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03.666 --> 00:00:09.693 WEBTOON 심화편 이야기, 이렇게 시작해보자 2 00:00:09.693 --> 00:00:12.366 GCC 사관학교 3 00:00:24.759 --> 00:00:28.402 이야기를 기획하는 방법과 3막 구조 4 00:00:28.980 --> 00:00:30.100 안녕하세요 5 00:00:30.100 --> 00:00:32.228 저는 만화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면서 6 00:00:32.228 --> 00:00:34.759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에서 7 00:00:34.759 --> 00:00:36.799 학생들에게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는 8 00:00:36.799 --> 00:00:38.479 양혜림이라고 합니다 9 00:00:38.479 --> 00:00:40.139 우리 앞선 강의에서 10 00:00:40.139 --> 00:00:42.720 소재를 찾아보는 법을 처음 다뤘고요 11 00:00:42.720 --> 00:00:44.520 그 다음에 캐릭터 만드는 법에 대해서 12 00:00:44.520 --> 00:00:46.480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13 00:00:46.480 --> 00:00:50.400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만들 차례입니다 14 00:00:50.400 --> 00:00:54.279 이야기를 시작하는 걸 막막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15 00:00:54.279 --> 00:00:57.160 의외로 어릴수록 용감한 경향이 있습니다 16 00:00:57.160 --> 00:00:58.200 그러니까 어린 친구들 17 00:00:58.200 --> 00:01:01.240 예를 들자면 초등학교 1학년, 2학년 친구들은 18 00:01:01.240 --> 00:01:03.959 의외로 책을 만드는 경험도 많고요 19 00:01:03.959 --> 00:01:06.279 이제 본인이 말하는 작은 책이겠죠 20 00:01:06.279 --> 00:01:07.967 아니면 어떤 이야기 21 00:01:07.967 --> 00:01:09.839 이야기 만들 수 있니? 라고 얘기하면 22 00:01:09.839 --> 00:01:11.607 저 이미 몇 개 만들었어요 23 00:01:11.607 --> 00:01:12.959 이렇게 얘기를 한다든지요 24 00:01:12.959 --> 00:01:14.879 본인이 작가라고 인지하고 있는 25 00:01:14.879 --> 00:01:17.239 어린 친구들이 사실 꽤 많은데 26 00:01:17.239 --> 00:01:21.480 이러한 자신감이 의외로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줄어듭니다 27 00:01:21.480 --> 00:01:23.720 예를 들어서 어떤 1학년 꼬마가 28 00:01:23.720 --> 00:01:25.388 저 이번에 책 만들었어요 29 00:01:25.388 --> 00:01:27.559 그런 다음에 이제 한 4페이지 정도 되는 30 00:01:27.559 --> 00:01:29.839 조그만 책자를 갖고 왔다고 합시다 31 00:01:29.839 --> 00:01:32.720 그러면 이제 어른 눈에서 보면 굉장히 기특하거든요 32 00:01:32.720 --> 00:01:35.279 근데 한 중학생 정도가 그걸 보면 33 00:01:35.279 --> 00:01:37.040 이게 무슨 책이야 34 00:01:37.040 --> 00:01:38.377 이게 무슨 스토리야 35 00:01:38.377 --> 00:01:40.440 이런 얘기를 하면서 산통을 깨놓습니다 36 00:01:40.440 --> 00:01:43.559 이게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일 수도 있겠고 37 00:01:43.559 --> 00:01:46.199 아니면 다른 어떤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38 00:01:46.199 --> 00:01:48.599 어쨌든 사람이 경험을 많이 쌓을수록 39 00:01:48.599 --> 00:01:50.720 제대로 된 뭐뭐는 이게 아니다라고 40 00:01:50.720 --> 00:01:52.519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41 00:01:52.519 --> 00:01:54.760 근데 사실은 이게 스토리만이 아니라 42 00:01:54.760 --> 00:01:56.239 요리도 그렇고요 43 00:01:56.239 --> 00:01:58.680 제대로 된 짜장면은 이렇지 않아라든지 44 00:01:58.680 --> 00:02:01.559 제대로 된 뭐뭐는 이렇지 않아라는 게 참 45 00:02:01.559 --> 00:02:04.720 사실은 무서운 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46 00:02:04.720 --> 00:02:07.400 아니 그 제대로 된 뭐뭐를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이 47 00:02:07.400 --> 00:02:08.679 세상에 누가 있겠어요 48 00:02:08.679 --> 00:02:11.720 세계에 뭐 짜장면 대회 1위를 한 사람만이 49 00:02:11.720 --> 00:02:14.440 진정한 짜장면을 구별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50 00:02:14.440 --> 00:02:16.080 그냥 우리 집 앞에 있는 중국집인데 51 00:02:16.080 --> 00:02:19.000 내가 너무너무 맛있게 먹고 52 00:02:19.000 --> 00:02:20.759 마음이 헛헛할 때면 생각이 난다 53 00:02:20.759 --> 00:02:24.119 그러면 거기가 사실 진정한 짜장면일 수도 있는 거라서 54 00:02:24.119 --> 00:02:26.839 스토리에 대해서도 일단은 이 수업을 듣기 전에 55 00:02:26.839 --> 00:02:30.815 여러분이 조금 관대하게 마음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56 00:02:30.815 --> 00:02:34.360 많은 분들이 정해져 있는 어떤 방식을 따라야만 57 00:02:34.360 --> 00:02:36.000 제대로 된 스토리 구성이다 58 00:02:36.000 --> 00:02:37.759 아니면 제대로 된 스토리 작법이라고 59 00:02:37.759 --> 00:02:39.639 생각을 하는 경향이 좀 있는데 60 00:02:39.639 --> 00:02:41.639 절대로 그렇지 않다 61 00:02:41.639 --> 00:02:45.119 제일 중요한 건 작가가 편한 게 최고입니다 62 00:02:45.119 --> 00:02:46.559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요 63 00:02:46.559 --> 00:02:50.098 작가가 이것도 안 하고 저것도 