> 00:24:58.819 이렇게 하고 찍어야 되나요? 311 00:25:02.928 --> 00:25:04.175 되게 잘 나올 것 같아 312 00:25:05.631 --> 00:25:07.660 - 촬영 기회가 한 번밖에 없으니까 최선을 다해야 해요 - 맞아, 기회가 한 번밖에 없잖아 313 00:25:07.938 --> 00:25:09.769 - 진짜 그러네 - 눈 감으면 끝이네, 저거 314 00:25:09.769 --> 00:25:12.472 - 찍는 것도 한 번밖에 안 찍어주는 거예요? - 어, 빨리 찍는 거야 315 00:25:13.314 --> 00:25:16.136 저거 살 떨리겠다, 한 번 밖에 못 찍으니까 316 00:25:17.571 --> 00:25:19.175 그래서 리허설 하고 찍어요 317 00:25:22.145 --> 00:25:23.442 어머니도 웃고 계세요 318 00:25:33.165 --> 00:25:36.046 자, 여기 보시고 세 분 다 환하게 웃으세요 319 00:25:36.343 --> 00:25:37.779 자 이제 찍겠습니다, 하나 320 00:25:37.868 --> 00:25:40.442 어머니, 좀 더 미소 지으세요, 좀 더 321 00:25:41.165 --> 00:25:41.730 좋아요 322 00:25:41.730 --> 00:25:44.720 - 하나, 좋아요, 하나, 둘 - 잠깐만요 323 00:25:45.522 --> 00:25:46.175 됐습니다 324 00:25:46.175 --> 00:25:47.314 엄마 때문에 내 얼굴에 주름 졌겠다 325 00:25:50.334 --> 00:25:51.462 허리 아파 326 00:25:51.462 --> 00:25:54.235 거기서 웃음이 터지면 어떡해? 327 00:26:01.007 --> 00:26:02.918 기다려야 돼, 이제 결과 기다려야 돼 328 00:26:03.274 --> 00:26:04.561 그리고 보정 안 되고 329 00:26:05.888 --> 00:26:07.492 근데 그게 더 재밌더라고요 330 00:26:07.680 --> 00:26:09.353 - 결과가 궁금하다 - 나도 331 00:26:10.947 --> 00:26:12.858 찍으니까 어때, 엄마? 332 00:26:13.591 --> 00:26:16.710 나 기분이 좀 울적하다 333 00:26:17.027 --> 00:26:19.284 엄마, 내가 아까 그 기분이었다니까 334 00:26:19.284 --> 00:26:22.551 - 울적한 것보다 그냥 뭔가 - 왈칵하지? 335 00:26:22.680 --> 00:26:26.690 - 뭉클하고 울컥한 것 같아요 - 울컥하다 336 00:26:26.888 --> 00:26:28.928 근데 나는 진짜 약간 감동이었어 337 00:26:28.928 --> 00:26:35.551 왜냐하면 우리 셋이 이렇게 살면서 찍은 사진이 없었잖아 338 00:26:35.579 --> 00:26:40.763 근데 딱 뭔가 완성된 느낌이에요, 우리 가족이 339 00:26:41.357 --> 00:26:49.042 이 사진 딱 걸어놓는 순간 대박이 터질 것 같잖아, 느낌이 340 00:26:50.131 --> 00:27:00.511 근데 저 사진은 그냥 계속 있잖아, 뭔가 신난다 뭐한다 개념이 아니라 그냥 아련해, 느낌이 341 00:27:10.471 --> 00:27:17.660 - 근데 할머니, 엄마가 맨날 찍기 싫다, 찍기 싫다 했는데 엄마가 제일 감동받았어 - 자기 혼자 감동받았어 342 00:27:19.680 --> 00:27:27.273 그러니까 내가 그랬잖아, 나는 뭔가 나를 리드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게 규원이인 것 같아 343 00:27:28.313 --> 00:27:32.962 규원이 결혼하고 나면 너 어쩌려고 그래? 엄마도 죽고 이러면 344 00:27:33.586 --> 00:27:36.510 너 남자친구가 하나 있으면 엄마가 마음 놓고 눈을 감지 345 00:27:36.510 --> 00:27:43.492 갑자기 엄마는 간다는 얘기를 왜 하고 난리야, 미쳤나 봐, 진짜 짜증나 346 00:27:52.016 --> 00:27:55.830 '엄마가 간다'라는 그 단어가 내가 슬프더라고 347 00:27:57.288 --> 00:27:57.890 그럼 당연하지 348 00:28:04.773 --> 00:28:06.172 짜증나, 진짜 349 00:28:06.172 --> 00:28:09.630 짜증나는 게 아니라 부모 마음이야, 그게 350 00:28:36.496 --> 00:28:38.149 우리 셋이 이러는 거 주접이야 351 00:28:41.326 --> 00:28:43.910 우리 꽁트 찍냐고 지금, 이 스튜디오에서 352 00:28:46.266 --> 00:28:47.920 나 콧물 나왔잖아 353 00:28:48.791 --> 00:28:51.950 엄마 짜증나 진짜, 작가님이 뭐라 하시겠어, 나오시면서 354 00:28:53.237 --> 00:28:59.841 셋이 좀 전까지 좋아하다가 갑자기 우니까 작가님이 얼마나 황당하겠어, 정말 355 00:29:03.138 --> 00:29:04.688 셋이서 울면서 맨날 저런 얘기해 356 00:29:15.470 --> 00:29:18.563 - 규원아, 빨리 영상 찍어 - 핸드폰 어디 갔어? 357 00:29:21.345 --> 00:29:22.389 엄마 잘 나온 것 같은데? 358 00:29:22.389 --> 00:29:25.828 딱 찍을 때 할머니가 팍 웃어버리면서 엄마가 표정이 이상해졌어 359 00:29:26.729 --> 00:29:28.626 신기해, 규원아, 너 눈동자 보여? 360 00:29:28.933 --> 00:29:30.417 아니, 나 지금 광대만 보여 361 00:29:30.912 --> 00:29:32.898 옛날 방식 그대로 인화를 하네요 362 00:29:34.768 --> 00:29:35.549 신기해 363 00:29:37.736 --> 00:29:38.520 사진이 변하고 있죠? 364 00:29:38.520 --> 00:29:39.991 완전 신기해 365 00:29:41.624 --> 00:29:42.710 갑자기 형체가 확 나와 366 00:29:44.077 --> 00:29:45.422 저러면서 형체가 이제 나오는 거야 367 00:29:46.185 --> 00:29:47.035 정말 옛날식이네요 368 00:29:47.352 --> 00:29:51.481 이렇게 사진이 딱 드러나는데 제가 너무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369 00:29:53.788 --> 00:29:56.039 얼굴 작아 보이게 잘 나왔는데요 370 00:29:56.039 --> 00:29:58.421 - 규원아, 너 너무 예쁘게 나왔다 - 그러게 371 00:29:58.421 --> 00:30:01.762 아니야, 할머니랑 엄마 너무 예뻐, 엄마 너무 예쁘게 나왔다 372 00:30:04.747 --> 00:30:07.736 - 나 약간 눈물 나오려 그래 - 나도 갑자기 그래 373 00:30:07.736 --> 00:30:09.856 - 진짜 잘 나왔다 - 정말 잘 나왔다 374 00:30:09.856 --> 00:30:16.756 전 우리가 막 많은 일을 겪으면서 되게 아픈 상처가 많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375 00:30:16.756 --> 00:30:24.111 그런데 그 사진 한 장이 그 아픈 상처를 정말 바닷물이 싹 쓸어가듯이 없애주는 거예요 376 00:30:24.111 --> 00:30:33.496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마음속으로나 미소가 계속 지어지는 거 보니까 이게 치유구나 싶었어요 377 00:30:54.426 --> 00:30:56.210 보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했냐면 말이야 378 00:30:56.834 --> 00:31:05.126 우리 엄마가 돌아가셔서 와이프는 엄마를 본 적이 없고 사진으로만 이제 내가 보여줬었어 379 00:31:05.403 --> 00:31:12.703 내가 와이프랑 우리 아버지 댁에 갔을 때 엄마랑 함께 찍은 그 사진첩 앨범이 있었어 380 00:31:12.901 --> 00:31:19.253 그걸 내가 와이프한테 보여주면서 우리 엄마가 뭐 이러셨다 이때는 많이 편찮으셨다고 하면서 이렇게 둘이 보고 있었어 381 00:31:20.055 --> 00:31:25.412 나는 다 보고 밖에 나와서 아버지랑 얘기하는데 갑자기 와이프가 날 부르는 거야 382 00:31:26.066 --> 00:31:34.701 나도 예전부터 많이 봤던 앨범인데 사진이 다 끝나고 그때 마지막 장 끝을 딱 본 거야 383 00:31:35.767 --> 00:31:46.672 엄마가 돌아가신지 꽤 오래됐는데 바로 얼마 전에 아빠가 '여보, 너무 그리워' 하면서 편지를 거기다 쭉 써 놓은 거야 384 00:31:47.682 --> 00:31:50.059 내가 막 슬퍼서 미치겠는 거야 385 00:31:51.930 --> 00:31:55.688 - 그래서 내가 아직까지도 그 감정이 남아있어 - 진짜 감동적이다 386 00:32:01.258 --> 00:32:02.883 혜정이도 사진 많이 찍어놓으면 좋을 것 같아 387 00:32:05.448 --> 00:32:12.402 - 10년, 20년, 30년 후에 보면 사진 찍어놓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- 정말로 그래 388 00:32:12.402 --> 00:32:14.502 나는 그걸 거꾸로 생각했었거든요 389 00:32:14.502 --> 00:32:24.849 엄마랑의 추억을 계속 같이 남겨놨는데 혹시라도 엄마가 없는 그 자리를 이걸 보고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? 