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05.525 --> 00:00:09.825 웹툰 심화편 합평 및 퇴고, 이렇게 해보자 2 00:00:25.275 --> 00:00:28.725 안녕하세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에서 3 00:00:28.725 --> 00:00:31.875 학생들에게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는 양혜림입니다 4 00:00:31.875 --> 00:00:34.225 만화 스토리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고요 5 00:00:34.225 --> 00:00:38.225 지금은 여러분들과 함께 스토리 기획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6 00:00:38.225 --> 00:00:41.925 지난 시간에 우리는 기획서 쓰는 법을 알아봤습니다 7 00:00:41.925 --> 00:00:44.775 기획서는 두 가지가 있다는 얘기를 했고요 8 00:00:44.775 --> 00:00:47.375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게 아니라 9 00:00:47.375 --> 00:00:51.475 내가 내 자신의 작업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쓰는 기획서 10 00:00:51.475 --> 00:00:54.775 그리고 내 작품이 독자들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 11 00:00:54.775 --> 00:00:57.625 즉 플랫폼 이런 매체에 선택받기 위해서 12 00:00:57.625 --> 00:00:59.375 세일즈를 위해서 쓰는 기획서 13 00:00:59.375 --> 00:01:01.175 이렇게 두 종류가 있었죠 14 00:01:01.175 --> 00:01:04.825 이 중에서 여러분이 신경을 많이 쓰시는 부분은 후자일 겁니다 15 00:01:04.825 --> 00:01:07.925 왜냐하면 이 기획서가 소위 통과되어야 16 00:01:07.925 --> 00:01:11.325 우리가 독자들을 정식으로 만날 수가 있기 때문인데요 17 00:01:11.325 --> 00:01:13.475 투고용 기획서의 필수 요소 중에 18 00:01:13.475 --> 00:01:15.775 로그라인과 시놉시스가 있었죠 19 00:01:15.775 --> 00:01:20.425 이 중에서 여러분을 많이 괴롭히는 부분은 시놉시스일 텐데요 20 00:01:20.425 --> 00:01:23.225 지난 시간에 시놉시스를 열심히 설명을 해놓고 21 00:01:23.225 --> 00:01:25.325 제가 약간 충격적인 얘기를 했습니다 22 00:01:25.325 --> 00:01:28.124 시놉시스는 원래 재미가 없습니다 23 00:01:28.124 --> 00:01:29.574 아니 이게 무슨 얘기인가요? 24 00:01:29.774 --> 00:01:33.824 시놉시스의 목적 25 00:01:34.124 --> 00:01:36.324 시놉시스 왜 재미가 없을까 26 00:01:36.324 --> 00:01:39.574 많은 지망생들 때로는 작가들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 27 00:01:39.574 --> 00:01:41.024 바로 이것입니다 28 00:01:41.024 --> 00:01:43.174 분명히 하라는 대로 했어요 29 00:01:43.174 --> 00:01:44.674 혹은 내가 아는 대로 했어요 30 00:01:44.674 --> 00:01:46.924 내 이야기의 3막을 전부 담았고요 31 00:01:46.924 --> 00:01:48.924 분량도 한 페이지 내로 잘 추렸어요 32 00:01:49.324 --> 00:01:51.224 근데 아무리 읽어도 재미가 없어요 33 00:01:51.224 --> 00:01:54.724 이럴 리가 없어 내가 잘못 썼나 보다 34 00:01:54.724 --> 00:01:56.524 그리고 덧붙이기 시작합니다 35 00:01:56.924 --> 00:02:00.324 내가 좋아하는 대사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장면 36 00:02:00.324 --> 00:02:03.674 내가 좋아하는 관계성, 자신 있는 부분 37 00:02:03.674 --> 00:02:06.574 이런 것들을 넣다 보니까 어떻게 되냐면요 38 00:02:06.574 --> 00:02:09.074 시놉시스가 균일해지지가 않습니다 39 00:02:09.074 --> 00:02:10.924 어떤 부분은 대충 넘어갔는데 40 00:02:10.924 --> 00:02:13.124 어떤 부분은 갑자기 대사도 들어가요 41 00:02:13.124 --> 00:02:15.524 대화 내용도 그대로 들어가고 42 00:02:15.524 --> 00:02:17.474 연출까지 세세하게 적힙니다 43 00:02:17.474 --> 00:02:20.074 그는 벽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44 00:02:20.074 --> 00:02:22.524 이런 부분이 들어가는가 하면 다른 부분은 45 00:02:23.424 --> 00:02:26.524 주인공은 경기에서 승리한다 이런 부분 46 00:02:26.524 --> 00:02:28.124 전혀 밀도가 다르죠 47 00:02:28.124 --> 00:02:32.224 그러다 보니까 분량도 늘어납니다 두 페이지, 세 페이지 48 00:02:32.224 --> 00:02:35.924 재미있게 하려다 보니까 디테일 묘사도 들어가고 49 00:02:35.924 --> 00:02:40.224 어떤 재미있고 위트 있는 표현도 넣고 그러다 보면 50 00:02:40.224 --> 00:02:43.424 나중에는 내가 소설을 쓰는지 시놉시스를 쓰는지 51 00:02:43.424 --> 00:02:44.974 점점 헷갈리게 됩니다 52 00:02:45.224 --> 00:02:47.474 헷갈려도 괜찮아요 재미만 있으면 53 00:02:47.474 --> 00:02:51.374 그런데 결정적으로 그렇게 작성한 시놉시스를 다시 읽어보면 54 00:02:51.374 --> 00:02:54.174 나는 최선을 다해서 재미있게 썼는데 55 00:02:54.174 --> 00:02:56.124 작가는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56 00:02:56.124 --> 00:02:57.874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군 57 00:02:57.874 --> 00:02:59.674 마음에 드는 대사가 잘 들어갔어 58 00:02:59.674 --> 00:03:03.074 그런데 작가 외의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말할 겁니다 59 00:03:03.074 --> 00:03:06.774 미안한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어 60 00:03:06.774 --> 00:03:09.124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? 61 00:03:09.874 --> 00:03:11.924 이유는 하나인데요 62 00:03:11.924 --> 00:03:17.074 작가는 머릿속에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한 전체 상이 있습니다 63 00:03:17.074 --> 00:03:21.124 그래서 그 부분을 부분 부분 발췌해서 적당히 나열해도 64 00:03:21.124 --> 00:03:24.124 맥락을 알기 때문에 웃을 수가 있고 65 00:03:24.124 --> 00:03:26.074 감동적일 수 있고 그런데요 66 00:03:26.074 --> 00:03:29.724 그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사람으로서는 67 00:03:29.724 --> 00:03:32.874 그 시놉시스에 담긴 내용이 전부이기 때문에 68 00:03:32.874 --> 00:03:36.774 주인공의 어떤 위트 있는 대사 아니면 감동적인 표현 69 00:03:36.774 --> 00:03:39.574 어떤 절절한 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70 00:03:39.574 --> 00:03:41.124 그 맥락을 알 수가 없어서 71 00:03:41.124 --> 00:03:43.774 웃을 수도 없고 감동할 수도 없는 겁니다 72 00:03:44.474 --> 00:03:47.174 마크 니스라는 사람을 소개를 했는데요 73 00:03:47.174 --> 00:03:49.474 이분은 본인도 만화 스토리 작가이자 74 00:03:49.474 --> 00:03:52.274 후학을 양성하는 선생님이기도 한데 75 00:03:52.274 --> 00:03:54.724 본인의 저서 만화 스토리 창작의 모든 것에서 76 00:03:54.724 --> 00:03:56.074 이런 말을 했습니다 77 00:03:56.324 --> 00:03:59.824 시놉시스는 늘 작가의 본성에 반한다 78 00:03:59.824 --> 00:04:02.474 제가 얘기한 시놉시스는 원래 재미가 없다라는 거랑 79 00:04:02.474 --> 00:04:06.124 대충 같은 맥락이라는 걸 느끼셨을지 모르겠는데 80 00:04:06.124 --> 00:04:07.874 작가의 본성이라는 거는 81 00:04:07.874 --> 00:04:11.824 꾸미고 싶고 멋지게 하고 싶고 재미있게 하고 싶잖아요 82 00:04:11.824 --> 00:04:14.724 그런데 시놉시스는 꾸밈 없고 간소하며 83 00:04:14.724 --> 00:04:16.924 밋밋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84 00:04:16.924 --> 00:04:20.474 대본에 담긴 멋진 대사나 훌륭한 장면 묘사 85 00:04:20.474 --> 00:04:24.623 이런 것 중에 어느 것 하나도 시놉시스로 가져올 수 없다 86 00:04:24.623 --> 00:04:25.923 바로 이겁니다 87 00:04:26.373 --> 00:04:29.323 우리가 시놉시스가 재미없다고 느끼는 이유죠 88 00:04:29.323 --> 00:04:32.623 대사 없지 대사가 없으니까 캐릭터성도 없지 89 00:04:32.623 --> 00:04:35.223 캐릭터성이 없으니까 관계성도 없지 90 00:04:35.223 --> 00:04:39.273 묘사가 없지 묘사가 없으니까 장면의 스펙터클함도 없지 91 00:04:39.273 --> 00:04:42.273 우리가 만화에 기대하는 게 시놉시스에 아무것도 없어요 92 00:04:42.273 --> 00:04:44.573 그렇다고 이것들을 여기다가 넣으면 93 00:04:44.573 --> 00:04:47.823 시놉시스가 시놉시스 역할을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94 00:04:47.823 --> 00:04:50.823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면 도시가 붕괴한다 95 00:04:50.823 --> 00:04:53.073 이렇게 썼더니 너무 재미가 없어서 96 00:04:53.073 --> 00:04:55.573 이 부분은 두 페이지 열린 페이지로 97 00:04:55.573 --> 