안 하고 하는 게 편해 64 00:02:50.098 --> 00:02:51.520 그럼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제일 그냥 65 00:02:51.520 --> 00:02:52.960 이런 뜻이 아니라요 66 00:02:52.960 --> 00:02:55.360 작가가 스토리를 써 나가서 67 00:02:55.360 --> 00:02:58.720 완성하는 과정이 편한 것이 제일입니다 68 00:02:58.720 --> 00:03:00.880 굉장히 중요한 말이 들어있죠 69 00:03:00.880 --> 00:03:04.080 이야기가 끝나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게 70 00:03:04.080 --> 00:03:05.139 제일이라는 얘기입니다 71 00:03:05.139 --> 00:03:08.320 즉 내가 너무 편하게 놀다 보니까 이야기가 안 끝났어 72 00:03:08.320 --> 00:03:10.399 이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73 00:03:10.399 --> 00:03:14.600 반대로 그 어떤 훌륭한 작가가 권유하는 방법이라도 74 00:03:14.600 --> 00:03:18.720 스토리를 쓰는 내가 그 방법이 너무 불편하다 75 00:03:18.720 --> 00:03:21.440 이 방법으로 하니까 오늘도 너무 힘들었고 76 00:03:21.440 --> 00:03:23.479 내일 내가 또 이 스토리를 잡아야겠다 77 00:03:23.479 --> 00:03:26.039 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부담스럽다 78 00:03:26.039 --> 00:03:28.600 그렇다면 사실 그건 옳은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79 00:03:28.600 --> 00:03:30.360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요 80 00:03:30.360 --> 00:03:33.759 사실 작가가 편해야 작업이 잘 되는 법이고요 81 00:03:33.759 --> 00:03:36.679 작업이 잘 돼야 이야기를 끝낼 수 있겠죠 82 00:03:36.679 --> 00:03:40.160 아까 말한 것처럼 작가가 작업이 잘 안 된다 83 00:03:40.160 --> 00:03:45.000 이 작법에 따르면 매일매일 어떤 장편 웹툰의 스토리를 84 00:03:45.000 --> 00:03:48.600 40화분씩 요약을 해봐야 고수가 될 수 있다 85 00:03:48.600 --> 00:03:50.800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고되고 힘들고 86 00:03:50.800 --> 00:03:52.160 재미도 없는 작업이에요 87 00:03:52.160 --> 00:03:54.800 물론 더러 그걸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88 00:03:54.800 --> 00:03:57.440 대부분의 우리에게는 일종의 짐이 될 겁니다 89 00:03:57.440 --> 00:04:01.119 그걸 해야 네가 진정한 작가가 될 수 있어라고 한다면 90 00:04:01.119 --> 00:04:03.766 그렇다면 참고 해볼 테다라고 91 00:04:03.766 --> 00:04:05.520 사람이 되고 싶은 웅녀처럼 92 00:04:05.520 --> 00:04:07.839 마늘 먹듯이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93 00:04:07.839 --> 00:04:10.520 많은 분들은 그렇게 해야만 한다면 94 00:04:10.520 --> 00:04:12.220 난 작가가 못 되려나 봐 하고 95 00:04:12.220 --> 00:04:14.000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96 00:04:14.000 --> 00:04:15.830 작가가 중간에 길을 잃거나 97 00:04:15.830 --> 00:04:18.079 이렇게 의욕을 상실하게 만드는 거는 98 00:04:18.079 --> 00:04:20.679 편한 방법도 아니고 좋은 방법도 아닙니다 99 00:04:20.679 --> 00:04:22.920 제일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요 100 00:04:22.920 --> 00:04:25.760 이야기를 쓰는 건 과정이라는 얘기를 101 00:04:25.760 --> 00:04:28.320 제가 반복해서 얘기를 하는 편인데요 102 00:04:28.320 --> 00:04:31.000 이런 과정은 일종의 여정이에요 103 00:04:31.000 --> 00:04:34.200 여정이라는 건 이제 여행의 과정이라는 뜻이잖아요 104 00:04:34.200 --> 00:04:35.720 이야기의 길이에 따라서 105 00:04:35.720 --> 00:04:38.640 이 여정이 굉장히 길어질 수 있습니다 106 00:04:38.640 --> 00:04:40.567 여행도 여러 종류가 있죠 107 00:04:40.567 --> 00:04:42.440 당일치기 여행이 있을 거고요 108 00:04:42.440 --> 00:04:45.880 아니면 이제 전재산을 투자해서 떠나는 109 00:04:45.880 --> 00:04:48.760 1년간의 세계여행 같은 것도 있을 수 있을 텐데 110 00:04:48.760 --> 00:04:52.000 이게 이 길이에 따라서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을 텐데 111 00:04:52.000 --> 00:04:54.450 예를 들어서 여러분이 112 00:04:54.450 --> 00:04:57.720 1년짜리 여행에 대해서 쓰는 작법을 113 00:04:57.720 --> 00:05:02.563 당일치기 여행을 위해서 쓰는 작법과 동일한 방식을 쓴다면 114 00:05:02.563 --> 00:05:05.000 아무래도 성공적일 수는 없겠죠 115 00:05:05.000 --> 00:05:07.300 이번 시간에서는 이런 여정에서 116 00:05:07.300 --> 00:05:09.839 길을 잃지 않을 여행계획 짜는 법 117 00:05:09.839 --> 00:05:12.839 이것만은 이제 짧은 여행이든 긴 여행이든 118 00:05:12.839 --> 00:05:14.359 공통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119 00:05:14.359 --> 00:05:16.559 그런 여행계획 짜는 법을 배울 거고요 120 00:05:16.559 --> 00:05:19.000 그리고 무엇보다 첫발을 내딛는 법에 대해서 121 00:05:19.000 --> 00:05:21.119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22 00:05:21.119 --> 00:05:23.959 여러분께는 아마 대상 독자를 고려해서 123 00:05:23.959 --> 00:05:26.119 선정한 어떤 소재가 있을 거예요 124 00:05:26.119 --> 00:05:28.880 이 소재에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 있겠죠 125 00:05:28.880 --> 