390 00:32:24.849 --> 00:32:27.947 차라리 사진이 없으면 눈에 안 보이니까 괜찮지 않을까? 391 00:32:27.947 --> 00:32:30.629 절대 그러지 않아, 절대 그러지 않아, 절대 392 00:32:40.148 --> 00:32:43.079 첫 날이네요, 우다사 촬영 첫 날 393 00:32:51.207 --> 00:32:54.048 남은 거 그냥 먹지, 내가 뭘 차려먹어? 394 00:32:54.336 --> 00:32:56.751 5시간밖에 없다, 엄마의 하루는 395 00:33:00.177 --> 00:33:01.553 뚜껑 여기도 붙여놓고 396 00:33:04.969 --> 00:33:06.385 - 귀여워 - 귀여워 397 00:33:13.395 --> 00:33:15.256 난 애가 학교 간 시간에 다 해야 되니까 398 00:33:16.316 --> 00:33:18.009 은혜는 진짜 슈퍼맘이야, 정말 399 00:33:28.088 --> 00:33:29.088 빈칸에 들어갈 말은 '출근이다'인가? 400 00:33:38.870 --> 00:33:41.019 그래도 내가 일하고 와서 메이크업은 했어 401 00:34:03.246 --> 00:34:07.920 애들이 잠들고 내가 들어가면 애들이 각자 자는데 잠들기 전에 들어가면 같이 자야 돼 402 00:34:10.177 --> 00:34:11.642 그렇네, 애들이랑 같이 자야 하네 403 00:34:22.633 --> 00:34:23.494 기다려봐 404 00:34:40.474 --> 00:34:45.088 저 시간에 가려면 집에서 5시에 나가야 되니까 제가 4시 반에 일어나야 되죠 405 00:34:58.959 --> 00:35:00.474 은혜가 드라마 촬영하는구나 406 00:35:02.712 --> 00:35:06.088 자, 가볼게요, 레디, 큐 407 00:35:30.772 --> 00:35:35.490 제가 맡은 배역이 구천을 떠도는 귀신인데 우리 귀신들이 납골당에 살거든요 408 00:35:35.609 --> 00:35:38.471 그래서 납골당이 저희 집이에요 409 00:35:53.386 --> 00:35:54.643 이거 재밌겠다 410 00:35:54.980 --> 00:35:57.891 - 되게 웃기고 슬픈 드라마예요 - 귀신은 아니란 말이지? 411 00:36:00.327 --> 00:36:06.802 사실은 애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내가 회사에다가 일을 안 한다, 드라마를 이제 못한다고 했어요 412 00:36:06.861 --> 00:36:14.634 그래서 제가 일을 1년을 쉬었고 애들이 2학년이 됐는데 또 2학년도 2학년 나름대로 일이 많더라고요 413 00:36:15.198 --> 00:36:19.931 '3학년도 쉬어야 되나?' 제가 이런 생각을 했다가 그럼 평생 쉬겠구나 싶은 거예요 414 00:36:20.000 --> 00:36:22.911 엄마들이 그래서 복귀를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415 00:36:23.406 --> 00:36:29.812 - 시기를 놓치다가 일을 놓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- 그렇지, 다들 그래 416 00:36:41.396 --> 00:36:43.544 제가 거울을 보고 연습해야 하거든요 417 00:37:06.663 --> 00:37:08.337 - 저 분들도 귀신들이에요? - 네, 다 귀신들 배역이에요 418 00:37:09.267 --> 00:37:10.267 귀신들이래 419 00:37:13.871 --> 00:37:17.386 귀신들 다 모였는데 우리끼리 술자리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420 00:37:17.485 --> 00:37:20.693 우리가 술자리를 가지기보다 연기할 때 잘 해야죠 421 00:37:20.832 --> 00:37:25.208 귀신들이 다 죽은 시기가 달라서 의상이 다 달라요 422 00:37:37.089 --> 00:37:40.089 근데 나는 너 처음 봤을 때 네가 나보다 동생인 건 알았어 423 00:37:40.851 --> 00:37:42.911 - 그렇지? - 네 피부가 다르더라고, 피부가 424 00:37:43.742 --> 00:37:47.228 내가 이런 말 하는 게 민망하긴 하지만 내가 피부가 좀 좋은 것 같아 425 00:37:48.594 --> 00:37:50.158 피부 때문에 좀 사람들이 내 나이를 알아봐 426 00:37:50.337 --> 00:37:51.317 저 분 우리보다 다섯 살이 어려? 427 00:37:51.802 --> 00:37:53.089 - 어, 나이가 우리보다 어려 - 우리보다 어리다고? 428 00:37:53.089 --> 00:37:54.495 쟤가 너보다 어려 보이잖아 429 00:37:54.822 --> 00:37:55.703 무슨 소리 하는 거야? 430 00:37:58.059 --> 00:37:59.772 하필이면 왜 저 아저씨인 건데? 431 00:38:01.376 --> 00:38:03.846 쟤 뭐야? 쟤 어떻게 사람이야? 432 00:38:03.846 --> 00:38:05.653 - 못 봤어? - 나는 못 봤어 433 00:38:07.614 --> 00:38:08.703 솔직히 너도 걱정했지? 434 00:38:08.703 --> 00:38:14.089 왜냐하면 '아, 박은혜 또 까다로우면 내가 어떻게 맞춰?' 이런 생각 하지 않았어? 435 00:38:14.089 --> 00:38:24.921 그런 것보다는 누나가 딱 리딩장 처음 들어왔을 때 난 누나가 기가 세다는 생각을 했어 436 00:38:25.089 --> 00:38:26.822 - 진짜? 의외네 - 누나가 되게 털털하게 들어왔거든 437 00:38:26.822 --> 00:38:30.257 누나가 늦게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털털하게 들어오더라고 438 00:38:35.020 --> 00:38:37.020 너무 일찍 왔더라고, 다들 439 00:38:38.139 --> 00:38:40.772 사람들이 '안녕하세요' 인사하니까 누나가 '예, 안녕하세요' 인사하고 나서 말이야 440 00:38:40.772 --> 00:38:45.089 누나가 배역표까지 이렇게 보는 여유가 있더라고 441 00:38:45.168 --> 00:38:50.683 그래서 누나가 나를 딱 볼 때 '아, 이거 뭔가 잘못됐다' 하는 불길한 예감이 내가 들더라고 442 00:38:52.327 --> 00:38:55.089 내가 본 누나의 이미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그때 내가 알았지 443 00:38:55.416 --> 00:39:00.663 - 근데 리딩 다 하고 누나랑 회식하고 난 후에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- 회식하고 나서? 444 00:39:01.297 --> 00:39:07.188 - 내가 생각했던 누나의 이미지가 나빴다는 건 아니야 - 나빴구만, 뭘 445 00:39:07.188 --> 00:39:11.653 누나가 되게 인간미 있다는 생각이 내가 든 거야, 첫 날에 446 00:39:12.218 --> 00:39:16.089 나는 촬영 현장 갔을 때 진짜 기가 죽어서 들어갔는데 447 00:39:16.832 --> 00:39:17.980 그게 기가 죽은 거야? 448 00:39:18.772 --> 00:39:19.891 나는 깜짝 놀랐어 449 00:39:22.990 --> 00:39:24.119 되게 재밌다 450 00:39:25.733 --> 00:39:27.158 내가 기가 죽었으니까 기가 죽었다고 하는 거지 451 00:39:27.158 --> 00:39:30.901 난 저게 이제 프로 배우의 자세구나 하고 생각했어, 누날 보고 452 00:39:31.089 --> 00:39:33.089 저게 방송 경력이 오래된 선배의 자세구나 453 00:39:33.089 --> 00:39:36.465 - 아니 근데 말이야 - 왜 하필 저분이 내 와이프 배역을 맡았을까? 454 00:39:41.980 --> 00:39:46.535 연극판에서 다 그래도 한가닥 하시던 분들이 다 계셨잖아 455 00:39:46.535 --> 00:39:51.782 나는 막 솔직히 대본 리딩 하면서 그렇게 떤 적이 처음인 거야 456 00:39:51.782 --> 00:39:53.861 왜냐면 내가 대사를 못 읽겠는 거야 457 00:39:54.129 --> 00:39:57.089 이 분들이 다 속으로 욕할 것 같은 거야, 내 대사를 458 00:39:57.535 --> 00:39:58.688 그래서 내가 대사를 못 읽겠는 거야 459 00:39:58.688 --> 00:40:00.416 그래서 내가 되게 기죽어서 대사 읽었잖아, 기억 나? 460 00:40:00.416 --> 00:40:01.624 나 되게 대사를 조그맣게 읽었어 461 00:40:01.624 --> 00:40:02.624 그게 누나가 기죽은 거야? 462 00:40:10.465 --> 00:40:12.733 아까 6시에 촬영 시작했는데 오후 4시가 됐네 463 00:40:24.465 --> 00:40:27.436 어떻게 