00:05:01.123 갈라진 땅과 무너지는 건물들을 스펙터클하게 묘사할 예정 98 00:05:01.123 --> 00:05:03.173 별로 그래도 재미가 없어요 99 00:05:03.173 --> 00:05:06.373 그거는 작품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성격의 것들입니다 100 00:05:06.373 --> 00:05:09.323 그러면 시놉시스는 왜 써야 하고 101 00:05:09.323 --> 00:05:11.223 뭘 위해서 써야 하는 걸까요? 102 00:05:11.223 --> 00:05:13.523 재미를 추구할 수 없다고 했잖아요 103 00:05:13.523 --> 00:05:15.373 어차피 재미가 없다면서요 104 00:05:15.373 --> 00:05:19.323 그러면 시놉시스에서 추구해야 하는 바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요? 105 00:05:19.873 --> 00:05:22.023 마크 니스는 아까 그 말 106 00:05:22.023 --> 00:05:23.873 멋진 대사, 훌륭한 장면 107 00:05:23.873 --> 00:05:27.423 아무것도 시놉시스에 담을 수가 없어라고 단언하고 있는데 108 00:05:27.423 --> 00:05:30.423 그 말에 이어서 사실은 바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109 00:05:30.423 --> 00:05:32.723 하지만 스토리의 본체는 110 00:05:32.723 --> 00:05:34.873 그러니까 너희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111 00:05:34.873 --> 00:05:37.373 멋진 대사 멋진 장면 이런 것들은 112 00:05:37.373 --> 00:05:40.123 대본과 그림을 통해서 드러날 거야 113 00:05:40.123 --> 00:05:45.273 지금은 스토리의 뼈대를 알아보기 쉽게 보여줘야 한다 114 00:05:45.273 --> 00:05:47.523 혹시라도 이야기 구조상 결함이 있으면 115 00:05:47.523 --> 00:05:49.173 이 시점에서 드러날 것이다 116 00:05:49.573 --> 00:05:53.473 이겁니다 시놉시스는 구조를 보여주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117 00:05:53.473 --> 00:05:56.473 일종의 엑스레이 사진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118 00:05:56.473 --> 00:05:58.523 여러분이 저와 비슷한 세대라면 119 00:05:58.523 --> 00:06:00.573 아마 이 농담을 다들 아실 텐데 120 00:06:00.573 --> 00:06:02.973 굉장히 오래된 농담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121 00:06:02.973 --> 00:06:04.173 제가 어렸을 때 122 00:06:04.173 --> 00:06:06.823 엑스레이 사진을 찍으러 들어간 사람이 123 00:06:06.823 --> 00:06:09.173 예쁘게 찍어주세요라고 얘기했다는 124 00:06:09.173 --> 00:06:11.223 유명한 개그가 있었습니다 125 00:06:11.223 --> 00:06:13.173 당시에는 굉장히 유행한 개그였는데 126 00:06:13.173 --> 00:06:15.023 지금 얘기하니까 별로 재미가 없군요 127 00:06:15.023 --> 00:06:17.673 그런데 사실 여러분이 시놉시스에서 128 00:06:17.673 --> 00:06:19.423 재미를 추구하려고 하신다면 129 00:06:19.423 --> 00:06:21.773 이것과 매우 비슷한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130 00:06:21.773 --> 00:06:24.073 엑스레이는 왜 찍죠? 131 00:06:24.073 --> 00:06:27.673 뼈를 보고 건강을 체크하고 장기의 이상을 보고 132 00:06:27.673 --> 00:06:29.323 이러기 위해서 찍는 거잖아요 133 00:06:29.323 --> 00:06:31.723 시놉시스도 정확하게 마찬가지입니다 134 00:06:31.723 --> 00:06:34.023 구조를 보고 이야기의 안정성 135 00:06:34.023 --> 00:06:36.473 1막과 2막과 3막이 잘 배열되어 있고 136 00:06:36.473 --> 00:06:38.523 2막은 개연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137 00:06:38.523 --> 00:06:40.373 갈등이 잘 확장되어 가고 있구나 138 00:06:40.373 --> 00:06:43.373 이대로 가면 이야기는 완결될 수 있다는 걸 139 00:06:43.373 --> 00:06:45.223 보여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140 00:06:45.223 --> 00:06:49.323 따라서 엑스레이 예쁘게 찍어주세요랑 비슷한 느낌으로 141 00:06:49.323 --> 00:06:51.473 시놉시스 재밌게 써주세요는 142 00:06:51.473 --> 00:06:54.473 굉장히 동시에 달성되기 어려운 작업입니다 143 00:06:54.473 --> 00:06:58.523 합평으로 피드백하기 144 00:06:58.523 --> 00:07:00.723 이제 시놉시스의 목적에 대해서는 145 00:07:00.723 --> 00:07:02.923 어느 정도 이해가 되셨을 것 같습니다 146 00:07:02.923 --> 00:07:05.523 그러면 이제 엑스레이를 판독하듯이 147 00:07:05.523 --> 00:07:09.323 시놉시스도 검토를 해서 수정을 할 차례죠 148 00:07:09.323 --> 00:07:11.023 엑스레이를 판독하면 뭘 하죠? 149 00:07:11.023 --> 00:07:13.973 어떤 이상이 드러나면 이상을 고치기 위해서 150 00:07:13.973 --> 00:07:15.873 진료를 받거나 치료를 하겠죠 151 00:07:15.873 --> 00:07:19.172 시놉시스도 그냥 놔두면 안 되고요 152 00:07:19.172 --> 00:07:21.922 어떤 기준에 따라서 검토를 하고 수정을 해서 153 00:07:21.922 --> 00:07:26.072 더 나은 구조를 구현해 내야겠죠 154 00:07:26.072 --> 00:07:28.772 이번 차시 제목 보셨어요? 155 00:07:28.772 --> 00:07:31.122 그랬다면 아마 이미 예상하실 수 있을 텐데요 156 00:07:31.122 --> 00:07:34.472 제가 이 과정에서 제안 드리고 싶은 건 합평입니다 157 00:07:34.872 --> 00:07:40.322 합평이라는 거는 다 같이 작품을 평가하는 걸 합평이라고 하는데 158 00:07:40.322 --> 00:07:42.922 이걸 왜 중요하다고 말씀을 드리냐면요 159 00:07:42.922 --> 00:07:46.372 작가에게는 할 수 없는 종류의 작업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60 00:07:46.372 --> 00:07:50.472 작가라는 건 본인이 그 작품을 설계했기 때문에 161 00:07:50.472 --> 00:07:52.622 오히려 나는 잘 모르는 것들이 있어요 162 00:07:52.622 --> 00:07:54.772 특히나 기획서, 시놉시스 163 00:07:54.772 --> 00:07:57.772 이런 걸 어느 정도까지 최선을 다해서 수정하고 나면 164 00:07:57.772 --> 00:08:00.322 작가에게는 정말로 안 보이는 것들이 생깁니다 165 00:08:00.322 --> 00:08:02.822 마치 내 코에 묻은 어떤 얼룩처럼 166 00:08:02.822 --> 00:08:04.372 남한테는 잘 보이는데 167 00:08:04.372 --> 00:08:07.122 나는 어? 왜? 라고 얘기할 만한 것들이 있거든요 168 00:08:07.122 --> 00:08:09.722 작가는 세계를 설계한 사람이고요 169 00:08:09.722 --> 00:08:11.672 캐릭터를 구축한 사람이고요 170 00:08:11.672 --> 00:08:14.572 이 이야기에서 발생할 모든 사건을 171 00:08:14.572 --> 00:08:16.122 대체로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172 00:08:16.122 --> 00:08:18.172 모두 알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어요 173 00:08:18.172 --> 00:08:22.022 왜냐하면 작가 본인도 아직 알지 못하는 가능성들이 있을 테니까요 174 00:08:22.022 --> 00:08:25.022 어쨌든 작가가 만든 세계이기 때문에 175 00:08:25.022 --> 00:08:26.872 본인에게는 너무 당연한 거라서 176 00:08:26.872 --> 00:08:29.822 미처 잡아내지 못하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177 00:08:30.322 --> 00:08:32.622 예를 들어서 얘기를 해보자면요 178 00:08:32.622 --> 00:08:35.772 화장실 전등이 고장난 집이 있었어요 179 00:08:35.772 --> 00:08:38.872 거기에 누군가는 적응해서 몇 년간 살았거든요 180 00:08:38.872 --> 00:08:41.572 근데 그래서 화장실 불이 안 켜지는 게 181 00:08:41.572 --> 00:08:43.772 너무 당연하게 살았던 사람은 182 00:08:43.772 --> 00:08:45.972 친구가 와서 화장실에 딱 들어갔다가 183 00:08:45.972 --> 00:08:50.272 여기 불이 안 켜져 이러고 당황하면 그제서야 깨닫거든요 184 00:08:50.272 --> 00:08:53.872 아 맞다 우리 집 화장실 불 안 들어와 185 00:08:53.872 --> 00:08:57.072 언제 깨달았죠? 친구가 왔을 때 깨달았습니다 186 00:08:57.072 --> 00:09:00.222 왜냐하면 나한테는 이미 너무 당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187 00:09:00.222 --> 00:09:02.122 이 사람은 화장실에 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188 00:09:02.122 --> 00:09:03.972 사실 자체를 생각을 못한 거예요 189 00:09:03.972 --> 00:09:08.022 이렇듯이 기획서의 검토에는 사실은 외부인이 필요합니다 190 00:09:08.022 --> 00:09:11.472 왜냐하면 애초에 이 기획서의 대상 독자 191 00:09:11.472 --> 00:09:13.872 일반 독자였나요? 