00:05:32.519 그리고 그 소재를 이끌어 나갈 주인공이 있을 겁니다 126 00:05:32.519 --> 00:05:35.480 처음으로 이야기 기획을 시작하신다면 127 00:05:35.480 --> 00:05:39.839 이 주인공의 시작 상태와 끝 상태를 정하는 것부터 128 00:05:39.839 --> 00:05:43.040 시작해보자고 저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29 00:05:43.040 --> 00:05:45.658 시작과 끝이 뭐냐 이런 얘기를 하면 130 00:05:45.658 --> 00:05:48.480 종종 지망생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131 00:05:48.480 --> 00:05:51.160 이거를 캐릭터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132 00:05:51.160 --> 00:05:52.560 무슨 얘기냐면 133 00:05:52.560 --> 00:05:54.920 캐릭터의 시작과 끝 134 00:05:54.920 --> 00:05:56.539 이렇게 얘기를 하면 캐릭터의 시작은 135 00:05:56.539 --> 00:05:58.488 캐릭터가 태어나는 게 시작일 거고 136 00:05:58.488 --> 00:06:00.279 캐릭터가 사망한 게 끝일 거다 137 00:06:00.279 --> 00:06:02.760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138 00:06:02.760 --> 00:06:04.279 그런 이야기도 있을 수 있죠 139 00:06:04.279 --> 00:06:06.000 1화에서 주인공이 태어나고 140 00:06:06.000 --> 00:06:07.428 마지막 화에 주인공이 141 00:06:07.428 --> 00:06:09.600 좋은 인생이었다 이러면 사망하고 142 00:06:09.600 --> 00:06:12.920 근데 이런 이야기도 있기야 하겠지만 143 00:06:12.920 --> 00:06:14.809 여러분이 지금까지 읽은 웹툰 중에 144 00:06:14.809 --> 00:06:17.600 그런 웹툰은 사실 많지 않았을 겁니다 145 00:06:17.600 --> 00:06:20.480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서는 시작과 끝을 146 00:06:20.480 --> 00:06:24.279 일종의 프레임의 개념으로 접근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47 00:06:24.279 --> 00:06:28.839 여러분이 만든 이야기의 세계는 굉장히 넓을 거예요 148 00:06:28.839 --> 00:06:31.178 이야기 자체가 이만큼이라면 149 00:06:31.178 --> 00:06:34.160 이야기의 세계는 그것보다 훨씬 넓을 거거든요 150 00:06:34.160 --> 00:06:36.720 그 안에 주인공도 오래 살겠죠 151 00:06:36.720 --> 00:06:37.760 아닐 수도 있습니다 152 00:06:37.760 --> 00:06:39.559 단명하는 주인공도 있으니까요 153 00:06:39.559 --> 00:06:41.588 근데 그것과 상관없이 154 00:06:41.588 --> 00:06:45.079 그 넓은 세계와 긴 시간 중에 155 00:06:45.079 --> 00:06:48.119 어떤 부분을 나의 프레임에 넣어서 156 00:06:48.119 --> 00:06:50.920 작품으로 만들 건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157 00:06:50.920 --> 00:06:52.399 세상은 굉장히 넓죠 158 00:06:52.399 --> 00:06:55.320 근데 거기서 우리가 어떤 사진 한 장을 찍을 때 159 00:06:55.320 --> 00:06:57.119 우리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160 00:06:57.119 --> 00:07:00.440 어떤 부분을 어떤 앵글로 찍을지 결정합니다 161 00:07:00.440 --> 00:07:03.760 그 사진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담지는 못하지만 162 00:07:03.760 --> 00:07:05.519 담을 필요도 사실은 없는 거죠 163 00:07:05.519 --> 00:07:09.480 그 사진 한 장에 담긴 의도가 정확하게 드러난다면요 164 00:07:09.480 --> 00:07:12.399 이렇듯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정할 때도 165 00:07:12.399 --> 00:07:14.760 사진에서 이렇게 프레임을 잡으셨듯이 166 00:07:14.760 --> 00:07:16.079 의도가 있어야 됩니다 167 00:07:16.079 --> 00:07:20.200 이 이야기를 왜 여기서 시작해서 여기서 끝낼 것인가 168 00:07:20.200 --> 00:07:23.839 그게 이제 여러분이 찾은 소재랑 연결이 됩니다 169 00:07:23.839 --> 00:07:26.771 내 이야기거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170 00:07:26.771 --> 00:07:28.279 형태여야 되기 때문에 171 00:07:28.279 --> 00:07:30.999 그 이야기거리를 사진을 찍을 때 172 00:07:30.999 --> 00:07:34.559 피사체를 가운데에 넣고 뭔가 만들잖아요 173 00:07:34.559 --> 00:07:36.559 제가 사진의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174 00:07:36.559 --> 00:07:38.920 제 핸드폰으로 요즘에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175 00:07:38.920 --> 00:07:40.679 카메라가 알려주더라고요 176 00:07:40.679 --> 00:07:44.160 여기에 물체를 넣으면 베스트 포토가 됩니다 177 00:07:44.160 --> 00:07:46.040 약간 그게 제 마음에 안 들 때도 있지만 178 00:07:46.040 --> 00:07:48.200 어쨌든 그 이야기거리를 그런 식으로 179 00:07:48.200 --> 00:07:50.440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180 00:07:50.440 --> 00:07:53.160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규정하는 것이죠 181 00:07:53.160 --> 00:07:56.600 그러니까 소재가 어떤 것에 기준이 된다고 182 00:07:56.600 --> 00:07:59.119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83 00:07:59.119 --> 00:08:02.640 예를 들어서 여러분이 무성애자를 소재로 184 00:08:02.640 --> 00:08:05.359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했다고 합시다 185 00:08:05.359 --> 00:08:08.839 세상에는 사실은 이제 로맨스가 