김경란 씨는 잘 계세요? 464 00:40:35.436 --> 00:40:37.832 나 이 분 누군지 알 것 같아, 그래 465 00:40:38.000 --> 00:40:40.832 - 얘가 경란이를 좋아했거든 - 내가 뭘 좋아해? 466 00:40:42.990 --> 00:40:44.663 - 그때 우리 통화했던 분 맞지? - 맞아요 467 00:40:45.594 --> 00:40:46.178 맞아, 그랬었지 468 00:40:48.148 --> 00:40:49.148 우리 방송 봤지? 469 00:40:49.703 --> 00:40:50.822 누가 제일 마음에 들어? 470 00:40:51.267 --> 00:40:52.940 - 여기 있잖아, 김경란 씨가 난 맘에 들어 - 아, 김경란이 맘에 들어? 471 00:40:55.139 --> 00:40:57.356 네, 목소리가 진짜 좋으시네요 472 00:41:05.772 --> 00:41:09.772 통화 이렇게 연결돼서 제가 영광입니다 473 00:41:10.970 --> 00:41:16.307 이제 와서, 경란이 소개팅 남자 생기니까 이제서야 너 발뺌하는 거야? 474 00:41:20.970 --> 00:41:25.198 - 얘가 경란이한테 약간의 사심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아니라고 하잖아 - 아니야 475 00:41:36.811 --> 00:41:40.203 오늘 햇살이랑 옷 컨셉이 너무 잘 맞는데요? 476 00:41:40.203 --> 00:41:41.089 - 그래요? - 네 477 00:41:55.570 --> 00:41:56.743 완준이가 그걸 보고 씁쓸해하더라고요 478 00:41:56.743 --> 00:41:58.421 '내가 먼저 통화했는데' 하면서 아쉬워한 거야? 479 00:41:59.995 --> 00:42:01.455 내가 먼저 통화했대 480 00:42:04.505 --> 00:42:07.841 나 궁금한 게 있어 481 00:42:08.277 --> 00:42:15.039 저번에 김경란 아나운서가 친구들과 와인바에 갔어 482 00:42:15.376 --> 00:42:16.376 거기서 경란이가 와인을 먹었거든 483 00:42:17.455 --> 00:42:21.822 그런데 거기 아르바이트 직원분이 완준이 아는 분이었던 거야 484 00:42:22.713 --> 00:42:28.604 - 그래서 완준이가 그 소식을 어떻게 전해 듣고 경란이가 먹은 음식을 계산했어 - 직원이 내 후배였어 485 00:42:28.980 --> 00:42:32.208 - 내가 계산을 한 게 아니야 - 아니야, 네가 계산을 했다던데? 486 00:42:32.208 --> 00:42:34.327 - 아니, 내가 후배한테 계산을 하라고 했지 - 어, 맞아 487 00:42:34.346 --> 00:42:36.980 - 형이 그렇게 얘기했다고? - 어쨌든 완준이가 전화로 계산하라고 해서 직원이 했어 488 00:42:39.693 --> 00:42:41.218 형이 밑밥을 많이 쳐놨네 489 00:42:43.109 --> 00:42:45.505 형이 연결고리를 항상 걸어놓는 거 아니야, 연결고리를 490 00:42:45.515 --> 00:42:48.010 그랬는데 경란이가 계산을 하려고 보니 어떻게 했냐면 말이야 491 00:42:48.584 --> 00:42:50.238 세상엔 두 가지 여자 종류가 있잖아 492 00:42:50.673 --> 00:42:53.089 - 한 여자는 그냥 '잘 먹었어요' 하고 얻어 먹거든 - '감사합니다' 하고 얻어먹지 493 00:42:53.861 --> 00:43:09.594 경란이는 계산한 걸 취소해 달라고 그랬어 494 00:43:14.069 --> 00:43:15.564 경란이가 확실하게 끝냈네 495 00:43:19.386 --> 00:43:21.386 아니, 제가 너무 민망하잖아요 496 00:43:21.386 --> 00:43:23.089 뵌 적도 없는 분 돈을 내가 어떻게 받아? 497 00:43:26.089 --> 00:43:30.089 경란이는 미안하니까 그랬겠지만 그걸 겪은 남자들의 기분은 어때? 498 00:43:35.020 --> 00:43:36.228 거기서 끝내야지, 뭐 499 00:43:42.038 --> 00:43:43.246 여자가 진짜 마음이 없나보다 싶은 거지 500 00:43:47.296 --> 00:43:48.771 완준 씨가 삼연타로 맞으셨네요 501 00:43:52.534 --> 00:43:55.088 나도 한 번 그 비슷한 경험이 있었거든 502 00:43:55.405 --> 00:43:57.890 나는 상대와 한 번도 못 본 사이는 아니고, 서로 친하진 않은 사이였어 503 00:43:57.890 --> 00:44:04.514 예를 들면 내가 상대한테 식당을 물어봤는데 상대가 본인이 대신 예약하겠다 하더니 계산까지 했더라고 504 00:44:04.514 --> 00:44:08.385 그래서 내가 이제부터 이 분한테 이거 못 물어보겠다고 생각했거든 505 00:44:08.385 --> 00:44:12.306 내가 물어보면 또 사 달라는 의미 같으니까 못 물어보겠다고 생각을 했어 506 00:44:12.603 --> 00:44:16.217 그렇지만 그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냐면 되게 뭔가 기분이 좋았어 507 00:44:16.553 --> 00:44:20.603 약간 영화 속의 한 장면 같고 내가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어 508 00:44:21.088 --> 00:44:22.197 은혜 씨는 좋아했을 것 같아 509 00:44:26.870 --> 00:44:31.722 - 그래서 경란이도 기분 좋았다고 했어, 그런데 말이야 - 경란 씨도 기분 좋으셨대? 510 00:44:34.659 --> 00:44:37.801 -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 거랑 다른 의미야 - 경란이가 기분은 좋은데 거절을 한 거지 511 00:44:37.801 --> 00:44:40.187 나는 기분은 좋은데 그냥 상대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 512 00:44:40.741 --> 00:44:42.603 그때 너의 심정은 어땠어? 513 00:44:42.603 --> 00:44:52.266 경란 씨가 너무 고마운데 그러면 다음에 같이 와서 같이 먹고 그때 계산해 달라고 하셨어 514 00:44:52.266 --> 00:44:55.811 너 그 말을 믿어? 515 00:44:57.662 --> 00:44:58.672 너 왜 그래? 516 00:44:59.108 --> 00:45:00.395 은혜 잘하네 517 00:45:00.569 --> 00:45:01.266 은혜 잘했어 518 00:45:01.266 --> 00:45:02.642 난 진심이었어 519 00:45:06.860 --> 00:45:08.395 은혜 누나, 리허설 할게요 520 00:45:10.227 --> 00:45:12.840 - 리허설 - 5분 뒤에 리허설이야, 나 빨리 가야 되는데 521 00:45:13.088 --> 00:45:14.088 선배님 522 00:45:15.930 --> 00:45:18.444 자, 가볼게요, 레디 523 00:45:23.355 --> 00:45:24.207 레디 524 00:45:24.296 --> 00:45:25.484 레디와 대기의 연속이네 525 00:45:25.484 --> 00:45:26.375 맞아 526 00:45:28.791 --> 00:45:29.850 진짜 무한 대기네요 527 00:45:32.197 --> 00:45:35.484 배우들은 정말 힘든 것 같아, 대기시간이 길어서 528 00:45:53.425 --> 00:45:54.276 가자 529 00:46:45.514 --> 00:46:46.276 아이들이네 530 00:46:46.276 --> 00:46:47.840 귀여워 531 00:46:59.514 --> 00:47:02.009 - 나 너무 깜짝 놀랬잖아, 애들 깰까 봐 - 애들 깰까 봐 놀랐지, 그렇지? 532 00:47:03.870 --> 00:47:05.227 나 정말 깜짝 놀랐어 533 00:47:05.494 --> 00:47:07.563 - 애들 깨면 또 같이 자야 되니까 - 맞아요 534 00:47:24.177 --> 00:47:26.207 - 숙제검사 하시는 거예요? - 네, 숙제검사 535 00:47:29.850 --> 00:47:32.524 그램프라고 적었네, 그래프라고 고쳐줘야지 536 00:47:37.761 --> 00:47:39.781 아니, 그래프를 우리도 2학년 때 배웠나? 537 00:47:46.583 --> 00:47:48.385 쌍둥이니까 똑같이 써주지 않으면 안 돼 538 00:47:50.613 --> 00:47:52.395 애들이 자랑스럽단 말을 되게 좋아해요 539 00:47:52.801 --> 00:47:57.930 애기 때부터 내가 자기 전에 계속 해줬더니 어느 날 얘가 '엄마, 내가 자랑스럽죠?' 이러더라고 540 00:47:58.722 --> 00:48:00.167 - 그래서 내가 되게 그때 뿌듯했어 - 귀여워 541 00:48:14.316 --> 00:48:19.108 간장과 물을 1대3 비율로 넣는다 542 00:48:21.227 --> 00:48:25.880 물의 반, 간장과 물이 1대3, 맛술이 3 543 00:48:27.642 --> 00:48:29.732 얘 촬영한다고 했는데 아직 안 끝난 거 아니야? 544 00:48:30.078 --> 00:48:30.999 얘가 문자를 안 보네 545 00:48:37.603 --> 00:48:42.296 아니, 이 야심한 밤에 웬 전화신가? 546 00:48:42.741 --> 00:48:44.157 촬영 끝났어? 547 00:48:44.603 --> 00:48:45.910 - 어? 