아니죠 192 00:09:13.872 --> 00:09:16.772 내 기획서를 읽어줄 웹툰 PD라든지 193 00:09:16.772 --> 00:09:19.122 공모전 심사위원 같은 사람들이 194 00:09:19.122 --> 00:09:20.672 외부인이기 때문입니다 195 00:09:20.672 --> 00:09:23.750 거기다가 그 사람은 내가 누구인지도 몰라요 196 00:09:24.922 --> 00:09:29.072 그렇기 때문에 시놉시스 혹은 기획서의 최저 조건은 뭐냐면요 197 00:09:29.072 --> 00:09:31.022 작가에 대한 정보 198 00:09:31.022 --> 00:09:34.172 내가 누군지,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199 00:09:34.172 --> 00:09:36.822 어떤 걸 잘하는지 이런 정보가 전혀 없고 200 00:09:36.822 --> 00:09:40.972 이 작품에 대한 정보도 전혀 없는 사람이 읽었을 때에도 201 00:09:40.972 --> 00:09:44.572 이 작품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적혀 있는가? 202 00:09:44.572 --> 00:09:46.372 이게 최저 조건입니다 203 00:09:46.372 --> 00:09:49.872 무슨 얘기냐면 재미있게 읽을 필요는 없지만 204 00:09:49.872 --> 00:09:52.272 내가 이 작가도 모르고 이 작품도 모르는데 205 00:09:52.272 --> 00:09:55.222 읽으니까 이거 무슨 얘기인지 알겠어라는 반응이 206 00:09:55.222 --> 00:09:57.072 돌아올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207 00:09:57.072 --> 00:10:00.872 그래서 동일한 조건에서 작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208 00:10:00.872 --> 00:10:03.022 이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한테 209 00:10:03.022 --> 00:10:05.372 피드백을 부탁할 필요가 있습니다 210 00:10:05.372 --> 00:10:07.122 누구에게 부탁하면 좋을까요? 211 00:10:07.122 --> 00:10:10.122 여기도 사실 시행착오가 많은 부분인데요 212 00:10:10.122 --> 00:10:15.071 일단 내 작품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조금 곤란합니다 213 00:10:15.071 --> 00:10:18.721 예를 들자면 나랑 같이 협업을 할 그림 작가님 214 00:10:18.721 --> 00:10:21.321 아니면 나랑 같이 이 기획을 짠 친구 215 00:10:21.321 --> 00:10:23.021 이런 사람은 나랑 마찬가지로 216 00:10:23.021 --> 00:10:25.371 이 작품 세계에 대해서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217 00:10:25.371 --> 00:10:29.471 아까 얘기한 화장실이 고장난 집에 들어온 사람처럼 218 00:10:29.471 --> 00:10:32.171 그냥 익숙하게 여기는 원래 불이 안 켜지지 하고 219 00:10:32.171 --> 00:10:33.821 넘어가 버릴 가능성이 있어요 220 00:10:33.821 --> 00:10:35.921 그러면 영원히 화장실을 못 고치겠죠 221 00:10:36.421 --> 00:10:39.821 더 조금 자주 보는 경우는 이런 경우입니다 222 00:10:39.821 --> 00:10:41.921 종종 웹툰을 너무 모르는 사람한테 223 00:10:41.921 --> 00:10:44.021 피드백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어요 224 00:10:44.021 --> 00:10:46.071 이거를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225 00:10:46.071 --> 00:10:48.721 좋은 이야기란 장르와는 상관없이 226 00:10:48.721 --> 00:10:51.721 모두에게 좋은 이야기여야 하지 않냐 같은 얘기를 하는데 227 00:10:51.721 --> 00:10:54.571 그렇기도 하고 안 그렇기도 합니다만 228 00:10:54.571 --> 00:10:57.721 웹툰은 사실은 장르성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229 00:10:57.721 --> 00:11:01.271 어느 정도 장르 그리고 매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230 00:11:01.271 --> 00:11:03.721 제가 종종 듣는 얘기는 이런 식이에요 231 00:11:03.721 --> 00:11:06.921 제가 잘 아는 유명 영화 감독님께 232 00:11:06.921 --> 00:11:08.971 이 시놉시스를 보여드렸는데요 233 00:11:08.971 --> 00:11:12.921 허무 맹랑하고 유치하고 전개에 개연성이 없다고 혹평을 하셨어요 234 00:11:12.921 --> 00:11:15.221 이런 얘기를 하는 지망생이 있거든요 235 00:11:15.221 --> 00:11:19.521 근데 그분한테 그래요? 왜요? 라고 얘기하면서 236 00:11:19.521 --> 00:11:20.921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237 00:11:20.921 --> 00:11:22.821 그 유명 영화 감독님은 238 00:11:22.821 --> 00:11:25.321 애초에 웹툰을 안 보는 분이구나라는 사실을 239 00:11:25.321 --> 00:11:26.821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240 00:11:26.821 --> 00:11:28.621 그분이 잘못됐다거나 241 00:11:28.621 --> 00:11:30.521 영화 감독도 웹툰을 봐야지 242 00:11:30.521 --> 00:11:33.121 웹툰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봐주시면 좋겠지만 243 00:11:33.121 --> 00:11:34.971 안 보셔도 괜찮죠 244 00:11:34.971 --> 00:11:37.621 영화 감독으로서 그분의 전문성을 무시하거나 245 00:11:37.621 --> 00:11:39.671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요 246 00:11:39.671 --> 00:11:41.871 이건 어떤 거랑 조금 비슷하냐면 247 00:11:41.871 --> 00:11:44.571 어떤 프렌치 셰프가 있는데 248 00:11:44.571 --> 00:11:47.821 이분은 태어나서 한 번도 김치를 먹어보지 않았대요 249 00:11:47.821 --> 00:11:51.421 그럴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먹어줬으면 좋았겠지만 250 00:11:51.421 --> 00:11:54.171 먹어본 경험이 없는 프렌치 셰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죠 251 00:11:54.171 --> 00:11:59.271 근데 그 사람한테 가서 이 사람이 미슐랭 3성급 셰프니까 252 00:11:59.271 --> 00:12:01.921 이번에 김장하려는데 이 고춧가루 괜찮나요? 253 00:12:01.921 --> 00:12:04.821 아니면 제가 찹쌀풀이 이 정도 농도인데 괜찮나요? 254 00:12:04.821 --> 00:12:07.471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? 255 00:12:07.471 --> 00:12:10.071 그분은 김치라는 걸 먹어본 적이 없는데 256 00:12:10.071 --> 00:12:12.021 그런 거랑 같은 이유입니다 257 00:12:12.271 --> 00:12:16.421 분야가 달라요 그래서 남에게 기획서를 보여줄 때는 258 00:12:16.421 --> 00:12:18.921 적어도 현재의 웹툰 시장에 대한 지식이 259 00:12:18.921 --> 00:12:22.671 어느 정도 있는 사람한테 보여주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260 00:12:22.671 --> 00:12:26.771 하나 더 여기서 장르성이 강한 기획들이 존재합니다 261 00:12:26.771 --> 00:12:31.421 이런 거는 모든 시대에 다 존재했던 장르가 아니라 262 00:12:31.421 --> 00:12:34.721 예를 들자면 2010년대 이후에 굉장히 히트치고 있는 263 00:12:34.721 --> 00:12:38.171 특정한 장르의 규칙들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 있어요 264 00:12:38.171 --> 00:12:40.121 만약에 그런 기획이라면 265 00:12:40.121 --> 00:12:42.821 해당 장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266 00:12:42.821 --> 00:12:44.971 피드백을 부탁할 필요가 있습니다 267 00:12:45.471 --> 00:12:48.721 제 지인 중에는 실제로 굉장한 만화 마니아여서 268 00:12:48.721 --> 00:12:53.821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웹툰을 정말 많이 봤는데 269 00:12:53.821 --> 00:12:57.321 2010년 이후로 웹툰을 거의 안 본 친구가 있습니다 270 00:12:57.321 --> 00:13:01.421 만약에 이 친구한테 로판 장르의 기획서를 보여주면 271 00:13:01.421 --> 00:13:03.071 아마 이렇게 얘기를 할 겁니다 272 00:13:03.071 --> 00:13:07.221 주인공이 트럭에 치였는데 왜 갑자기 다른 세계에서 눈을 떠? 273 00:13:07.221 --> 00:13:09.570 주인공이 근데 뭐 이렇게 쉽게 적응해? 274 00:13:09.570 --> 00:13:14.470 주인공이 1화에서 차에 치여서 이세계로 갔는데 2화에서는 이미 275 00:13:14.470 --> 00:13:16.670 그래요 내가 공작 부인입니다 이러고 있어 276 00:13:16.670 --> 00:13:18.520 얘는 왜 이렇게 적응이 빨라? 277 00:13:18.520 --> 00:13:21.120 그리고 보니까 기획서상으로 278 00:13:21.120 --> 00:13:23.970 마지막까지 결국 우리 세계로 못 돌아오는데 279 00:13:23.970 --> 00:13:25.970 왜 슬퍼하지 않고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아? 280 00:13:25.970 --> 00:13:27.320 공감이 하나도 안 돼 281 00:13:27.320 --> 00:13:29.820 네 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한데요 282 00:13:29.820 --> 00:13:32.520 만약에 이 피드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 283 00:13:32.520 --> 00:13:34.270 이야기를 고치기 시작하면 284 00:13:34.270 --> 00:13:38.020 로판이라는 장르의 매력이 상당 부분 사라집니다 예를 들어서 285 00:13:38.020 --> 00:13:40.920 트럭에 치였다 이세계에 태어났다 286 00:13:40.920 --> 00:13:44.770 이게 요즘에는 굉장히 간단하게 연결이 되거든요 287 00:13:44.770 --> 00:13:46.820 그리고 우리는 왜? 