넘쳐나죠 186 00:08:08.839 --> 00:08:10.359 로맨스 드라마도 많고 187 00:08:10.359 --> 00:08:14.440 로맨스가 빠지면 사실은 콘텐츠 업계의 상당한 부분이 188 00:08:14.440 --> 00:08:17.519 없어질 정도로 굉장히 그런 게 많은데 189 00:08:17.519 --> 00:08:22.600 그런 부분, 로맨스를 내 인생의 중요한 가치로 190 00:08:22.600 --> 00:08:25.318 생각하지 않는 어떤 주인공을 가지고 191 00:08:25.318 --> 00:08:27.158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했다고 합시다 192 00:08:27.158 --> 00:08:28.880 이게 나의 의도입니다 193 00:08:28.880 --> 00:08:33.320 내 의도는 이런 주인공을 잘 보여주는 것이에요 194 00:08:33.320 --> 00:08:37.359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자면 이런 존재가 있다 195 00:08:37.359 --> 00:08:39.559 그리고 여러분 중에도 있다 196 00:08:39.559 --> 00:08:41.828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197 00:08:41.828 --> 00:08:43.459 로맨스를 위해서 살고 있는 것 같지만 198 00:08:43.459 --> 00:08:44.640 굳이 그럴 수는 없다 199 00:08:44.640 --> 00:08:47.440 같은 식으로 생각을 해볼 수가 있겠죠 200 00:08:47.440 --> 00:08:51.559 그런데 이 소재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요 201 00:08:51.559 --> 00:08:54.440 주인공은 어떠해야 할까요? 202 00:08:54.440 --> 00:08:57.239 주인공의 처음 상태는 203 00:08:57.239 --> 00:09:00.280 뭐 그냥 간단하게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204 00:09:00.280 --> 00:09:04.119 본인이 무성애자라는 사실을 모를 수 있겠죠 205 00:09:04.119 --> 00:09:06.359 그런 개념이 뭔지도 모르는 주인공 206 00:09:06.359 --> 00:09:08.200 이게 처음 상태일 수 있고요 207 00:09:08.200 --> 00:09:11.799 아니면 부정하고 있는 상태일 수 있겠습니다 208 00:09:11.799 --> 00:09:14.559 내가 무성애자일 리 없어 209 00:09:14.559 --> 00:09:16.440 내가 연애를 할 수 있을 거야 210 00:09:16.440 --> 00:09:19.000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211 00:09:19.000 --> 00:09:20.838 내가 무성애자인 걸 모르거나 212 00:09:20.838 --> 00:09:23.400 아니면 그 개념 자체가 존재한다는 걸 모르거나 등등 213 00:09:23.400 --> 00:09:26.119 무지로 갈 수가 있을 거예요 214 00:09:26.119 --> 00:09:28.018 그러면 이렇게 시작을 했다면 215 00:09:28.018 --> 00:09:30.359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? 216 00:09:30.359 --> 00:09:33.760 내가 무성애자인 걸 인정한다가 되겠죠 217 00:09:33.760 --> 00:09:36.919 앞에서는 무성애자라는 존재도 몰랐던 내가 218 00:09:36.919 --> 00:09:38.880 여러 가지를 겪고 난 이후에는 219 00:09:38.880 --> 00:09:40.599 아 나는 무성애자구나 220 00:09:40.599 --> 00:09:43.760 로맨스를 억지로 추구할 필요가 없구나라는 깨달음 221 00:09:43.760 --> 00:09:47.159 이 시작과 끝의 사이에는 무엇이 있었냐 222 00:09:47.159 --> 00:09:48.400 쉽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223 00:09:48.400 --> 00:09:49.719 그냥 변했죠 224 00:09:49.719 --> 00:09:51.239 몰랐는데 알았어요 225 00:09:51.239 --> 00:09:53.039 인정하지 않았는데 인정했어요 226 00:09:53.039 --> 00:09:56.039 이런 식으로 어떠한 종류의 변화가 일어나면 227 00:09:56.039 --> 00:09:58.440 그것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입니다 228 00:09:58.440 --> 00:10:02.840 얘가, 이 본인이 무성애자라는 사실을 229 00:10:02.840 --> 00:10:05.520 부정한 시점이 언제인가 230 00:10:05.520 --> 00:10:07.599 얘가 그걸 받아들인 시점이 언제인가가 231 00:10:07.599 --> 00:10:10.559 여러분의 프레임이 되는 것입니다 232 00:10:10.559 --> 00:10:12.080 다른 예시를 하나 들어볼게요 233 00:10:12.080 --> 00:10:14.679 예를 들자면 234 00:10:14.679 --> 00:10:17.559 굉장히 공부를 싫어하는 친구가 있어요 235 00:10:17.559 --> 00:10:19.919 나는 공부가 너무너무 싫어 236 00:10:19.919 --> 00:10:22.520 그런데 이 이야기의 결말은 237 00:10:22.520 --> 00:10:26.960 이 친구가 공부를 굉장히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238 00:10:26.960 --> 00:10:29.280 그러면 시작은 공부를 싫어하는 주인공 239 00:10:29.280 --> 00:10:31.880 끝은 공부를 좋아하게 된 주인공 240 00:10:31.880 --> 00:10:35.880 그 사이에는 어떤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겠죠 241 00:10:35.880 --> 00:10:37.840 이해가 잘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242 00:10:37.840 --> 00:10:39.760 여러분이 이야기의 틀을 짜실 때 243 00:10:39.760 --> 00:10:41.679 제일 먼저 해야 될 것은 244 00:10:41.679 --> 00:10:43.520 시작 시점의 주인공은 어떠한가 245 00:10:43.520 --> 00:10:45.799 끝 시점의 주인공은 어떠한가를 246 00:10:45.799 --> 00:10:48.840 객관적으로 살펴보시는 것입니다 247 00:10:48.840 --> 00:10:51.230 제가 시작과 끝의 중간에 무엇이 있느냐 248 00:10:51.230 --> 00:10:52.760 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249 00:10:52.760 --> 00:10:54.719 그 중간에는 변화가 있었죠 250 00:10:54.719 --> 00:10:57.280 