뭐라고? - 촬영 끝났어? 548 00:48:46.316 --> 00:48:47.890 어, 촬영 끝났어 549 00:48:59.167 --> 00:49:03.256 정종철 씨예요 550 00:49:04.237 --> 00:49:05.286 네, 안녕하세요 551 00:49:05.286 --> 00:49:06.603 아, 종철이구나 552 00:49:06.603 --> 00:49:07.642 이분도 우리랑 동갑이에요 553 00:49:07.741 --> 00:49:08.275 맞아 554 00:49:10.019 --> 00:49:11.890 종철이 요리 실력 예술이지, 그렇지 555 00:49:12.217 --> 00:49:13.880 종철이는 청소부터 해서 모르는 게 없어 556 00:49:13.880 --> 00:49:15.058 종철이는 재주꾼이야 557 00:49:19.138 --> 00:49:25.662 전 정종철 씨랑 방송에서 한 번 봤어요, 종철 씨가 우리 방송 패널로 출연했을 때요 558 00:49:25.850 --> 00:49:38.088 근데 나한테 종철 씨가 동갑이라고 말 놓고 친구하자고 그러는데 처음에 나는 말 잘 못 놓는다고 쭈뼛거렸어요 559 00:49:38.088 --> 00:49:40.712 그런데 저 혼자 존댓말을 할 수는 없잖아요 560 00:49:41.385 --> 00:49:43.860 이제 저도 같이 이렇게 반말을 하는데 사람이 되게 착해요 561 00:49:43.860 --> 00:49:48.048 그러니까 종철 씨는 긍정 에너지를 막 뿜어내는 친구예요 562 00:49:48.633 --> 00:49:52.900 - 아니, 지금 애들 자는데 내가 내일 일찍 일이 있거든 - 저런 친구 있으면 좋아 563 00:49:53.029 --> 00:49:53.642 맞아, 저런 친구 좋지 564 00:49:54.029 --> 00:49:57.444 내가 애들 내일 반찬 좀 만들어 놓으려고, 우리 엄마 너무 고생하니까 565 00:49:57.741 --> 00:49:59.821 - 그래서 내가 네 책을 봤거든 - 책이 나왔어? 566 00:49:59.831 --> 00:50:00.256 네, 책 나왔어요 567 00:50:00.306 --> 00:50:04.048 - 네 책에 달걀 장조림 레시피가 있잖아 - 종철이가 책을 냈어? 568 00:50:04.464 --> 00:50:05.791 맞아, 그 레시피 있지 569 00:50:08.484 --> 00:50:10.622 - 반숙 맛있겠다 - 맛있겠다 570 00:50:12.088 --> 00:50:13.375 진짜 맛있겠다 571 00:50:14.088 --> 00:50:15.682 - 맛있겠다 - 맛있겠다 572 00:50:18.296 --> 00:50:20.256 나 침 나와, 어떡해? 573 00:50:21.642 --> 00:50:25.642 그런데 나는 메추리알로 장조림 끓여서 하는 걸 해봤거든 574 00:50:26.138 --> 00:50:28.078 그건 진짜 장조림인 거구나 575 00:50:28.078 --> 00:50:32.088 그런데 네 거는 그냥 안 끓이니까 지금 하기 너무 좋은 거야, 빨리 끝나고 576 00:50:32.613 --> 00:50:33.435 어, 그렇지 577 00:50:33.613 --> 00:50:35.345 본인이 다 해보고 저렇게 레시피를 만든 거잖아 578 00:50:35.345 --> 00:50:36.801 - 어, 그렇지 - 그러니까, 종철이 정말 대단해 579 00:50:36.801 --> 00:50:37.900 안 끓여도 돼, 저거 580 00:50:38.395 --> 00:50:40.009 나도 저 책 사야 되겠다 581 00:50:40.910 --> 00:50:43.860 아니, 왜냐하면 쟤 레시피는 예사롭지가 않더라고 582 00:50:44.613 --> 00:50:47.613 그런데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여기에 대파 한 대를 쓰잖아 583 00:50:48.088 --> 00:50:51.563 그런데 이거 대파 뿌리 부분만 써, 아니면 이파리도 써? 584 00:50:52.227 --> 00:50:54.355 뿌리를 빼고 나머지 부분만 다 써 585 00:50:55.147 --> 00:50:56.395 그거를 잘게 썰어 586 00:50:56.395 --> 00:50:58.959 아니, 줄기 부분만 써, 이파리도 써? 587 00:50:59.712 --> 00:51:02.415 - 이파리도 다 써, 아깝잖아 - 그래? 알았어 588 00:51:02.415 --> 00:51:07.029 아니, 줄기가 너무 많길래 내가 너무 귀찮아서 지금 물어본 거야, 혹시 이파리 안 썰어도 되나 해서 589 00:51:07.029 --> 00:51:10.237 양파 그거 막 잘게 썰어야 하는 거 알지? 590 00:51:10.237 --> 00:51:11.048 어, 다지라는 거지? 591 00:51:11.890 --> 00:51:13.484 - 양파를 많이 다져 - 많이? 592 00:51:13.989 --> 00:51:16.474 - 어, 양파를 다져 - 양파 두 개를 할 걸 그랬나? 593 00:51:17.157 --> 00:51:19.920 나는 이 레시피에 약간 변화를 주려고 594 00:51:20.494 --> 00:51:26.494 - 어, 어떻게 변형할 건데? - 나는 가쓰오부시가 없어서 이 냄새를 잡기 위해 이 재료를 좀 넣기로 했어 595 00:51:27.524 --> 00:51:32.147 우리 애가 계란, 메추리알 잘 안 먹는데 이걸 넣으니까 냄새가 안 나더라고 596 00:51:32.840 --> 00:51:33.672 뭘 넣은 거야? 597 00:51:34.662 --> 00:51:38.435 똑같이 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잖아요, 제가 레시피를 약간 바꿔야죠 598 00:51:42.147 --> 00:51:43.563 대장금 연생이 나왔네요 599 00:51:46.138 --> 00:51:48.286 확실히 계란 비린내는 안 나네 600 00:51:53.038 --> 00:51:54.464 - 그거 넣는 거 나쁘지 않지 - 그래? 601 00:51:54.979 --> 00:51:57.326 - 어, 그거 넣는 거 나쁘지 않아 - 내가 해보고 맛을 보고 알려줄게 602 00:51:57.920 --> 00:52:00.217 그래, 그래, 한번 해보려무나 603 00:52:00.217 --> 00:52:01.435 알았어, 고마워 604 00:52:13.613 --> 00:52:15.573 이 대파를 써는 법을 내가 배웠지 605 00:52:24.524 --> 00:52:25.741 맞아, 저렇게 하면 편해 606 00:52:28.801 --> 00:52:29.880 은혜가 파를 잘 썬다 607 00:52:31.286 --> 00:52:34.593 내가 파 썰기 귀찮아서 전화한 건데 결국 썰어야 하네 608 00:52:52.221 --> 00:52:53.290 눈 매워 609 00:52:59.825 --> 00:53:00.706 쉽지 않다 610 00:53:01.934 --> 00:53:05.766 양파 썰 때 진짜 눈물 많이 나는데 611 00:53:08.518 --> 00:53:10.865 왜 이렇게 양파를 많이 넣으래, 대충 하면 되지 612 00:53:12.676 --> 00:53:15.112 양파 많이 넣어야 맛있다니 이거 큰일났네 613 00:53:16.290 --> 00:53:17.627 근데 진짜 매울텐데, 이거 614 00:53:35.488 --> 00:53:36.033 또 울어 615 00:53:39.072 --> 00:53:42.548 너무 감동적이다 616 00:53:43.419 --> 00:53:44.726 은혜 눈 감고 써는 거야? 617 00:53:45.785 --> 00:53:51.201 - 뭐 거의 한석봉 어머니가 떠오르네요 - 눈 감고 썰어 618 00:53:51.766 --> 00:53:53.122 은혜 씨 눈 감고 하는 거야? 619 00:54:16.554 --> 00:54:19.663 - 저는 계량스푼 쓰기 귀찮아서 그냥 했어요 - 그럼, 그래도 되지 620 00:54:21.911 --> 00:54:23.684 설탕은 다섯 스푼 621 00:54:27.292 --> 00:54:33.101 이제 마늘과 참기름을 넣고, 이것들을 이제 다 넣으면 돼 622 00:54:39.489 --> 00:54:40.598 진짜 맛있겠다 623 00:54:41.894 --> 00:54:46.973 우리의 포인트는 유자청입니다 624 00:54:49.251 --> 00:54:50.894 저거 넣으면 괜찮아, 맞아 625 00:54:52.013 --> 00:54:55.617 - 간장에서 유자폰즈 맛이 나더라고 - 그렇지, 맞아 626 00:54:56.023 --> 00:54:57.261 저거 고기 찍어 먹어도 맛있어 627 00:54:58.924 --> 00:55:04.290 근데 이 메추리알이, 우리 재호가 약간 이런 계란 비린내를 싫어하거든요 628 00:55:05.340 --> 00:55:09.340 지금은 약간 비린내가 나는데 유자를 넣으면 진짜 비린내가 안 나나 내가 맛을 봐야겠다 629 00:55:12.241 --> 00:55:15.290 은혜 어린이는 이렇게 파 서걱서걱 씹히는 거 싫어하는데 630 00:55:20.033 --> 00:55:23.667 밥에 비벼 먹으면 괜찮은데 이렇게 파가 씹혀도 맛이 괜찮나? 631 00:55:23.667 --> 00:55:24.597 내가 먹어봐야겠다 632 00:55:31.360 --> 00:55:34.459 일단 우리 애들한텐 파를 먹여야 하니까 넣긴 했어요 633 00:55:57.469 --> 00:55:59.647 - 저럴 때 밥이 저만큼 남아 있으면 진짜 반갑지 - 네, 그러니까요 634 00:56:00.181 --> 00:56:02.716 - 저게 밥도둑이거든 - 찬밥이 딱 있더라고, 저만큼이 635 00:56:06.756 --> 00:56:07.459 이거 맛있다 636 00:56:09.043 --> 00:56:10.459 비벼먹어야 맛있다니까 637 00:56:19.270 --> 00:56:20.360 - 맛있다 - 맛있겠다 638 00:56:23.293 --> 00:56:25.181 나 침 나와, 어떡해 639 00:56:28.617 --> 00:56:33.350 이게 상큼해서 미세먼지 있는 답답한 날 먹으면 속이 시원할 거 같은데? 640 00:56:47.211 --> 00:56:47.845 만들기 쉽네 641 00:56:48.280 --> 00:56:52.568 우리 운동선생님 보면 난리나겠네, 이 밤중에 밥을 한그릇 먹고 있다고 642 00:56:58.528 --> 00:56:59.152 넥스트 643 00:57:22.241 --> 00:57:25.285 은혜도 화장 안 한 얼굴이 제일 예뻐요 644 00:57:25.285 --> 00:57:27.067 아니, 은혜 씨는 원래 예쁘시잖아요 645 00:57:33.290 --> 00:57:37.686 아이가 잠든 시간이 엄마에게는 하루 일과의 끝이거든요 646 00:57:38.498 --> 00:57:41.201 그게 하루일과의 끝이자 내일과의 시작이지 647 00:57:52.696 --> 00:58:05.409 나만을 위한 휴식을 할 수 있는 하루의 모든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릴 수 있는 그런 시간이죠 648 00:58:13.290 --> 00:58:18.924 아이를 재우고 보내는 나의 시간의 소중함은 엄마들이라면 다 공감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649 00:58:31.419 --> 00:58:33.379 - 너무 멋져 보여요 - 진짜요? 650 00:58:33.716 --> 00:58:34.667 진짜 멋있어요 651 00:58:34.944 --> 00:58:36.577 워킹맘들은 다 저렇게 살잖아요 652 00:58:36.696 --> 00:58:40.132 제가 저 영상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653 00:58:40.132 --> 00:58:43.439 제가 은혜 씨를 보니까 지금 너무 멋진 모습이잖아요 654 00:58:43.627 --> 00:58:49.716 나도 똑같은 워킹맘을 했는데 왜 나는 내 스스로한테 그렇게 질책을 했을까요? 655 00:58:49.716 --> 00:58:54.191 제 3자 입장에서는 나 자신을 칭찬해주는 모습이 더 멋있어 보이는데 656 00:58:54.587 --> 00:58:59.676 나는 내 스스로를 너무 어두운 곳으로 가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657 00:59:01.251 --> 00:59:05.983 확실히 저도 VCR 보니까 워킹맘 다큐멘터리 보는 느낌이에요 658 00:59:05.983 --> 00:59:13.904 - 아까 말씀하신 대로 꼭 싱글맘이 아니더라도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분들은 은혜 씨 VCR 보고 다 공감을 하실 것 같아요 - 그렇지, 그렇지 659 00:59:14.171 --> 00:59:18.221 은혜 씨 VCR 볼 때 제가 좀 안타깝게 느껴지는 게 있는데요 660 00:59:18.795 --> 00:59:20.369 은혜 씨는 다 너무 열심히 하려고 그러세요 661 00:59:20.924 --> 00:59:24.488 은혜 씨는 배우로서도 너무 열심히 하려고 그러고 엄마로서도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해요 662 00:59:24.488 --> 00:59:26.419 근데 중요한 게 균형이거든요 663 00:59:26.726 --> 00:59:29.251 은혜 씨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시고 계시거든요 664 00:59:29.251 --> 00:59:33.082 그래도 은혜 씨가 애한테 괜히 미안하고 애들을 봐준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잖아요 665 00:59:33.082 --> 00:59:37.528 그래서 그 늦은 시간에 본인이 뭐라도 하나 더 해주려고 그런 노력들을 하시는 거잖아요 666 00:59:37.528 --> 00:59:40.211 제가 볼 때 약간 걱정이 될 정도로 은혜 씨가 선을 좀 넘고 있지 않나 싶어요 667 00:59:40.290 --> 00:59:45.350 그러다 보면 결국 본인이 너무 지치거나 너무 힘들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좀 돼요, 저는 668 00:59:45.726 --> 00:59:50.488 - 그래서 저는 은혜 씨가 그런 지나친 죄책감을 좀 안 가지시기를 바라요 - 그래, 맞아 669 00:59:51.290 --> 00:59:56.003 - 그러니까 이 우다사에서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내가 보게 돼요 - 정말 그런 것 같아 670 00:59:56.003 --> 00:59:59.676 - 그래서 제가 '내가 저렇게 살고 있구나' 하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- 그렇지 671 00:59:59.865 --> 01:00:03.419 '내가 저런 인생을 살고 있구나' 하는 걸 제가 여기서 봐요 672 01:00:03.835 --> 01:00:08.280 - 그러니까 자기가 어떤 표정을 지는지 우리는 모르잖아 - 맞아 673 01:00:08.280 --> 01:00:16.647 근데 아까 경란이도 색소포니스트를 볼 때 본인이 이런 표정인지 몰랐을 거 아니야? 674 01:00:27.528 --> 01:00:29.301 이거는 제 선물이에요 675 01:00:30.775 --> 01:00:34.716 제가 색소폰을 하나 드릴게요 676 01:00:35.082 --> 01:00:36.142 진짜 색소폰을 준다고? 677 01:00:38.063 --> 01:00:39.825 이거 되게 비싼 건데 678 01:00:42.379 --> 01:00:43.716 - 예뻐요 - 예쁘죠? 679 01:00:44.469 --> 01:00:48.152 - 정진 씨 악기를 똑같이 생겼어요 - 제 거랑 똑같은 포맷이고요 680 01:00:48.152 --> 01:00:49.419 정진 씨가 새 악기를 사 온 거야? 681 01:00:53.419 --> 01:00:55.488 '애나 킴'이라고 제가 명찰을 만들었어요 682 01:00:58.876 --> 01:01:01.074 - 경란이 대학생 같다 - 진짜 괜찮다 683 01:01:02.469 --> 01:01:05.469 연습실로 가서 제가 레슨을 한번 해볼게요 684 01:01:05.558 --> 01:01:06.459 가보겠습니다 685 01:01:08.558 --> 01:01:09.508 과외 선생님이구나 686 01:01:11.716 --> 01:01:16.795 들어오시면 여기서 저희 오늘 즐거운 시간을 갖겠습니다 687 01:01:17.231 --> 01:01:18.617 - 여기 예쁘네요 - 그렇죠? 688 01:01:20.676 --> 01:01:22.330 저희 합주하는 합주실이에요 689 01:01:22.657 --> 01:01:25.657 그래서 여기엔 사운드 어쿠스틱 같은 디자인도 다 돼 있어요 690 01:01:27.568 --> 01:01:28.884 - 그랜드 피아노다! - 네, 피아노도 있어요 691 01:01:31.538 --> 01:01:40.102 제가 이 그랜드 피아노 너무 예뻐서 빵 학교 다닐 때 졸업 작품 빵 반죽을 그랜드 피아노로 만들었어요 692 01:01:40.944 --> 01:01:42.756 제가 그거 인스타에서 본 거 같아요 693 01:01:43.063 --> 01:01:46.379 - 보셨어요? 음표가 이렇게 나오는 거요? - 그게 빵이에요? 694 01:01:46.568 --> 01:01:47.766 빵 반죽이에요 695 01:01:48.419 --> 01:01:54.478 - 제가 반죽해서 쫙 펼쳐서 만든 거예요 - 음표랑 오선지에 음표가 그려져 있던 거 맞죠? 696 01:01:54.548 --> 01:01:55.379 피아노 잘 치세요? 697 01:01:55.379 --> 01:01:56.360 저 피아노 잘 못 쳐요 698 01:01:56.360 --> 01:01:59.459 - 근데 그냥 간단한 재즈곡 같은 건 제가 연주할 수 있어요 - 진짜? 