라고 물어보면 288 00:13:46.820 --> 00:13:49.670 로판이니까라는 식으로 대답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89 00:13:49.670 --> 00:13:52.120 이게 옳고 그르고는 조금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290 00:13:52.120 --> 00:13:54.370 다음 기회에 논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291 00:13:54.370 --> 00:13:58.670 적어도 로판이라는 장르를 읽는 독자들은 292 00:13:58.670 --> 00:14:01.770 차에 치인 것과 다른 세상에서 태어난 것의 293 00:14:01.770 --> 00:14:04.070 사이에 있는 개연성 설명에 294 00:14:04.070 --> 00:14:08.370 작가가 3화를 할애해서 설명하는 걸 원하지 않을 겁니다 295 00:14:08.370 --> 00:14:12.120 뭘 원하냐면 로판다운 사건의 전개를 원할 거거든요 296 00:14:12.120 --> 00:14:15.720 그렇기 때문에 이 장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의 피드백은 297 00:14:15.720 --> 00:14:17.370 정확하지 않을 수가 있죠 298 00:14:17.370 --> 00:14:21.220 기획서를 쓰셔서 이 기획서를 읽을 사람들 299 00:14:21.220 --> 00:14:23.820 예를 들자면 아까 얘기했던 300 00:14:23.820 --> 00:14:26.770 플랫폼 담당자라든지 아니면 심사위원 301 00:14:26.770 --> 00:14:30.020 이런 사람들은 의외로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302 00:14:30.020 --> 00:14:33.320 왜냐하면 이분들은 웹툰 업계 종사자고요 전문가들이거든요 303 00:14:33.320 --> 00:14:36.470 이분들이 트럭에 치였는데 왜 환생해요? 라는 304 00:14:36.470 --> 00:14:37.920 질문을 할 일은 없습니다 305 00:14:37.920 --> 00:14:41.920 이미 웹툰 업계의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306 00:14:41.920 --> 00:14:44.170 여러분은 기획서를 쓰시기 때문에 307 00:14:44.170 --> 00:14:47.770 그걸 고려해서 피드백 대상을 선정할 필요도 있는 거죠 308 00:14:47.770 --> 00:14:52.720 아마 여러분이 공모전을 심사할 만한 분의 피드백을 309 00:14:52.720 --> 00:14:54.570 얻기는 쉽지 않을 수 있는데 310 00:14:54.570 --> 00:14:59.120 그것에 준하는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을 311 00:14:59.120 --> 00:15:00.820 고를 수는 있을 거잖아요 312 00:15:00.820 --> 00:15:03.170 없는데요 그런 사람이 없어요 313 00:15:04.070 --> 00:15:07.270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추천하는 건요 314 00:15:07.270 --> 00:15:11.320 웹툰 스토리를 쓰는 사람들끼리 즉 지망생 동료라든지 315 00:15:11.320 --> 00:15:15.320 아니면 같이 스토리를 공부하는 사람들끼리의 합평입니다 316 00:15:15.320 --> 00:15:16.870 이런 걸 진행하게 되면요 317 00:15:16.870 --> 00:15:19.270 일방적으로 내가 내 작품을 피드백해달라고 318 00:15:19.270 --> 00:15:21.070 부탁하는 부담이 일단은 없어요 319 00:15:21.070 --> 00:15:24.970 왜냐하면 서로가 서로의 기획서나 작품을 봐줄 수 있기 때문이죠 320 00:15:24.970 --> 00:15:28.920 그리고 일단은 현재 웹툰 시장에 321 00:15:28.920 --> 00:15:30.620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322 00:15:30.620 --> 00:15:33.320 적어도 지금 시장의 상황이나 장르에 대해서도 323 00:15:33.320 --> 00:15:34.970 잘 알고 있을 겁니다 324 00:15:35.270 --> 00:15:38.620 여러분이 만약에 어떤 대작가님 아니면 325 00:15:38.620 --> 00:15:42.070 이 장르를 정말 잘 아는 작가님의 평가를 받고 싶어서 326 00:15:42.070 --> 00:15:44.520 메일을 정중하게 쓴다 하더라도 327 00:15:44.520 --> 00:15:46.820 운이 좋으면 답변을 받겠지만 328 00:15:46.820 --> 00:15:50.370 그렇게 친절하게 답변해주지 않는 작가님도 많을 거잖아요 329 00:15:50.370 --> 00:15:52.420 그리고 굉장히 부담스럽겠죠 본인도 330 00:15:52.420 --> 00:15:56.070 내가 이렇게 이런 거를 바쁜 분한테 부탁드려도 되나? 331 00:15:56.070 --> 00:15:57.870 근데 만약에 합평 형태라면 332 00:15:57.870 --> 00:16:00.370 나도 네 작품을 피드백해줄게 333 00:16:00.370 --> 00:16:02.620 너도 내 작품을 해달라라는 식으로 334 00:16:02.620 --> 00:16:07.569 서로서로 봐줄 수 있어서 훨씬 부담 없이 진행할 수가 있고요 335 00:16:07.569 --> 00:16:10.869 이 과정에서 멤버들끼리 미리 조금 논의를 해서 336 00:16:10.869 --> 00:16:13.819 합평의 룰 같은 걸 정해놓으면 더욱 좋습니다 337 00:16:13.819 --> 00:16:16.969 그런데 사실 합평을 진행해 보신 적이 있는 분들이 338 00:16:16.969 --> 00:16:18.569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339 00:16:18.569 --> 00:16:21.569 그래서 개인적으로 합평을 진행할 때 사용했던 룰들을 340 00:16:21.569 --> 00:16:23.369 조금 소개를 드리려고 합니다 341 00:16:23.369 --> 00:16:28.219 일단은 첫 번째로 초평 시작할 때 하는 평이죠 342 00:16:28.219 --> 00:16:30.919 초평이라는 걸 빼놓지 않고 진행하는 편입니다 343 00:16:30.919 --> 00:16:34.069 이건 뭐냐면요 기획서를 받았다면 344 00:16:34.069 --> 00:16:38.369 이 기획서를 빠르게 읽고 중간에 질문하지 않고 345 00:16:38.369 --> 00:16:39.819 머뭇거리거나 찾거나 하지 말고 346 00:16:39.819 --> 00:16:42.969 그냥 후루룩 읽은 다음에 첫인상을 말하는 겁니다 347 00:16:42.969 --> 00:16:46.269 뭔가를 찾아내겠다거나 아니면 지적을 하겠다거나 348 00:16:46.269 --> 00:16:47.719 이런 마음을 버리고요 349 00:16:47.719 --> 00:16:49.519 그냥 가볍게 빠르게 읽은 다음에 350 00:16:49.519 --> 00:16:51.919 떠오르는 걸 바로 그냥 얘기하는 거예요 351 00:16:51.919 --> 00:16:53.569 대단한 뭔가가 안 나올 겁니다 352 00:16:53.569 --> 00:16:57.019 재밌었어, 좀 어려운 것 같아 353 00:16:57.019 --> 00:16:59.469 아직은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어 이 정도 354 00:16:59.469 --> 00:17:01.969 이런 간단한 인상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355 00:17:01.969 --> 00:17:05.869 이 기획서가 얼마나 가독성이 있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356 00:17:05.869 --> 00:17:09.419 그러고 나서는 다 같이 기획서를 다시 보겠죠 357 00:17:09.419 --> 00:17:12.969 아까 얘기한 초평이 끝난 다음에 진행을 하는 거고요 358 00:17:12.969 --> 00:17:16.319 이때부터는 합평 모임에서 미리 정했던 룰, 항목 359 00:17:16.319 --> 00:17:18.119 이런 거를 참고하면 좋습니다 360 00:17:18.119 --> 00:17:21.119 제가 몇 가지 예시 질문들을 갖고 와봤는데요 361 00:17:21.119 --> 00:17:24.419 예를 들자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가 있겠습니다 362 00:17:24.419 --> 00:17:26.219 장르에 대한 질문 363 00:17:26.219 --> 00:17:28.919 작가가 기획서에 어떤 장르를 적었는데 364 00:17:28.919 --> 00:17:31.819 이 장르의 특성이 시놉시스에서 잘 드러나는가? 365 00:17:31.819 --> 00:17:34.069 작가가 이걸 액션이라고 썼는데 366 00:17:34.069 --> 00:17:36.569 시놉시스를 보니까 아무리 봐도 로맨스 같은데? 367 00:17:36.569 --> 00:17:40.419 그리고 로맨스도 상업성이 낮은 장르가 아니니까 368 00:17:40.419 --> 00:17:42.619 작가야 이 장르는 로맨스로 정의하는 게 369 00:17:42.619 --> 00:17:45.669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? 같은 이야기를 370 00:17:45.669 --> 00:17:48.819 작가는 못하지만 작가의 친구, 작가의 동료는 해줄 수 있습니다 371 00:17:48.819 --> 00:17:51.769 왜냐하면 본인은 이미 이것은 액션이다라는 데 372 00:17:51.769 --> 00:17:53.119 꽂혀있을 거기 때문에 373 00:17:53.119 --> 00:17:55.069 로맨스라는 생각이 잘 안 날 거거든요 374 00:17:55.069 --> 00:17:58.019 하지만 제3자는 아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죠 375 00:17:58.019 --> 00:18:01.619 변화,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변화가 느껴지는가? 