여러분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막연하다면 251 00:10:57.280 --> 00:11:00.159 이 질문부터 던져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252 00:11:00.159 --> 00:11:03.520 주인공은 어떻게 변하나요? 253 00:11:03.520 --> 00:11:05.039 주인공의 시작 상태 254 00:11:05.039 --> 00:11:08.200 어떤 과정을 거쳐서 변화한 끝 상태 255 00:11:08.200 --> 00:11:10.559 별거 아닌 얘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256 00:11:10.559 --> 00:11:13.798 사실은 이것이 모든 종류의 스토리 작법에서 257 00:11:13.798 --> 00:11:15.719 이야기하는 3막입니다 258 00:11:15.719 --> 00:11:18.080 이야기 창작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259 00:11:18.080 --> 00:11:19.479 아마 3막 구조에 대해서는 260 00:11:19.479 --> 00:11:21.840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261 00:11:21.840 --> 00:11:22.760 그렇게 얘기를 하면 262 00:11:22.760 --> 00:11:25.640 저 사람 조금 뭔가 배운 것 같다라거나 263 00:11:25.640 --> 00:11:28.839 대단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264 00:11:28.839 --> 00:11:32.359 사실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265 00:11:32.359 --> 00:11:35.679 이게 다예요 방금 말씀드린 그것 266 00:11:35.679 --> 00:11:37.719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면요 267 00:11:37.719 --> 00:11:39.559 곤충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죠 268 00:11:39.559 --> 00:11:41.799 저 이거 초등학교 때 배웠죠 269 00:11:41.799 --> 00:11:44.280 머리와 가슴과 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70 00:11:44.280 --> 00:11:45.760 식물은요 271 00:11:45.760 --> 00:11:48.840 뭐 뿌리, 줄기, 잎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죠 272 00:11:48.840 --> 00:11:51.880 이런 얘기를 하면 우리는 조금 반론하고 싶어지죠 273 00:11:51.880 --> 00:11:52.980 머리, 가슴, 배로 274 00:11:52.980 --> 00:11:54.679 이루어져 있지 않는 곤충도 있지 않나요? 275 00:11:54.679 --> 00:11:56.239 거미는 어떻게 되나요? 276 00:11:56.239 --> 00:11:57.840 아니면 식물, 꽃은요? 277 00:11:57.840 --> 00:11:59.599 이런 얘기 하고 싶어지는데 278 00:11:59.599 --> 00:12:03.268 그런 것들은 이제 예외로 넣더라도 기본적으로 우리는 279 00:12:03.268 --> 00:12:04.880 곤충은 머리, 가슴, 배라고 이야기하고 280 00:12:04.880 --> 00:12:07.200 식물은 뿌리, 줄기, 잎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281 00:12:07.200 --> 00:12:09.000 그렇다면 이야기는 282 00:12:09.000 --> 00:12:12.679 시작과 중간과 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83 00:12:12.679 --> 00:12:14.080 시작이라 하면 뭐냐 284 00:12:14.080 --> 00:12:15.719 그 앞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고요 285 00:12:15.719 --> 00:12:18.320 그 다음에는 뭔가가 있는 겁니다 286 00:12:18.320 --> 00:12:20.320 중간은 앞에도 뭐가 있고요 287 00:12:20.320 --> 00:12:21.880 뒤에도 뭐가 있는 거예요 288 00:12:21.880 --> 00:12:23.520 끝은요 289 00:12:23.520 --> 00:12:24.559 앞에는 뭐가 있지만 290 00:12:24.559 --> 00:12:26.960 그 다음엔 뭐가 없는 겁니다 291 00:12:26.960 --> 00:12:31.320 굉장히 재미없는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시겠지만 292 00:12:31.320 --> 00:12:33.719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렇게 말했고요 293 00:12:33.719 --> 00:12:37.919 시학 제 7장에 정확하게 그렇게 나옵니다 294 00:12:37.919 --> 00:12:40.760 3막이란 이런 것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고요 295 00:12:40.760 --> 00:12:44.510 시학이 이야기 작법의 가장 시초라고 296 00:12:44.510 --> 00:12:46.719 많이들 이야기를 합니다 297 00:12:46.719 --> 00:12:49.679 대략 한 2000년 전에 쓰여진 책이고요 298 00:12:49.679 --> 00:12:53.599 제목이 시학이기 때문에 예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299 00:12:53.599 --> 00:12:55.090 시에 대한 학 300 00:12:55.090 --> 00:12:57.359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원제인 그리스어는 301 00:12:57.359 --> 00:13:00.520 시를 짓는 기술에 가까운 제목이라고 해요 302 00:13:00.520 --> 00:13:02.479 근데 그게 이제 몇 번 번역을 거쳐서 303 00:13:02.479 --> 00:13:04.119 그리스어가 영어가 됐을 거고요 304 00:13:04.119 --> 00:13:06.039 영어가 되면서 포에틱스가 됐고 305 00:13:06.039 --> 00:13:09.159 그 다음에 한국어로 번역을 하면서 시학이 됐을 뿐인데 306 00:13:09.159 --> 00:13:13.000 그러면 시를 짓는 이야기가 왜 우리한테 소용이 있느냐 307 00:13:13.000 --> 00:13:15.119 그 당시에 말하는 시는 308 00:13:15.119 --> 00:13:16.960 일종의 서사시였던 것입니다 309 00:13:16.960 --> 00:13:18.440 그리고 서사시는 어디에 썼냐 310 00:13:18.440 --> 00:13:19.840 극으로 올렸습니다 311 00:13:19.840 --> 00:13:21.960 그러니까 이거는 굳이 말하자면 312 00:13:21.960 --> 00:13:24.640 극을 만드는 방법에 가깝고요 313 00:13:24.640 --> 00:13:27.159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시학이라는 책에서 314 00:13:27.159 --> 00:13:29.039 이야기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? 