놀라워요 699 01:01:59.478 --> 01:02:02.419 제가 한 곡 연주해 드릴 건데 기억이 나려나 모르겠어요 700 01:02:03.706 --> 01:02:05.330 피아노 치는 남자 멋있어 701 01:02:05.706 --> 01:02:07.270 나도 피아노 치는 남자가 이상형인데 702 01:02:10.132 --> 01:02:12.805 - 제가 한 곡 연주해 볼게요, 기억이 나려나 - 네 703 01:02:30.439 --> 01:02:31.439 멋있다 704 01:02:31.676 --> 01:02:34.706 - 지금 사랑의 불시착이 여기서 시작되고 있는 거예요 - 맞아, 사랑의 불시착이네 705 01:02:41.508 --> 01:02:42.508 나 이 곡 들어봤어 706 01:02:42.904 --> 01:02:44.330 이 곡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예요 707 01:02:54.201 --> 01:02:55.469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708 01:02:56.548 --> 01:02:57.944 그냥 간단하게 치시네요 709 01:02:57.944 --> 01:03:01.201 그냥 코드 잡는 것만 제가 옛날에 많이 연습해서요 710 01:03:01.419 --> 01:03:06.568 제가 보기에는 저랑 피아노 듀오 치면 되게 좋을 것 같은데요 711 01:03:07.280 --> 01:03:13.142 - 어려운 곡은 아니고 제가 그때 연주해드린 Somewhere over the rainbow 기억나시죠? - 네 712 01:03:35.300 --> 01:03:36.617 - 저랑 같이 연주하자는 거죠? - 네 713 01:03:37.112 --> 01:03:40.191 - 제가 그러면 멜로디를 하고 선생님이 반주를 하고요? - 제가 반주를 해드릴게요 714 01:03:40.191 --> 01:03:41.280 우리가 도전을 한번 해보죠 715 01:03:41.825 --> 01:03:42.449 잠시만요 716 01:03:42.508 --> 01:03:43.756 저 악보 보고 해도 되죠? 717 01:03:43.756 --> 01:03:46.627 네, 악보 찾아보신 다음에 보고 하세요 718 01:04:06.973 --> 01:04:08.815 그냥 저희가 같이 숨 쉬는 것처럼 편하게 해요 719 01:04:09.716 --> 01:04:11.528 같이 숨 쉬는 것처럼이래 720 01:04:11.904 --> 01:04:14.310 저 약간 떨렸어요, 진짜, 잘 맞을까? 721 01:04:17.884 --> 01:04:21.657 하나, 둘, 셋, 넷 722 01:04:34.023 --> 01:04:34.676 좋아요 723 01:04:39.775 --> 01:04:44.954 저렇게 둘이 앉아서 젓가락 행진곡을 칠 줄 알았는데 'over the rainbow'를 연주하니까 의외다 724 01:05:13.558 --> 01:05:14.558 우리 같이 연주가 가능하네요, 이게 725 01:05:16.340 --> 01:05:23.805 근데 진짜 제가 둘이 같이 피아노 친 게 얼마 만일까요? 726 01:05:30.469 --> 01:05:33.082 - 정말 매력있다 정진씨, 그렇지? - 네 727 01:05:34.171 --> 01:05:35.736 첫 데이트에서 이 정도면 정진 씨 뭐 완벽한 남자죠 728 01:05:44.647 --> 01:05:49.369 경란 씨가 이렇게 피아노를 잊고 사셨고 음악을 인생에서 아예 잊고 사셨잖아요 729 01:05:49.369 --> 01:05:56.686 근데 제 생각엔 음악이 너무너무 중요한 인생의 한 벗 같아요 730 01:05:56.686 --> 01:06:01.231 힘든 일이 있고 좋은 일이 있고 여러 가지 일이 인생에 있잖아요 731 01:06:01.231 --> 01:06:10.726 음악이 있으면 정말 슬픈 일은 더 빨리 헤쳐나갈 수 있고 좋은 일은 더 행복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아요 732 01:06:11.132 --> 01:06:19.621 제가 보기엔 경란 씨가 워낙 음악 듣는 건 좋아하시니까 본인이 직접 하는 게 중요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733 01:06:34.562 --> 01:06:39.211 - 색소폰을 제가 이제 한번 도전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- 정말요? 이제 시작하는구나 734 01:06:50.855 --> 01:06:52.295 둘이 커플룩이야 735 01:06:52.889 --> 01:06:54.795 - 그러네, 커플룩이네 - 난 몰랐어 736 01:06:54.795 --> 01:06:56.381 - 옷도 맞추기로 하신 거예요? - 아니에요 737 01:06:56.381 --> 01:06:57.107 상의, 하의 다 똑같은데요 738 01:06:57.107 --> 01:07:01.102 - 청바지 색깔도 둘이 똑같아 - 흰 신발까지 둘이 똑같아 739 01:07:01.300 --> 01:07:04.860 흰 색 신발을 두 분 다 우연히 신는다는 건 진짜 쉽지 않아요 740 01:07:07.176 --> 01:07:09.790 악기 주시면 제가 악기 한번 봐드릴게요 741 01:07:10.335 --> 01:07:13.478 악기는 보통 이렇게 바닥에다 이렇게 놓으시면 돼요 742 01:07:13.954 --> 01:07:21.637 이게 이제 악기 본체인데 여기 있는 이거는 항상 끼워놓는 건데 이렇게 빼면 돼요 743 01:07:21.894 --> 01:07:22.815 빼신 다음에는요 744 01:07:30.934 --> 01:07:33.142 - 피아노 같은 경우 줄로 조율을 하잖아요 - 조율을 하죠 745 01:07:33.142 --> 01:07:34.053 색소폰은 파이프로 조율해요 746 01:07:34.152 --> 01:07:40.449 파이프가 길어지면 저음, 소리가 낮아지고 짧아질수록 고음이 올라가니까 그렇게 음정으로 맞춰요 747 01:07:40.449 --> 01:07:42.825 이게 리드인데 이렇게 생겼고요 748 01:07:43.072 --> 01:07:50.508 이게 색소폰의 사람 목소리 같은 역할인데, 목소리는 성대가 울려서 나는 거면 색소폰은 리드가 울려서 소리나는 거거든요 749 01:07:50.587 --> 01:07:52.548 이거를 우선 입으로 적셔야 돼요 750 01:07:52.865 --> 01:07:53.558 입으로 적신다고요? 751 01:07:53.607 --> 01:07:54.135 이거를 이렇게 입에 넣어요 752 01:07:56.419 --> 01:07:57.904 - 아예 통째로 입에 넣는다고요? - 네 753 01:08:03.766 --> 01:08:06.538 난 저게 너무 좀 당황스러웠어 754 01:08:07.845 --> 01:08:11.191 이걸 씹어 드시는 게 아니라 이 나무가 젖어야 돼요, 입에서 755 01:08:11.191 --> 01:08:12.191 - 전체를 다 적셔야 한다고요? - 네 756 01:08:13.102 --> 01:08:13.627 한 이 정도 젖으면 돼요 757 01:08:14.825 --> 01:08:18.726 이건 끝까지 다 젖은 편인데 우선 앞 부분이 젖어야 돼요 758 01:08:23.270 --> 01:08:24.469 경란이가 하라니까 하는데 민망해 보여 759 01:08:24.924 --> 01:08:29.966 - 침 묻은 걸 보는 앞에서 빼내야 하잖아 - 보면 이제 앞 부분이 되게 평평해지죠? 760 01:08:29.966 --> 01:08:31.637 - 아직 덜 젖었나요? - 조금 더 해야 해요 761 01:08:33.320 --> 01:08:35.152 경란이가 침 묻힌 걸 보여줘야 돼 762 01:08:36.924 --> 01:08:37.775 이 정도면 괜찮나요? 763 01:08:40.696 --> 01:08:45.568 여기에다가 하면 리드가 젖어있기 때문에 이렇게 붙어있을 거예요 764 01:08:46.627 --> 01:08:49.775 - 이렇게 앞에 보면 정확한 모양으로 돼있죠, 얘가? - 네 765 01:08:49.795 --> 01:08:50.795 이게 붙어서 안 떨어져요 766 01:08:51.023 --> 01:08:54.300 이걸 다 적셨기 때문에, 그래서 제가 다 적시라고 말씀드린 거고요 767 01:08:54.855 --> 01:08:56.746 그래서 이걸 입술에다 놓으시고요 768 01:08:57.914 --> 01:09:00.181 죄송합니다 769 01:09:00.181 --> 01:09:01.181 이렇게 하면 소리가 나야 돼요 770 01:09:02.211 --> 01:09:02.973 한번 시도해볼게요 771 01:09:03.716 --> 01:09:06.716 - 저 이거 한 달 만에 다시 소리 날까요? - 그러니까요 772 01:09:10.290 --> 01:09:11.716 경란 씨 목소리에 애교가 있어 773 01:09:12.241 --> 01:09:13.340 경란 씨 재능 있어 774 01:09:15.320 --> 01:09:20.587 - 제가 시즌 1을 쫙 봤는데 그때 경란 씨의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- 그렇지, 나도 공감해 775 01:09:20.825 --> 01:09:22.716 경란 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애교스러워요 776 01:09:22.914 --> 01:09:25.063 그래요? 