376 00:18:01.619 --> 00:18:04.069 이거 우리 이야기를 준비할 때 377 00:18:04.069 --> 00:18:06.369 가장 중요하게 다뤘던 부분인 만큼 378 00:18:06.369 --> 00:18:08.569 시놉시스에 그게 잘 드러나 있는지를 379 00:18:08.569 --> 00:18:10.319 찾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380 00:18:10.319 --> 00:18:13.719 1막은 시드필드의 말에 따르면 381 00:18:13.719 --> 00:18:16.569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했는지 기억이 나시나요? 382 00:18:16.919 --> 00:18:18.069 설정이었습니다 383 00:18:18.069 --> 00:18:22.369 따라서 1막을 읽은 시점에 주인공 캐릭터가 파악이 되는지 384 00:18:22.369 --> 00:18:25.469 이거를 조언을 해주시면 좋습니다 385 00:18:25.469 --> 00:18:28.669 이거는 정말 어려운 부분이에요 작가에게는 386 00:18:28.669 --> 00:18:31.869 왜냐하면 작가에게 이 시점에 주인공 캐릭터는 387 00:18:31.869 --> 00:18:33.969 굉장히 당연한 존재라서요 388 00:18:33.969 --> 00:18:36.119 얘를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되는지 389 00:18:36.119 --> 00:18:38.169 설명이 너무 과하지는 않은지 390 00:18:38.169 --> 00:18:41.019 아니면 설명이 오히려 부족하지는 않은지 391 00:18:41.019 --> 00:18:43.869 어느 중간점을 찾기가 참 어려운데요 392 00:18:43.869 --> 00:18:47.369 이것도 의외로 제3자가 보면 참 쉽게 이해가 됩니다 393 00:18:47.369 --> 00:18:49.069 그리고 할 말이 바로 생겨요 394 00:18:49.069 --> 00:18:51.819 주인공 설명이 좀 없지 않나? 395 00:18:51.819 --> 00:18:54.469 주인공 능력 설명 안 했는데? 396 00:18:54.469 --> 00:18:57.519 주인공이 근데 왜 이렇게 뭐뭐에 집착해? 397 00:18:57.519 --> 00:19:00.768 그러면 작가는 바로 어떤 생각이 떠오르냐면 398 00:19:00.768 --> 00:19:02.968 내가 그 말을 안 했나? 이렇게 돼요 399 00:19:02.968 --> 00:19:06.468 근데 그걸 하기 위해서 우리는 합평을 진행하는 거기 때문에 400 00:19:06.468 --> 00:19:08.668 이런 종류의 피드백이 오면 401 00:19:08.668 --> 00:19:10.968 반갑고 고맙게 생각을 해야지 402 00:19:11.868 --> 00:19:14.818 그런 거는 네가 알아서 그냥 봐야지라고 얘기를 할 거면 403 00:19:14.818 --> 00:19:16.868 그냥 합평을 안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404 00:19:16.868 --> 00:19:20.768 그리고 1막에서 또 체크를 하시면 좋을 만한 게 405 00:19:20.768 --> 00:19:23.818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봐주시면 좋습니다 406 00:19:23.818 --> 00:19:26.968 왜냐하면 그 중요한 사건이 곧 2막으로 가는 407 00:19:26.968 --> 00:19:29.568 연결고리를 만들 거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408 00:19:29.568 --> 00:19:34.018 2막에서는 아마 그렇게 디테일한 모든 사건이 409 00:19:34.018 --> 00:19:35.568 다 배치되어 있지 않을 거예요 410 00:19:35.568 --> 00:19:38.518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분량 제한이 있기 때문이죠 411 00:19:38.518 --> 00:19:42.318 그래도 주요 사건들은 배열되어 있을 거고요 412 00:19:42.318 --> 00:19:45.418 그 사건들이 개연성이 있게 배치되어 있는지 413 00:19:45.418 --> 00:19:47.418 아니면 어떤 부분이 걸리는지 414 00:19:47.418 --> 00:19:49.868 뭔가 내가 보기에 여기 들어갔어야 되는 부분이 415 00:19:49.868 --> 00:19:51.418 하나 빠져나간 것 같은데 416 00:19:51.418 --> 00:19:54.668 이런 부분을 제3자는 또 쉽게 캐치할 수가 있습니다 417 00:19:54.668 --> 00:19:57.318 이런 부분에서 보통 작가가 418 00:19:57.318 --> 00:20:00.068 피드백을 받으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419 00:20:00.068 --> 00:20:03.618 내가 그걸 뺀 다음에 까먹었다 이런 420 00:20:03.618 --> 00:20:05.718 그러니까 주인공이 예를 들어서 421 00:20:05.718 --> 00:20:08.568 이 부분에서 새로운 능력을 개화했는데 422 00:20:08.568 --> 00:20:10.568 그 부분을 시놉시스에 쓰는 걸 까먹고 423 00:20:10.568 --> 00:20:14.118 다음 부분에 새로운 능력을 썼다는 게 나와버리는 거죠 그러면 424 00:20:14.118 --> 00:20:16.718 얘가 이 능력을 언제 얻었는데? 425 00:20:16.718 --> 00:20:19.868 같은 느낌의 피드백을 받을 수가 있겠죠 426 00:20:19.868 --> 00:20:24.518 3막, 2막에서 쌓여나간 갈등이 결국 해결이 됐나? 427 00:20:24.518 --> 00:20:27.168 주인공의 결정은 납득할 만한가? 428 00:20:27.168 --> 00:20:28.518 납득할 만하지 않다면 429 00:20:28.518 --> 00:20:31.118 사실은 2막에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430 00:20:31.118 --> 00:20:34.368 사건들의 개연성이 조금 떨어졌기 때문에 431 00:20:34.368 --> 00:20:37.318 주인공이 뭔가를 결정했을 때 432 00:20:37.318 --> 00:20:40.668 아니 왜 갑자기 저런 결정을 해? 라는 반응이 오는 거거든요 433 00:20:40.668 --> 00:20:43.468 저희가 예시로 들었던 얘기 중에 이런 거 있었죠 434 00:20:43.468 --> 00:20:47.468 2막에서 신나게 최강자를 가리는 싸움을 했던 주인공이 435 00:20:47.468 --> 00:20:48.768 갑자기 3막에서 436 00:20:48.768 --> 00:20:51.268 나는 단 한 번도 싸움이 즐거웠던 적이 없었어 437 00:20:51.268 --> 00:20:53.468 인생이 허무하군 이래버리는 거 438 00:20:53.468 --> 00:20:55.268 그러면 그게 납득이 안 될 거잖아요 439 00:20:55.268 --> 00:20:59.368 이유는 2막에서 사건들의 개연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겠죠 440 00:20:59.368 --> 00:21:02.568 여기에 하나 제가 넣는 질문이 있는데 441 00:21:02.568 --> 00:21:06.668 독자로서 여기까지 따라온 보람이 느껴질 거라고 생각하는가? 442 00:21:06.668 --> 00:21:09.718 이걸 저는 조금 중요하게 보는 편입니다 443 00:21:10.668 --> 00:21:13.118 근데요 마지막 질문은 사실은 444 00:21:13.118 --> 00:21:16.718 무조건 작가가 고려해야 하는 종류는 아니라고 생각은 합니다 445 00:21:16.718 --> 00:21:19.468 예를 들어서 3막에서 주인공이 446 00:21:19.468 --> 00:21:21.818 명예롭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어요 447 00:21:21.818 --> 00:21:23.668 아까 예로 들었던 것처럼 448 00:21:23.668 --> 00:21:26.968 본인의 적을 구하는 대신 본인의 생명을 잃었다 449 00:21:26.968 --> 00:21:29.068 이런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는데 450 00:21:29.068 --> 00:21:33.268 합평 멤버들이 주인공이 죽으니까 너무 허무해 451 00:21:33.268 --> 00:21:35.468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알았어 살릴게 452 00:21:35.468 --> 00:21:37.218 이럴 필요는 없다는 소리입니다 453 00:21:37.218 --> 00:21:40.918 왜냐하면 이거는 말 그대로 구조일 뿐이기 때문에 454 00:21:40.918 --> 00:21:44.868 작가가 원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는 그 허무함이 455 00:21:44.868 --> 00:21:48.318 감동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456 00:21:48.318 --> 00:21:52.068 그러니까 시놉시스에서 서술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457 00:21:52.068 --> 00:21:55.268 주인공은 죽음을 맞이하고 모두는 그를 기억한다 458 00:21:55.268 --> 00:21:59.817 뭐야 죽었어 일 텐데 이게 원고가 되었을 때는 459 00:21:59.817 --> 00:22:01.867 이 부분이 허무할 수 있구나 460 00:22:01.867 --> 00:22:06.267 그렇다면 나는 허무하지 않고 감동적이고 안타깝지만 461 00:22:06.267 --> 00:22:09.767 기억 속에 굉장히 오랫동안 남을 엔딩으로 연출하기 위해 462 00:22:09.767 --> 00:22:12.767 노력해야겠다는 식으로 승화시키면 충분합니다 463 00:22:12.767 --> 00:22:14.967 다만 제가 마지막 항목에 464 00:22:14.967 --> 00:22:17.217 여기까지 따라온 보람이 느껴지는가?라고 465 00:22:17.217 --> 00:22:19.117 질문을 한 것은 뭐냐면 466 00:22:19.117 --> 00:22:21.367 가장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요 467 00:22:22.567 --> 00:22:25.967 굉장한 모험을 해놓고 마지막에 468 00:22:25.967 --> 00:22:28.167 아 꿈이었어? 이러고 끝나는 이야기를 469 00:22:28.167 --> 00:22:29.867 쓰시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470 00:22:29.867 --> 00:22:33.517 이런 거를 우리는 꿈 엔딩 이런 식으로 쓰면서 471 00:22:33.517 --> 00:22:35.867 굉장히 농담처럼 많이 얘기를 하는데 472 00:22:35.867 --> 00:22:38.667 굳이 모든 게 꿈이었다, 모든 게 환상이었다까지 473 00:22:38.667 --> 00:22:40.517 극단적으로 가지 않더라도 474 00:22:41.267 --> 00:22:43.667 작가가 가끔 일부러 독자들을 475 00:22:43.667 --> 00:22:46.767 실망시킬 법한 엔딩을 내는 경우가 있어요 476 00:22:46.767 --> 00:22:49.467 그런데 그게 명확한 의도가 있다면 477 00:22:49.467 --> 00:22:51.817 제3자로서 막을 이유는 없겠지만 478 00:22:51.817 --> 00:22:54.867 개인적으로 장편 웹툰이라면 더더욱 479 00:22:54.867 --> 00:22:58.567 독자가 이 웹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지를 480 00:22:58.567 --> 00:23:00.917 한 번쯤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481 00:23:00.917 --> 00:23:03.217 100화짜리 웹툰이라면 482 00:23:03.217 --> 00:23:06.517 독자도 나름 2년 넘게 이 웹툰을 봤거든요 483 00:23:06.517 --> 00:23:09.717 근데 끝에서 본 게 아 꿈이었어라고 한 다음에 484 00:23:09.717 --> 00:23:13.967 학교 가야지 하고 가는 주인공의 뒷모습이면 독자는 속상하겠죠 485 00:23:13.967 --> 00:23:16.767 그래서 왜 그렇게 속상하게 하고 싶으세요? 