315 00:13:29.039 --> 00:13:30.960 시작과 중간과 끝이다 316 00:13:30.960 --> 00:13:34.400 이야기의 전체는 시작과 중간과 결말을 가지고 있다 317 00:13:34.400 --> 00:13:36.679 결말, 끝, 뭐 그렇겠죠 318 00:13:36.679 --> 00:13:39.559 이거를, 이 간단한 내용을 319 00:13:39.559 --> 00:13:42.520 후대의 여러 학자들과 연구자들이 연구하면서 320 00:13:42.520 --> 00:13:44.320 이제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321 00:13:44.320 --> 00:13:47.200 이거는 학자들, 연구자들이 왜 그랬을까를 322 00:13:47.200 --> 00:13:48.640 얘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323 00:13:48.640 --> 00:13:51.799 대부분의 고대의 어떤 깊은 가르침은 324 00:13:51.799 --> 00:13:53.840 후대 연구자들이 의미를 부여하면서 325 00:13:53.840 --> 00:13:55.840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326 00:13:55.840 --> 00:13:58.919 예를 들자면 이제 공자님의 가르침이라든지 327 00:13:58.919 --> 00:14:01.479 유명한 어떤 철학가의 얘기라든지 328 00:14:01.479 --> 00:14:04.119 이런 것들은 후대의 연구가 결국은 329 00:14:04.119 --> 00:14:07.919 처음에 말한 발화자의 의도를 더 살려서 얘기를 하잖아요 330 00:14:07.919 --> 00:14:11.039 그런 것처럼 3막 구조 역시 331 00:14:11.039 --> 00:14:12.640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는 332 00:14:12.640 --> 00:14:15.000 사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기보다는 333 00:14:15.000 --> 00:14:17.798 후대의 학자들이 더한 것들이 많다고 334 00:14:17.798 --> 00:14:19.400 얘기를 할 수가 있겠고요 335 00:14:19.400 --> 00:14:22.239 예를 들어서 앞서 다른 수업에서 우리가 다루었던 336 00:14:22.239 --> 00:14:25.239 시드 필드라는 연구자가 있습니다 337 00:14:25.239 --> 00:14:29.599 극, 시나리오 쓰는 법을 주로 다루었던 학자인데 338 00:14:29.599 --> 00:14:31.799 이 사람 같은 경우는 3막 339 00:14:31.799 --> 00:14:34.640 시작, 중간, 결말이 340 00:14:34.640 --> 00:14:38.479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규정을 했어요 341 00:14:38.479 --> 00:14:41.574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야기가 시작과 중간과 결말로 342 00:14:41.574 --> 00:14:43.559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343 00:14:43.559 --> 00:14:47.559 내가 보기에 시작은 설정의 역할을 해야 될 것 같아 344 00:14:47.559 --> 00:14:50.640 그리고 중간은 대립의 역할을 해야 하고 345 00:14:50.640 --> 00:14:53.840 결말은 모름지기 해결의 역할을 해야 될 것 같아 346 00:14:53.840 --> 00:14:56.520 라고 본인의 의견을 얘기를 한 거죠 347 00:14:56.520 --> 00:14:58.039 여러분이 얼핏 듣더라도 348 00:14:58.039 --> 00:15:01.200 아까 제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라고 얘기한 349 00:15:01.200 --> 00:15:04.280 처음은 앞에 아무것도 없고 뒤에는 뭐가 있는 거야 350 00:15:04.280 --> 00:15:05.640 중간은 앞에도 있고 뒤에도 있고 351 00:15:05.640 --> 00:15:07.569 이것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352 00:15:07.569 --> 00:15:10.520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신가요? 353 00:15:10.520 --> 00:15:12.679 이 부분은 이후에 다시 다룰 테니까 354 00:15:12.679 --> 00:15:15.520 지금은 일단 다시 3막 구조로 돌아와봅시다 355 00:15:15.520 --> 00:15:19.080 여러분이 아까 정한 처음 상태와 마지막 상태가 356 00:15:19.080 --> 00:15:21.880 각각 1막과 3막에 해당합니다 357 00:15:21.880 --> 00:15:25.760 예를 들어서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358 00:15:25.760 --> 00:15:28.359 온갖 연애를 다 섭렵한 끝에 359 00:15:28.359 --> 00:15:30.159 결국 본인에게 필요한 건 360 00:15:30.159 --> 00:15:34.159 연애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시다 361 00:15:34.159 --> 00:15:36.520 이거를 3막으로 나눠보시겠어요? 362 00:15:36.520 --> 00:15:38.599 제가 한 3초 정도 침묵할 테니 363 00:15:38.599 --> 00:15:40.955 잠깐 영상을 멈추고 스스로 생각을 해보십시오 364 00:15:43.440 --> 00:15:44.640 3초가 지났죠 365 00:15:44.640 --> 00:15:46.520 1막은 어느 부분일까요? 366 00:15:46.520 --> 00:15:48.599 1막에서 나와야 되는 거는 367 00:15:48.599 --> 00:15:50.200 나는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봤어 368 00:15:50.200 --> 00:15:52.640 라는 주인공에 대한 설정이 나오는 부분 369 00:15:52.640 --> 00:15:55.960 2막은 이제 온갖 연애를 다 섭렵하는 내용이 나오겠죠 370 00:15:55.960 --> 00:15:57.960 이런 연애 저런 연애 다 해봤는데 371 00:15:57.960 --> 00:16:01.000 결국 결론 3막 372 00:16:01.000 --> 00:16:03.880 나한테 필요한 건 연애가 아니었구나 373 00:16:03.880 --> 00:16:05.599 이 문장 안에 다 들어있다는 겁니다 374 00:16:05.599 --> 00:16:08.039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1막 375 00:16:08.039 --> 00:16:10.000 온갖 연애를 다 섭렵한 끝에 2막 376 00:16:10.000 --> 00:16:12.000 결국 본인에게 필요한 건 연애가 아니었다 377 00:16:12.000 --> 00:16:13.599 깨닫는 이야기 3막 378 00:16:13.599 --> 00:16:17.320 조금은 1,2,3막의 개념이 선명해지셨을까요? 