내가 애교가 있구나 777 01:09:27.587 --> 01:09:29.330 - 저거 봐, 경란이 애교 봐 - 경란인 아까 서 있을 때부터 애교스러웠다니까 778 01:09:29.548 --> 01:09:32.746 저 표정은 정말 나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초등학생 표정이잖아 779 01:09:37.251 --> 01:09:38.023 좋습니다 780 01:09:40.568 --> 01:09:41.171 소리가 되게 좋아요 781 01:09:41.171 --> 01:09:42.142 그 느낌 잊어버리지 마세요 782 01:09:42.142 --> 01:09:43.063 이제 움직이지 마세요 783 01:09:47.072 --> 01:09:48.689 좋아요, 좋아요, 굉장히 좋아요 784 01:09:48.689 --> 01:09:51.946 원, 투리, 쓰리, 포 785 01:09:54.082 --> 01:09:55.023 그건 되게 고음이네요 786 01:09:58.746 --> 01:10:00.736 - 정진 씨 태도가 자연스럽다 - 계속하니까 제가 힘이 들긴 하네요 787 01:10:01.063 --> 01:10:02.597 그렇죠, 당연하죠, 이제 시작했는데요 788 01:10:04.845 --> 01:10:06.310 소리가 잘 나는 스팟이 있어요 789 01:10:07.201 --> 01:10:08.003 - 경란이 잘한다 - 좋아요 790 01:10:08.003 --> 01:10:12.023 - 그러면 한 번 이제 악기에 리드를 꽂아볼게요 - 내가 색소폰을 해 봐서 아는데 저 소리가 잘 안 나거든 791 01:10:14.261 --> 01:10:15.914 - 제가 이렇게 리드를 악기에 꽂아 볼게요 - 이 소리도 간신히 나는데 악기 소리가 날까요? 792 01:10:16.607 --> 01:10:19.607 오히려 악기에 꽂으면 더 느낌이 좋을 수도 있어요 793 01:10:29.676 --> 01:10:30.775 이게 메달은 아니고요 794 01:10:34.243 --> 01:10:34.934 이렇게 하시면 돼요 795 01:10:35.162 --> 01:10:36.389 저럴 때 여자는 설렌다고 796 01:10:36.756 --> 01:10:40.132 - 남자가 슬쩍슬쩍 터치할 때 설레지 - 어, 머리에 뭐 걸어주고 남자가 이럴 때 여자가 설레 797 01:10:40.132 --> 01:10:42.716 색소폰이 터치가 많은 악기네요 798 01:10:45.409 --> 01:10:49.221 저는 이걸 들고 할 수 있는데 이 악기가 무거워요 799 01:10:49.548 --> 01:10:55.835 악기가 무거워서 여기다 훅킹을 하는 거고, 원래 색소폰이 이렇게 훅킹을 해서 연주하는 거예요 800 01:10:56.439 --> 01:10:58.894 제가 핑거링을 살짝 알려드릴게요 801 01:10:59.013 --> 01:11:04.419 오른손 엄지가 여기로 이렇게 들어가는 거예요 802 01:11:10.409 --> 01:11:11.568 이 손가락은 여기에 두시고요 803 01:11:11.914 --> 01:11:13.795 - 그 조그마한 애는 우리가 안 써요 - 안 쓰는구나 804 01:11:13.795 --> 01:11:15.934 여기에 이렇게 잡는 거예요 805 01:11:16.461 --> 01:11:22.560 - 도, 레, 미, 파, 솔, 라, 시, 도 - 도? 806 01:11:22.560 --> 01:11:25.558 - 똑같아요, 리코더 운지법이랑요 - 네, 그러네요 807 01:11:31.171 --> 01:11:33.706 이 시간 이후로 색소폰 가게 동나겠어요 808 01:11:34.434 --> 01:11:36.583 연애 시작하신 분들이 색소폰 필요하겠어요 809 01:11:36.721 --> 01:11:39.003 젊은 친구들은 돈이 없으니까 그냥 리코더로 하면 되겠다 810 01:11:42.766 --> 01:11:46.498 정진 씨는 처음에 소리내는 거에 목표했던 곡이 뭐였어요? 811 01:11:47.280 --> 01:11:49.815 - 나비아 같은 곡을 목표로 했죠 - 진짜요? 놀랍다 812 01:12:02.835 --> 01:12:04.894 가수들이 꾸며 부르듯이 정진 씨가 색소폰을 연주하시네요 813 01:12:05.191 --> 01:12:07.538 - '나비야' 이렇게 꾸며서 - 재지하게 연주하는 거지 814 01:12:07.538 --> 01:12:10.558 - 뭐라고? 다시 불러 봐 - '나비야' 이렇게 정진 씨가 연주하시네 815 01:12:26.827 --> 01:12:28.609 제 연주 어때요? 그냥 제가 만든 거예요 816 01:12:29.766 --> 01:12:32.290 - 처음에는 도를 한번 해볼게요, 그냥 도 - 도? 817 01:12:35.072 --> 01:12:36.221 이렇게 소리가 나오면 될 것 같은데요 818 01:12:40.419 --> 01:12:41.865 저는 튜닝을 마친 거고요 819 01:12:41.904 --> 01:12:43.379 원래 '도' 연주를 하면 '도' 음정이 안 나올 거예요 820 01:12:43.379 --> 01:12:46.261 - 음정이 안 나오겠죠, 당연히 - 이렇게 해서 한번 불어보세요, 어떤 소리가 나나 821 01:12:46.419 --> 01:12:48.964 - 경란이가 왜 계속 웃는 거죠? - 언니 왜 이렇게 깔깔대며 웃는 거야? 822 01:12:48.986 --> 01:12:52.254 - 경란이가 왜 이렇게 웃는 거야, 대체? - 저게 깔깔깔 웃을 일이냐고 823 01:12:53.904 --> 01:12:55.270 소리가 나오나 안 나오나 우리 같이 볼게요 824 01:12:55.914 --> 01:12:57.300 어떤 소리가 나올까? 825 01:12:59.498 --> 01:13:00.439 저랑 같이 불어볼게요 826 01:13:07.290 --> 01:13:08.587 소리 잘 나네 827 01:13:09.766 --> 01:13:13.577 음정이 있는데요? 소리가 아주 좋아요 828 01:13:15.320 --> 01:13:17.082 자꾸 이렇게 바람이 새 나가려고 그래요 829 01:13:17.082 --> 01:13:21.320 그렇죠, 그거는 왜냐하면 입술 여기 부분에 근육이 별로 없어서 그래요 830 01:13:21.320 --> 01:13:25.429 제가 여기 얼굴이 통통한 게 입술 근육이 많아서 그런 거예요 831 01:13:26.350 --> 01:13:28.300 나 힘들어 832 01:13:29.270 --> 01:13:31.548 경란이가 애교 덩어리였네 833 01:13:32.350 --> 01:13:35.607 - 경란이 입이 삐쭉삐쭉거릴 때 있잖아 - 맞아 834 01:13:36.280 --> 01:13:38.063 이게 공기 저항력이 좀 많죠? 835 01:13:38.548 --> 01:13:41.944 - 힘드시면 악기를 여기 무릎 사이에 걸쳐서 해도 돼요 - 그래도 돼요? 836 01:13:42.211 --> 01:13:44.152 - 좀 더 악기를 당겨서 하세요 - 아, 더 당길까요? 837 01:13:44.587 --> 01:13:46.082 그리고 악기를 여기다 얹어놓은 다음에 연주해 보세요 838 01:13:52.647 --> 01:13:53.508 해볼게요, 좋아요 839 01:13:57.518 --> 01:13:58.647 지금 되게 소리 좋았어요 840 01:13:59.457 --> 01:14:00.665 '레'는 이렇게 잡아야죠 841 01:14:07.954 --> 01:14:10.241 - 다 닫아서 연주했어야 됐죠? - 네, 틀려도 괜찮아요 842 01:14:13.241 --> 01:14:14.439 세게 밀어야 돼요 843 01:14:16.934 --> 01:14:18.221 자연스럽게 둘이 스킨십을 하네요 844 01:14:19.053 --> 01:14:23.627 - 내가 볼 때 경란이가 충분히 불 수 있는데 일부러 안 불고 있었던 거야 - 맞아 845 01:14:24.993 --> 01:14:26.726 난 기억도 안 나, 정진 씨가 저때 저러셨구나 846 01:14:29.152 --> 01:14:29.669 '파' 불어볼까요? 847 01:14:30.914 --> 01:14:32.568 - 조금만 쉴게요 - 네, 이게 원래 쉽지 않아요 848 01:14:33.241 --> 01:14:36.072 여기서 이렇게, 손이 왜 이렇게 냉동실이에요? 849 01:14:36.627 --> 01:14:37.399 괜찮으세요? 850 01:14:38.023 --> 01:14:39.795 제가 손이 차요 851 01:14:40.877 --> 01:14:43.570 - 나 너무 더운데 손이 차 - 손이 이렇게 차네 852 01:14:43.993 --> 01:14:46.637 여기 엄지가 막 엄청 작살났네 853 01:14:48.241 --> 01:14:57.746 근데 진짜 제 엄지가 좀 불쌍한 게 제가 베이킹하면서 엄지를 진짜 많이 써서 엄지가 아프거든요 854 01:14:58.181 --> 01:15:02.627 - 제가 고른 악기도 엄지를 많이 쓰는 악기네요 - 그러네요, 엄지가 되게 특이하게 생기셨네요 855 01:15:02.627 --> 01:15:03.112 왜요? 856 01:15:03.270 --> 01:15:04.964 엄지 손가락이 엄지 발가락 같이 생겼어요 857 01:15:10.379 --> 01:15:11.379 귀엽다 858 01:15:11.637 --> 01:15:12.766 정진 씨가 유머감각이 있으시네 859 01:15:12.973 --> 01:15:14.488 그게 아니라 아프죠, 여기? 860 01:15:15.894 --> 01:15:20.142 제가 여기다 그러면 고무 패드를 하나 갖다 드릴게요 861 01:15:20.142 --> 01:15:21.439 원래 있어요, 그런 게? 862 01:15:30.766 --> 01:15:31.766 박수! 863 01:15:34.360 --> 01:15:35.360 경란이 잘한다 864 01:15:36.399 --> 01:15:38.419 - 그러니까 경란이가 원래 다 할 줄 알았다니까 - 정말 그러네 865 01:15:40.558 --> 01:15:41.558 근데 경란이 진짜 잘한다 866 01:15:42.369 --> 01:15:43.904 나 아까 형이 얘기한 포인트를 알아요 867 01:15:43.964 --> 01:15:47.548 경란이가 도, 레가 나와버리니까 본인이 놀라서 멈추는 걸 내가 아까 봤거든 868 01:15:48.944 --> 01:15:50.241 - 소리가 안 나와야 되는데 - 그러니까 869 01:16:09.894 --> 01:16:16.983 캠퍼스 이쪽 위에서 여기 펜스를 없앤 다음에 축제를 여기서 해요 870 01:16:16.983 --> 01:16:20.419 - 진짜요? 