라는 걸 486 00:23:16.767 --> 00:23:19.317 물어보고 싶어지고요 487 00:23:19.317 --> 00:23:22.567 거기에 명확한 대답이 없이 그냥요 라면 488 00:23:22.567 --> 00:23:26.767 그러면 조금 독자를 배려해 주셔도 되지 않을까요? 489 00:23:26.767 --> 00:23:28.617 같은 얘기를 저는 하는 편인데 490 00:23:28.617 --> 00:23:30.767 이거는 사실은 작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491 00:23:30.767 --> 00:23:34.217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92 00:23:34.217 --> 00:23:36.317 다만 알고는 계셨으면 좋겠어요 493 00:23:36.317 --> 00:23:39.517 독자들이 그런 느낌을 받는구나 허무해하는구나 494 00:23:39.517 --> 00:23:42.117 독자들이 이 엔딩을 싫어하겠구나 495 00:23:42.117 --> 00:23:45.067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면 가시면 되는 거고 496 00:23:45.067 --> 00:23:48.317 그렇다면 굳이 나도 그 부분을 고집하지 않겠어 497 00:23:48.317 --> 00:23:51.567 그렇다면 조금 고려해서 고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498 00:23:51.567 --> 00:23:55.617 퇴고하는 방법 499 00:23:55.617 --> 00:23:59.317 합평에서 동료들의 피드백을 한아름 받으셨겠죠 500 00:23:59.317 --> 00:24:01.917 기분이 별로 안 좋으셨을 수도 있고요 아니면 501 00:24:01.917 --> 00:24:05.817 진짜 내가 이걸 까먹었어 싶은 반가움이 있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502 00:24:05.817 --> 00:24:08.967 어느 쪽이든 이제 그 내용들을 고려해가면서 503 00:24:08.967 --> 00:24:10.917 기획서를 최종 수정할 차례인데요 504 00:24:10.917 --> 00:24:12.617 합평이 잘 이루어졌다면 505 00:24:12.617 --> 00:24:15.417 이제 어느 정도 다듬어진 기획서가 이미 됐겠지만 506 00:24:15.417 --> 00:24:18.467 한번 최종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리스트를 507 00:24:18.467 --> 00:24:20.367 참고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508 00:24:20.367 --> 00:24:24.567 제가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던져보고 싶은 질문들은 이런 겁니다 509 00:24:24.567 --> 00:24:28.917 시놉시스 전체적으로 객관적인 시각이 유지되고 있는지 봐주세요 510 00:24:28.917 --> 00:24:31.317 예를 들어서 시놉시스에서 가끔 511 00:24:31.317 --> 00:24:33.867 작가가 툭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512 00:24:33.867 --> 00:24:35.017 무슨 얘기냐면요 513 00:24:35.017 --> 00:24:40.367 분명히 판타지물인데 사건을 잘 해설을 해나가다가 514 00:24:40.367 --> 00:24:42.917 이런 일이 있고 저런 일이 있다 하다가 갑자기 515 00:24:42.917 --> 00:24:46.367 마치 지금 현재 우리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는 모순처럼 516 00:24:47.217 --> 00:24:50.667 이 지도자의 정치는 어쩌고 이런 부분이 나오면 517 00:24:50.667 --> 00:24:54.066 뭐야 갑자기 왜 작가가 튀어나왔어? 이런 느낌이 들겠죠 518 00:24:54.066 --> 00:24:59.716 아니면 마치 우리를 괴롭히는 기후이변처럼 519 00:24:59.716 --> 00:25:01.366 이 사회에도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520 00:25:01.366 --> 00:25:05.016 그러면 갑자기 이거는 누가 봐도 객관성이 유지되고 있지 않죠 521 00:25:05.016 --> 00:25:07.516 그래서 이런 서술이 굳이 필요한지 522 00:25:07.516 --> 00:25:09.766 한번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고요 523 00:25:10.266 --> 00:25:14.966 캐릭터에 대해서 작가가 객관성을 잃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524 00:25:14.966 --> 00:25:15.916 이해는 합니다 525 00:25:15.916 --> 00:25:18.816 작가는 기본적으로 본인의 캐릭터에 애정이 있으니까요 526 00:25:18.816 --> 00:25:22.466 그런데 예를 들어서 자기 캐릭터를 갑자기 비판하거나 527 00:25:22.466 --> 00:25:25.166 평가하거나 변명하거나 이러는 경우는 528 00:25:25.166 --> 00:25:28.166 사실은 완전히 불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529 00:25:28.166 --> 00:25:31.316 누구누구는 사실 그렇게까지 악한 인물은 아니었으나 530 00:25:31.316 --> 00:25:34.516 유독 이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531 00:25:34.516 --> 00:25:37.766 하지만 그는 물론 이후 이 선택을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532 00:25:37.766 --> 00:25:38.916 이런 걸 써놔요 533 00:25:38.916 --> 00:25:44.316 그럼 읽는 사람은 그렇구나 나쁜 애가 아니구나가 아니라 534 00:25:44.316 --> 00:25:48.016 좀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같은 느낌을 줍니다 535 00:25:48.016 --> 00:25:52.516 왜냐하면 작품에서 독자가 느낀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536 00:25:52.516 --> 00:25:54.816 작가가 독자에게 그렇게 느끼지 마 537 00:25:54.816 --> 00:25:56.416 걔는 나쁘지 않아라고 얘기하면 538 00:25:56.416 --> 00:25:58.216 사실은 반감이 들거든요 539 00:25:58.216 --> 00:26:01.716 그래서 이런 서술은 저라면 생략할 것 같고요 540 00:26:01.716 --> 00:26:05.316 만약에 나의 소중한 캐릭터 누구누구가 541 00:26:05.316 --> 00:26:07.316 너무 나쁜 아이처럼 보인다면 542 00:26:07.316 --> 00:26:11.216 그냥 그 묘사나 서술 자체를 고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543 00:26:12.016 --> 00:26:17.066 이거는 작품의 사건에 조금 자신 있는 작가들이 544 00:26:17.066 --> 00:26:18.916 자주 저지르는 실수인데요 545 00:26:18.916 --> 00:26:21.516 불필요하게 세세한 사건을 나열하고 있지 않은지 546 00:26:21.516 --> 00:26:23.516 한번 생각을 해봐주시면 좋겠습니다 547 00:26:23.516 --> 00:26:26.266 예를 들어서 어떤 미스터리 작품인데 548 00:26:26.266 --> 00:26:28.516 너무 기가 막힌 미스터리 트릭이 있어요 549 00:26:28.516 --> 00:26:32.866 밀실 살인인데 이 밀실 살인을 성립시키기 위한 아이디어가 550 00:26:32.866 --> 00:26:34.566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좋아요 551 00:26:34.566 --> 00:26:36.916 나는 꼭 이걸 소개하고 싶어요 552 00:26:36.916 --> 00:26:39.566 그래서 한 페이지짜리 시놉시스에서 553 00:26:39.566 --> 00:26:41.816 두 번째 살인은 이러한 트릭이었다 554 00:26:41.816 --> 00:26:45.316 밀실 살인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트릭에는 비밀이 있었는데 555 00:26:45.316 --> 00:26:47.416 뭐를 어떻게 해서 어떻게 해서 어떻게 해서 556 00:26:47.416 --> 00:26:49.116 어디에는 책장을 어떻게 돌리면 557 00:26:49.116 --> 00:26:51.466 이 부분이 돌아가는데 사실 이것은 가짜였고 558 00:26:51.466 --> 00:26:54.566 이런 거를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요 559 00:26:54.566 --> 00:26:57.616 또 안타깝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전히 560 00:26:57.616 --> 00:26:59.616 어쩌라고 같은 느낌이 듭니다 561 00:26:59.616 --> 00:27:03.416 이게 결론까지 이어지는 큰 흐름에서 562 00:27:03.416 --> 00:27:05.516 이어져 있을 가능성이 별로 없어요 563 00:27:05.516 --> 00:27:07.666 일종의 디테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564 00:27:07.666 --> 00:27:09.416 중요한 것은 이 트릭을 565 00:27:09.416 --> 00:27:13.466 현명하게 탐정이 잘 파헤쳐서 진실을 밝혀냈는가 566 00:27:13.466 --> 00:27:17.066 아니면 트릭의 정교함 때문에 패배하는가 567 00:27:17.066 --> 00:27:19.316 이 정도가 아마 큰 흐름일 거고요 568 00:27:19.316 --> 00:27:21.316 거기에서 동떨어진 디테일은 569 00:27:21.316 --> 00:27:24.216 안타깝지만 빼는 걸 고려해보시면 좋겠습니다 570 00:27:24.216 --> 00:27:29.816 그런데 만약에 여러분이 이거는 이 트릭의 정교함 때문에 571 00:27:29.816 --> 00:27:32.966 굉장히 큰 마케팅 포인트를 갖고 있는 작품이라면 572 