379 00:16:17.320 --> 00:16:21.159 어쩌면 지금 아마 이런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380 00:16:21.159 --> 00:16:24.039 그건 짧은 얘기를 쓸 때나 도움이 되지 381 00:16:24.039 --> 00:16:28.080 내가 쓰려는 웹툰은 200화, 300화 이런 장편인데 382 00:16:28.080 --> 00:16:30.760 그걸 어떻게 저렇게 한 줄로 요약해 383 00:16:30.760 --> 00:16:31.719 단언하는데요 384 00:16:31.719 --> 00:16:34.368 100화가 아니라 1000화짜리 웹툰이라고 하더라도 385 00:16:34.368 --> 00:16:36.400 충분히 저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386 00:16:36.400 --> 00:16:38.679 그리고 앞서 제가 예로 든 387 00:16:38.679 --> 00:16:40.159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388 00:16:40.159 --> 00:16:43.119 온갖 연애를 다 섭렵한 끝에 389 00:16:43.119 --> 00:16:45.579 결국 나한테는 연애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는 걸 390 00:16:45.579 --> 00:16:47.479 깨닫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391 00:16:47.479 --> 00:16:50.520 얼마든지 100화 이상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392 00:16:50.520 --> 00:16:52.799 어째서일까요? 393 00:16:52.799 --> 00:16:56.119 100화의 대부분은 뭐가 차지할까요? 394 00:16:56.119 --> 00:16:58.239 1, 2, 3막의 개념을 조금 뛰어넘어서 395 00:16:58.239 --> 00:16:59.719 한번 생각을 해보시면 396 00:16:59.719 --> 00:17:02.159 이 이야기는 아마 주인공이 397 00:17:02.159 --> 00:17:05.000 온갖 종류의 연애를 섭렵하는 이야기가 398 00:17:05.000 --> 00:17:08.319 대부분을 차지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399 00:17:08.319 --> 00:17:11.920 그 안에 굉장히 많은 이야깃거리가 들어 있을 거고요 400 00:17:11.920 --> 00:17:13.079 오히려 거기에 비하면 401 00:17:13.079 --> 00:17:16.959 1막과 3막은 비중이 별로 많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402 00:17:16.959 --> 00:17:18.119 착각하시면 안 되는 게 403 00:17:18.119 --> 00:17:20.680 지금 얘기하는 비중은 중요도에서의 비중이 아니라 404 00:17:20.680 --> 00:17:22.280 분량에서의 비중입니다 405 00:17:22.280 --> 00:17:24.119 분량 자체는 많지 않겠지만 406 00:17:24.119 --> 00:17:26.959 이야기적인 가치로는 굉장히 중요하겠죠 407 00:17:26.959 --> 00:17:30.760 어쨌든 지금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408 00:17:30.760 --> 00:17:33.599 오만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다 들어 있을 409 00:17:33.599 --> 00:17:36.599 그 2막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410 00:17:36.599 --> 00:17:38.959 왜냐하면 다시 또 설명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고요 411 00:17:38.959 --> 00:17:40.160 조금 기다려 주시고 412 00:17:40.160 --> 00:17:43.280 일단은 1막과 3막에 계속 집중해 봅시다 413 00:17:43.280 --> 00:17:46.119 만약에 그래도 장편을 어떻게 414 00:17:46.119 --> 00:17:47.959 저렇게 짧게 설명할 수가 있어? 415 00:17:47.959 --> 00:17:49.920 싶은 생각이 드신다면 416 00:17:49.920 --> 00:17:52.680 제가 추천하는 훈련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417 00:17:52.680 --> 00:17:55.439 여러분은 굉장히 웹툰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418 00:17:55.439 --> 00:17:57.160 이 강의를 듣고 계실 텐데요 419 00:17:57.160 --> 00:18:00.319 그렇기 때문에 아마 많은 장편 웹툰을 보셨을 거예요 420 00:18:00.319 --> 00:18:02.199 그런 장편 웹툰들을 3막 구조로 421 00:18:02.199 --> 00:18:05.119 스스로 요약해 보는 훈련을 하면 굉장히 좋습니다 422 00:18:05.119 --> 00:18:08.119 여기서 중요한 게 완결 웹툰이라고 말씀을 드렸죠 423 00:18:08.119 --> 00:18:11.199 완결되지 않은 웹툰은 3막이 아직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424 00:18:11.199 --> 00:18:14.040 이런 요약 훈련을 하기 적합하지 않을 거고요 425 00:18:14.040 --> 00:18:18.520 완결이 되어 있다면 주인공의 시작 상태, 끝 상태 426 00:18:18.520 --> 00:18:19.959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 427 00:18:19.959 --> 00:18:21.959 이거를 이제 분석하기에 428 00:18:21.959 --> 00:18:24.839 괜찮은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429 00:18:24.839 --> 00:18:27.839 물론 분석이 안 되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430 00:18:27.839 --> 00:18:29.400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431 00:18:29.400 --> 00:18:31.760 곤충 중에도 그렇지 않은 곤충이 있을 수 있고 432 00:18:31.760 --> 00:18:34.199 식물 중에도 또 예외가 있을 수 있잖아요 433 00:18:34.199 --> 00:18:37.548 하지만 이러한 3막 구조가 잘 잡힌 이야기라면 434 00:18:37.548 --> 00:18:40.987 어?