신기하다 - 연예인들 엄청 많이 초대해서 축제하고 그래요 871 01:16:20.577 --> 01:16:23.270 - 축제하면 여기가 사람으로 꽉 차요 - 올라오니까 느낌이 완전 달라요 872 01:16:24.577 --> 01:16:31.904 저도 이맘때쯤 대학교 교정 걸으면 처음 학교 입학해서 걸어가던 때가 생각나요 873 01:16:32.102 --> 01:16:35.815 난 그때 스치던 바람도 아직도 못 잊겠거든 874 01:16:37.360 --> 01:16:38.270 좋겠다 875 01:16:38.993 --> 01:16:43.419 영상만 봐도 우리가 20살 감성으로 돌아간다 876 01:16:46.429 --> 01:16:48.092 - 우리 여기 잠깐 앉을까요? - 여기요? 877 01:16:49.686 --> 01:16:51.766 - 근데 되게 시원하네요 - 여기선 전경이 다 보이죠? 878 01:16:52.300 --> 01:16:53.181 네, 학교가 다 보여요 879 01:17:00.132 --> 01:17:01.300 안 추우세요? 괜찮으세요? 880 01:17:01.904 --> 01:17:03.320 네, 뭐 이 정도는 괜찮아요 881 01:17:05.033 --> 01:17:09.231 근데 제가 오늘 진짜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했네요 882 01:17:10.325 --> 01:17:11.889 - 어땠어요, 오늘 재밌었어요? - 네 883 01:17:11.889 --> 01:17:14.053 가장 중요한 건 재미가 있냐 없냐인 것 같아요 884 01:17:14.053 --> 01:17:15.973 저 오늘 엄청 많이 웃지 않았어요? 885 01:17:16.038 --> 01:17:16.964 경란 씨 오늘 엄청 웃으셨어요 886 01:17:16.964 --> 01:17:22.766 근데 제 농담이 경란 씨 코드와 맞는 건지 제가 너무 썰렁해서 웃으셨는지 모르겠지만요 887 01:17:23.449 --> 01:17:26.815 - 너무 농담을 많이 해서 제가 죄송합니다,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장난꾸러기예요 - 아니에요 888 01:17:28.825 --> 01:17:43.815 그때 호란이가 제가 이혼한 얘기해서 놀라진 않으셨어요? 889 01:17:48.291 --> 01:17:52.795 그런 건 저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890 01:17:55.587 --> 01:17:57.686 제가 생각하는 바는 이래요 891 01:17:57.686 --> 01:18:08.588 저는 결혼하고 이혼하는 게 잘못하고 잘한 거라는 개념이 있다는 자체가 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892 01:18:10.380 --> 01:18:12.410 전 그 문제는 굉장히 사적인 거라고 생각하고요 893 01:18:13.182 --> 01:18:16.399 전 이혼은 한 가지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894 01:18:16.399 --> 01:18:26.132 제가 미국에서 자라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국이란 나라 자체에서도 그걸 전혀 흠이라고 생각 안 하거든요 895 01:18:29.488 --> 01:18:32.112 지난번에 재진이가 얘기한 거랑 똑같이 얘기하네 896 01:18:42.924 --> 01:18:55.478 제가 보기엔 저를 만난 건 그냥 경란 씨가 이렇게 살다가 저를 만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인 거예요 897 01:18:55.478 --> 01:18:58.954 그때 경란 씨가 우리는 만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898 01:18:58.954 --> 01:19:07.145 제가 이걸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난 저 사람을 당연히 만날 수 있었고 그래서 만났다고 생각해요 899 01:19:07.333 --> 01:19:09.753 이건 다 'meant to be' 같아요 900 01:19:09.753 --> 01:19:14.313 전 그냥 이렇게 우리가 만날 수 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901 01:19:27.244 --> 01:19:28.353 이 얘기 너무 재밌는데 아쉽다 902 01:19:28.353 --> 01:19:30.820 - 캠퍼스 드라마 보는 기분이에요 - 어, 이거 드라마 또 언제 방송해요? 903 01:19:31.444 --> 01:19:32.295 이 드라마 언제 방송해? 904 01:19:37.166 --> 01:19:38.691 둘이 여행갔나봐 905 01:19:38.691 --> 01:19:39.839 벌써 둘이 여행을 갔다고? 906 01:19:46.928 --> 01:19:49.334 둘이 눈에서 하트가 뿅뿅뿅 날라가 907 01:19:49.334 --> 01:19:49.836 맛있다 908 01:19:52.849 --> 01:19:53.849 부럽다 909 01:19:53.849 --> 01:19:54.998 재진 씨가 스위트한 스타일이야 910 01:19:54.998 --> 01:19:56.443 경란의 이상형이군 911 01:19:56.651 --> 01:19:59.146 - 여자가 남자한테 푹 빠졌네, 지금 - 경란이 떨리나 봐 912 01:19:59.641 --> 01:20:00.968 나 지금 멜로 영화 보는 것 같아 913 01:20:02.196 --> 01:20:03.720 그냥 둘은 저기 손잡으러 간 거예요 914 01:20:03.720 --> 01:20:05.542 뻘에 가면 손을 많이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둘이 뻘에 간 거지 915 01:20:06.186 --> 01:20:08.671 저분이 스킨쉽을 잘 주도하세요 916 01:20:09.097 --> 01:20:13.829 좋아하는 사람하고 둘이 있으니까 모든 게 힘들지도 않은 거지 917 01:20:14.384 --> 01:20:16.314 옷을 또 서로 벗겨줘야 되는 거야? 918 01:20:16.552 --> 01:20:18.552 이게 경란이가 진짜 계획이 있다니까 919 01:20:20.859 --> 01:20:23.087 진짜 되게 신기하다 920 01:20:23.780 --> 01:20:25.532 둘이 몸이 엄청 밀착되고 있어요 921 01:20:25.621 --> 01:20:26.701 둘 몸이 붙었어, 그냥 922 01:20:28.235 --> 01:20:29.463 방도 잡았어, 경란이가 923 01:20:29.463 --> 01:20:30.641 1박 2일 여행이었구나 924 01:20:30.849 --> 01:20:35.978 이럴 때 우리가 맛있는 파티를 한다 생각하고 라면을 끓여먹는 건 어때요? 925 01:20:36.364 --> 01:20:38.364 어떡해, 부끄러워! 926 01:20:39.740 --> 01:20:41.166 저분 저런 멘트 많이 해보셨네 927 01:20:41.166 --> 01:20:42.829 진짜 경란이가 달라졌어 928 01:20:48.899 --> 01:20:49.899 - 입에 뭐가 묻으셔서요 - 그래요? 929 01:20:50.025 --> 01:20:51.362 제가 닦아드렸어요 930 01:20:54.958 --> 01:20:55.958 둘이 싸운 거 아니야? 931 01:20:56.136 --> 01:20:57.245 얼굴 빨개지셨어 932 01:20:57.681 --> 01:20:58.780 화났어, 화났어 933 01:20:59.215 --> 01:21:03.909 이거는 다니엘 헨리 같은 사람이랑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? 934 01:21:04.928 --> 01:21:07.097 - 다니엘 헤니요? - 네, 경란 씨 다니엘 헤니 엄청 좋아하시잖아요 935 01:21:07.889 --> 01:21:10.621 안녕하세요, 경란 씨, 저 다니엘인데요 936 01:21:11.275 --> 01:21:13.899 여자들의 로망이 훈남이에요, 사실 937 01:21:13.998 --> 01:21:18.691 다니엘 헨리가 훈남이에요? 938 01:21:20.354 --> 01:21:22.305 잘 지내시죠? 진짜 오랜만이에요 939 01:21:22.839 --> 01:21:26.582 다니엘 헨리한테 영상편지 받은 여자가 과연 대한민국에 몇 명 될까요? 940 01:21:26.711 --> 01:21:28.948 근데 다니엘 헤니 얘기를 왜 자꾸 하세요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