00:27:32.966 --> 00:27:36.366 저라면 별도의 섹션을 하나 만들겠어요 기획서에 573 00:27:36.366 --> 00:27:40.816 트릭 예시 아니면 샘플 에피소드 이름은 뭐든지 좋습니다 574 00:27:40.816 --> 00:27:43.216 어쨌든 나는 트릭에 자신이 있어 575 00:27:43.216 --> 00:27:46.166 이런 근사한 트릭이 이 작품에선 많이 나올 거야 576 00:27:46.166 --> 00:27:48.815 이런 걸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칼럼을 만드셔야지 577 00:27:48.815 --> 00:27:52.115 시놉시스에 그걸 억지로 끼워 넣으려고 하면 578 00:27:52.115 --> 00:27:55.215 마치 특정 부분에만 스티커가 붙고 579 00:27:55.215 --> 00:27:57.465 컬러화된 엑스레이를 보는 것 같은 580 00:27:57.465 --> 00:28:00.215 기묘하고 불쾌한 느낌이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581 00:28:00.215 --> 00:28:04.665 이 부분도 조금 주의하셔야 될 부분인데요 묘사입니다 582 00:28:04.665 --> 00:28:08.965 묘사가 지나치게 장황하지 않은지 한번 생각을 해봐주세요 583 00:28:08.965 --> 00:28:11.015 무슨 얘기냐면요 584 00:28:11.015 --> 00:28:15.765 캐릭터를 눈에 보이게 묘사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585 00:28:15.765 --> 00:28:18.765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586 00:28:18.765 --> 00:28:21.865 예를 들자면 이런 부분이 시놉시스에 나오면 587 00:28:21.865 --> 00:28:24.315 읽는 사람으로서는 약간 당황스럽습니다 588 00:28:24.315 --> 00:28:27.115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순금 같은 블론드 589 00:28:27.115 --> 00:28:29.915 투명하게까지 느껴지는 상아빛 피부의 여성이 590 00:28:29.915 --> 00:28:32.065 비단이 얼음을 스치는 듯한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591 00:28:32.065 --> 00:28:35.115 이러면 약간 소설 같은 느낌이 들죠 592 00:28:35.115 --> 00:28:38.115 그런데 작가에게 왜 이렇게 썼냐고 얘기하면 593 00:28:38.115 --> 00:28:41.915 이 캐릭터는 정말 아름답기 때문에 묘사를 생략할 수 없다 594 00:28:41.915 --> 00:28:44.865 그리고 이 캐릭터의 미모는 그 자체가 개연성이다 595 00:28:44.865 --> 00:28:46.715 이런 설명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596 00:28:46.715 --> 00:28:48.915 충분히 마음은 이해합니다 597 00:28:48.915 --> 00:28:50.915 그런 경우에 이런 묘사는요 598 00:28:50.915 --> 00:28:53.965 아까 별도의 섹션을 만들자는 얘기를 했잖아요 599 00:28:53.965 --> 00:28:57.515 그런 것처럼 우리에게는 캐릭터 소개라는 코너가 따로 있습니다 600 00:28:57.515 --> 00:29:01.565 그쪽으로 옮겨서 황금빛 블론드 뭐였죠 또? 601 00:29:01.565 --> 00:29:05.965 얼음처럼 투명한 피부 이런 거는 캐릭터 소개로 옮겨 두시고 602 00:29:05.965 --> 00:29:11.015 시놉시스 자체는 담백하게 유지하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603 00:29:11.015 --> 00:29:13.865 이제 진짜 마지막 단계 맞춤법 604 00:29:13.865 --> 00:29:17.415 이 얘기를 하면 맞춤법이야 맞춤법 검사기 한번 돌리면 되지 605 00:29:17.415 --> 00:29:20.365 얘기하시는 분이 있는데요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606 00:29:20.365 --> 00:29:25.365 왜냐하면 맞춤법 검사기는 여러분의 만화의 세계관을 몰라요 607 00:29:25.365 --> 00:29:29.215 그래서 이상한 오류를 자꾸 잡아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608 00:29:29.215 --> 00:29:34.065 예를 들자면 판타지 세계관의 고유어라든지 이런 거를 609 00:29:34.065 --> 00:29:38.165 예를 들자면 알라시카 부족 이런 걸 써놨더니 610 00:29:38.165 --> 00:29:40.715 다 알래스카가 돼 있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611 00:29:40.715 --> 00:29:43.065 이런 거는 사실 본인이 한 땀 한 땀 다 612 00:29:43.065 --> 00:29:44.765 확인을 하시는 수밖에 없고요 613 00:29:44.765 --> 00:29:48.315 비문, 문장의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있는데 614 00:29:48.315 --> 00:29:52.365 이거는 지금 당장 고치고자 하셔도 사실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615 00:29:52.365 --> 00:29:55.665 이 부분만은 굳이 만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616 00:29:55.665 --> 00:29:58.415 그냥 문장을 잘 쓰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617 00:29:58.415 --> 00:30:01.815 비문 있는지 좀 봐줘라고 얘기하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618 00:30:01.815 --> 00:30:05.665 그 단계에서 그분이 근데 왜 트럭에 치이면 이계로 가? 그러면 619 00:30:05.665 --> 00:30:08.915 그게 원래 그런 만화야 이러고 넘기시면 되고요 620 00:30:08.915 --> 00:30:13.315 여기까지 진행을 하셨으면 아마 맞춤법과 비문까지 다 보시고 621 00:30:13.315 --> 00:30:15.615 퇴고를 마친 단정한 기획서 한 부가 622 00:30:15.615 --> 00:30:17.665 여러분의 손에 들려있을 것입니다 623 00:30:17.665 --> 00:30:20.465 물론 이걸 강의를 들으면서 624 00:30:20.465 --> 00:30:23.315 막 타자를 쳐가지고 한 시간만에 마무리하고 625 00:30:23.315 --> 00:30:26.115 이럴 수 있는 작업은 아니라는 건 익히 알고 있습니다 626 00:30:26.115 --> 00:30:28.615 아마 높은 확률로 강의를 마친 지금부터 627 00:30:28.615 --> 00:30:32.265 여러분은 이거를 실천에 옮기게 되실 것 같은데요 628 00:30:32.265 --> 00:30:34.365 동영상 강의의 제일 좋은 점은 사실 629 00:30:34.365 --> 00:30:37.315 내가 필요할 때 계속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점이잖아요 630 00:30:37.315 --> 00:30:39.415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본인에게 맞게 631 00:30:39.415 --> 00:30:41.365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632 00:30:41.365 --> 00:30:43.415 이제 정말 강의를 마친 시간인데요 633 00:30:43.415 --> 00:30:46.715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634 00:30:46.715 --> 00:30:48.615 방금 제가 말씀드린 부분 중에 635 00:30:48.615 --> 00:30:52.915 자 이제 여러분 단정한 기획서 한 부가 생겼을 거예요 그러면 636 00:30:52.915 --> 00:30:55.964 이제 이거 투고해야지 생각을 하실 수 있는데요 637 00:30:55.964 --> 00:30:58.464 한 부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638 00:30:58.464 --> 00:31:02.364 종종 데뷔작이 이렇게 훌륭해? 정말 대단하다 639 00:31:02.364 --> 00:31:04.614 이런 작품을 볼 때가 있어요 640 00:31:04.614 --> 00:31:08.464 그런데 십중팔구 그런 경우에 그 작가는 그 이전에 641 00:31:08.464 --> 00:31:11.114 엄청나게 많은 습작을 가지고 있습니다 642 00:31:11.114 --> 00:31:13.064 단정한 기획서 한 부를 투고해서 643 00:31:13.064 --> 00:31:15.314 단정한 기획서 한 부가 단정한 작품이 되어서 644 00:31:15.314 --> 00:31:17.814 그것으로 히트친 경우는 정말로 적고요 645 00:31:18.714 --> 00:31:22.314 그 전에는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을 646 00:31:22.314 --> 00:31:24.364 꼭 기억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647 00:31:24.364 --> 00:31:26.964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요 648 00:31:26.964 --> 00:31:29.314 종종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649 00:31:29.314 --> 00:31:31.614 나는 그저 그런 작품을 할 생각이 없어 650 00:31:31.614 --> 00:31:33.814 진짜 훌륭한 작품만 만들 거야 651 00:31:33.814 --> 00:31:36.964 설마 그렇게 얘기하겠어요? 싶으실 수 있는데 652 00:31:36.964 --> 00:31:38.964 이런 얘기는 정말 많이 듣습니다 653 00:31:38.964 --> 00:31:41.914 나는 데뷔작이 될 작품이 아니면 안 할 거야 654 00:31:41.914 --> 00:31:43.664 나는 지금 마음이 급해 655 00:31:43.664 --> 00:31:46.414 데뷔작이 될 거리가 아니라면 아예 건드리지도 않겠어 656 00:31:46.414 --> 00:31:48.664 시간 낭비야라고 얘기를 하고 657 00:31:48.664 --> 00:31:50.664 앞부분을 조금 쓰다가 버리고 658 00:31:50.664 --> 00:31:52.914 앞부분을 또 조금 쓰다가 버리고 659 00:31:52.914 --> 00:31:54.064 기획서를 조금 쓰다가 660 00:31:54.064 --> 00:31:56.414 이것도 데뷔작은 안 될 것 같아서 또 버리고 661 00:31:56.414 --> 00:31:59.564 그러면서 그냥 앞부분만 깨작깨작하면서 이후로는 662 00:31:59.564 --> 00:32:02.964 이건 아닌 것 같아서라는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요 663 00:32:03.264 --> 00:32:07.664 이거는 정말 권장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664 00:32:07.664 --> 00:32:11.114 어떤 소재도 어떤 기획도 눈에 차지 않는다고 665 00:32:11.114 --> 00:32:15.014 하다 말다 하다 말다 더러 작업을 아예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666 00:32:15.014 --> 00:32:17.014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667 00:32:17.814 --> 00:32:20.964 이건 저는 뭐랑 좀 비슷하다고 생각하냐면요 668 00:32:20.964 --> 00:32:24.964 나는 진짜 역사에 남을 근사한 홈런만 칠 거야 이러면서 669 00:32:24.964 --> 00:32:27.114 홈런 느낌이 안 드는 공은 아무것도 안 치고 670 00:32:27.114 --> 00:32:29.564 멍하니 있다가 들어가는 타자랑 비슷합니다 671 00:32:29.964 --> 00:32:33.814 아니 이것보다 조금 더 적나라하게 비유를 하자면 672 00:32:33.814 --> 00:32:36.214 아니면 체력을 유지했다가 673 00:32:36.214 --> 00:32:39.514 보스턴 마라톤에서 내 모든 걸 불살라야지 이러면서 674 00:32:39.514 --> 00:32:41.914 러닝머신 30분도 안 뛰는 러너 675 00:32:41.914 --> 00:32:44.464 이런 거에 조금 가까울 것 같아요 676 00:32:44.464 --> 00:32:47.464 너무 말이 안 되는 비유라는 생각이 드시나요? 677 00:32:47.464 --> 00:32:49.814 이 사람들은 코리안 시리즈 가겠어요? 678 00:32:49.814 --> 00:32:51.414 사회인 야구 리그도 못 갈 겁니다 679 00:32:51.414 --> 00:32:53.314 왜냐하면 타격 연습 안 한다면서요 680 00:32:53.314 --> 00:32:55.914 보스턴 마라톤 5km도 못 뛸 거예요 681 00:32:55.914 --> 00:32:58.314 왜냐하면 러닝머신을 하나도 안 뛴다면서요 682 00:32:58.314 --> 00:33:02.164 참 당연한 소리를 하는 것처럼 들리실 텐데 683 00:33:02.164 --> 00:33:04.064 스토리 기획도 똑같습니다 684 00:33:04.064 --> 00:33:06.164 내가 지금은 안 하고 있지만 685 00:33:06.164 --> 00:33:09.964 진짜 내가 데뷔할 만한 엄청난 소재가 떠오르면 686 00:33:09.964 --> 00:33:11.714 그때 모든 걸 걸 거야 687 00:33:11.714 --> 00:33:16.164 그런 아이디어 자체가 여러분에게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688 00:33:16.164 --> 00:33:18.814 왜냐하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발전시키는 것 자체가 689 00:33:18.814 --> 00:33:22.214 사실은 스킬의 영역이기 때문에 하지 않으면 늘지 않아요 690 00:33:22.214 --> 00:33:25.164 이 기획에 내 모든 걸 걸겠다 이게 아니라 그냥 691 00:33:25.164 --> 00:33:27.464 김연아 선수가 옛날에 했던 말 있잖아요 692 00:33:27.464 --> 00:33:30.214 생각은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693 00:33:30.214 --> 00:33:32.264 기획도 사실은 마찬가지입니다 694 00:33:32.264 --> 00:33:34.664 여러분이 길 가다가 엄청난 신의 영감 695 00:33:34.664 --> 00:33:36.364 이런 거 오지 않을 거고요 696 00:33:36.364 --> 00:33:39.464 그냥 작은 소재라도 있으면 디벨롭 해보시고 697 00:33:39.464 --> 00:33:41.913 기획서를 만들어보는 습관을 가지시고 698 00:33:41.913 --> 00:33:45.413 이 이야기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쓰면 쓸수록 실망스럽겠죠 699 00:33:45.413 --> 00:33:47.063 원래 모든 이야기는 그렇습니다 700 00:33:47.063 --> 00:33:50.263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엔딩을 내보고 701 00:33:50.263 --> 00:33:52.813 내 주인공은 그래서 어떻게 되나? 702 00:33:52.813 --> 00:33:57.113 그냥 여전히 겁쟁인데 그래도 조금은 용기가 생겼어 703 00:33:57.113 --> 00:34:00.013 아니면 여전히 자존감이 낮지만 704 00:34:00.013 --> 00:34:03.313 그래도 더 이상 나쁜 생각은 안 하게 됐어 705 00:34:03.313 --> 00:34:06.363 아니면 여전히 외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706 00:34:06.363 --> 00:34:09.263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외톨이가 됐어 707 00:34:09.263 --> 00:34:12.963 그런 내 주인공이 어떻게 되는가를 생각해두고 708 00:34:12.963 --> 00:34:14.363 거기서 멈추지 말고 709 00:34:14.363 --> 00:34:17.313 기획서 한 부로 발전시켜 보는 연습을 하시는 건 710 00:34:17.313 --> 00:34:19.163 정말로 중요한 일이고요 711 00:34:19.163 --> 00:34:22.113 그런 연습이 쌓여야 실전이 가까워집니다 712 00:34:22.113 --> 00:34:26.013 실전이 오면 일할 거야 말이 안 되는 것처럼 713 00:34:26.013 --> 00:34:28.863 연습을 해야 실전이 오는 거죠 714 00:34:28.863 --> 00:34:31.263 연습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요 715 00:34:31.263 --> 00:34:34.363 사실 이게 몸에 배어서 습관이 되기 전까지는 716 00:34:34.363 --> 00:34:35.863 그 연습이 쉬워야 됩니다 717 00:34:35.863 --> 00:34:38.413 몸에 밴 후는 조금 괜찮은 것 같아요 718 00:34:38.413 --> 00:34:40.313 그냥 반사적으로 할 수 있거든요 719 00:34:40.313 --> 00:34:43.263 근데 그 전에는 사실은 너무 부담스러우면 720 00:34:43.263 --> 00:34:45.713 연습을 잘 하기가 어렵죠 예를 들어서 721 00:34:45.713 --> 00:34:48.563 매일매일 윗몸 일으키기를 100번씩 해야 한다 722 00:34:48.563 --> 00:34:50.113 저라도 안 할 것 같습니다 723 00:34:50.113 --> 00:34:53.913 근데 그 전까지는 일단 하루에 윗몸 일으키기 5개를 하자 724 00:34:53.913 --> 00:34:55.463 이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725 00:34:55.463 --> 00:34:59.013 그래서 지금 제가 진행한 이 수업은 726 00:34:59.013 --> 00:35:01.313 여러분이 최대한 웹툰 스토리 기획을 727 00:35:01.313 --> 00:35:03.863 만만하게 느끼실 수 있도록 기획해봤는데 728 00:35:03.863 --> 00:35:07.413 그 의도가 여러분께 잘 전달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729 00:35:07.413 --> 00:35:11.513 모쪼록 이 강의가 웹툰 스토리 기획을 하고자 하는 여러분께 730 00:35:11.513 --> 00:35:13.663 조금이라도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면 731 00:35:13.663 --> 00:35:15.763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732 00:35:15.763 --> 00:35:19.563 그동안 긴 강의 듣느라 수고 많으셨고요 감사합니다 733 00:35:20.063 --> 00:35:20.763 시놉시스의 목적 시놉시스는 구조를 보여주기 위해 존재함 734 00:35:20.763 --> 00:35:21.513 구조를 보고 1~3막이 잘 배열되어 있고, 2막은 개연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갈등이 잘 확장되어 가고 있으며 735 00:35:21.513 --> 00:35:22.263 이야기는 완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 736 00:35:22.263 --> 00:35:23.013 합평으로 피드백하기 737 00:35:23.013 --> 00:35:23.813 합평이란? 다 같이 작품을 평가하는 것 작가 본인이 미처 찾아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음 738 00:35:23.813 --> 00:35:24.513 장르성이 강한 기획일 경우 해당 장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에게 피드백을 부탁해야 함 739 00:35:24.513 --> 00:35:25.263 기획서를 읽을 플랫폼 담당자나 심사위원을 고려하여 피드백 대상을 선정할 필요가 있음 740 00:35:25.263 --> 00:35:26.013 합평의 장점 741 00:35:26.013 --> 00:35:26.763 일방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피드백 해달라는 부탁에 대한 부담이 없음 742 00:35:26.763 --> 00:35:27.563 지금 시장의 상황이나 장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피드백임 743 00:35:27.563 --> 00:35:28.463 퇴고하는 방법 744 00:35:28.463 --> 00:35:29.413 최종 수정을 위한 리스트 객관적인 시각으로 시놉시스가 유지되고 있는가? 745 00:35:29.413 --> 00:35:30.363 불필요하게 세세한 사건을 나열하고 있지는 않은가? 묘사가 지나치게 장황하지 않은가? 746 00:35:30.363 --> 00:35:31.263 맞춤법은 확인했는가? 비문이 있는지 체크했는가? 747 00:35:31.263 --> 00:35:32.213 훌륭한 데뷔작을 위한 마음가짐 748 00:35:32.213 --> 00:35:33.113 훌륭한 데뷔작은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함 749 00:35:33.113 --> 00:35:34.063 작은 소재라도 있으면 발전시켜보고 기획서를 만들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함 750 00:35:34.063 --> 00:35:34.963 연습을 해야 실전이 오는 것임