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단순한 구조였네 435 00:18:40.987 --> 00:18:42.839 싶은 생각이 드실 겁니다 436 00:18:42.839 --> 00:18:46.359 중간에 있는 모험이 아무리 스펙터클하고 멋지든지 437 00:18:46.359 --> 00:18:48.560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을 하면 438 00:18:48.560 --> 00:18:50.839 겁쟁이가 영웅이 되는 이야기 439 00:18:50.839 --> 00:18:52.400 1막 주인공은 겁쟁이다 440 00:18:52.400 --> 00:18:54.079 3막 주인공이 영웅이 되었다 441 00:18:54.079 --> 00:18:55.319 뭐가 바뀌었지? 442 00:18:55.319 --> 00:18:59.400 주인공이 용기를 얻어서 자존감을 되찾고 443 00:18:59.400 --> 00:19:01.560 사람들의 힘이 되는 존재가 되었다 444 00:19:01.560 --> 00:19:04.359 이런 가운데 있는 변화를 거쳐서 445 00:19:04.359 --> 00:19:06.079 다른 존재가 되죠 446 00:19:06.079 --> 00:19:09.319 자신감이 없던 사람이 자존감을 되찾는 이야기 447 00:19:09.319 --> 00:19:12.640 사랑을 믿지 않던 사람이 사랑으로 살게 되는 이야기 448 00:19:12.640 --> 00:19:16.479 소꿉친구였던 존재가 연인이 되는 이야기 등등 449 00:19:16.479 --> 00:19:19.359 굉장히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450 00:19:19.359 --> 00:19:22.119 이런 연습을 다른 작품으로 해보다보면요 451 00:19:22.119 --> 00:19:24.880 내 이야기의 상도 굉장히 선명해집니다 452 00:19:24.880 --> 00:19:26.959 1화에서는 주인공의 처음 상태를 453 00:19:26.959 --> 00:19:29.000 이런 식으로 보여주면 되겠구나 454 00:19:29.000 --> 00:19:33.049 주인공이 겁쟁이인 걸 처음 상태로 설정한 이 작품에서는 455 00:19:33.049 --> 00:19:35.809 주인공의 겁쟁이 모습을 이런 식으로 보여줬구나 456 00:19:35.809 --> 00:19:37.719 그렇다면 나도 저런 식으로 457 00:19:37.719 --> 00:19:40.359 사건을 하나 대입해서 넣으면 되겠다 458 00:19:40.359 --> 00:19:42.520 마지막 화는 이런 느낌으로 끝나는구나 459 00:19:42.520 --> 00:19:45.239 그러면 내 이야기도 마지막 상은 460 00:19:45.239 --> 00:19:47.520 이런 임팩트 있는 장면을 넣으면 되겠다 461 00:19:47.520 --> 00:19:50.359 이거를 표절이랑은 전혀 다른 개념인데요 462 00:19:50.359 --> 00:19:53.000 여러분이 많은 작품을 접하면 접할수록 463 00:19:53.000 --> 00:19:55.839 여러분 자신의 독창성도 오히려 올라갑니다 464 00:19:55.839 --> 00:19:59.520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보고 분석하는 거를 465 00:19:59.520 --> 00:20:01.680 너무 겁내지 않으셨으면 좋겠고요 466 00:20:01.680 --> 00:20:03.359 추가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467 00:20:03.359 --> 00:20:05.920 많은 독자들이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468 00:20:05.920 --> 00:20:09.280 작가는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469 00:20:09.280 --> 00:20:12.800 저도 사실 독자였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470 00:20:12.800 --> 00:20:16.560 예를 들자면 1화를 다 만들고 2화를 쓰고 471 00:20:16.560 --> 00:20:19.965 2화를 다 쓰고 그다음에 3화를 쓰고 이런 472 00:20:19.965 --> 00:20:23.359 그래서 엔딩은 맨 끝에 고민해서 만든다 473 00:20:23.359 --> 00:20:25.640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50화에서 완결이 되면 474 00:20:25.640 --> 00:20:28.119 49화를 쓴 다음에 아 50화 어떡하지 475 00:20:28.119 --> 00:20:30.680 그렇게 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476 00:20:30.680 --> 00:20:32.640 이거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게 477 00:20:32.640 --> 00:20:35.119 독자는 그 순서대로 읽죠, 그렇죠? 478 00:20:35.119 --> 00:20:39.119 특히나 요즘의 웹툰은 연재가 기본 포맷이기 때문에 479 00:20:39.119 --> 00:20:41.400 한 주, 한 주 순서대로 읽으니까 480 00:20:41.400 --> 00:20:43.599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481 00:20:43.599 --> 00:20:45.828 단언하건대 작가로서는 그런 식으로 482 00:20:45.828 --> 00:20:48.040 이야기를 쓰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483 00:20:48.040 --> 00:20:49.599 처음에 저희가 이 수업 시작할 때 484 00:20:49.599 --> 00:20:52.719 제가 여행에 비교한 게 기억이 나실 거예요 485 00:20:52.719 --> 00:20:56.467 여행을 떠날 때 어디로 가는지 486 00:20:56.467 --> 00:21:00.040 모르는 채로 출발하는 여행도 있을 수야 있죠 487 00:21:00.040 --> 00:21:02.920 그런데 대부분은 어떤 종류의 목적은 있습니다 488 00:21:02.920 --> 00:21:06.359 예를 들자면 열흘 후에 집으로 돌아오겠다거나 489 00:21:06.359 --> 00:21:09.000 아니면 부산으로 가겠다거나 490 00:21:09.000 --> 00:21:12.800 만약에 1화를 쓴 다음에 2화를 고민하고 계시다면 491 00:21:12.800 --> 00:21:15.959 그거는 배낭을 메고 집에서 출발은 했는데 492 00:21:15.959 --> 00:21:17.640 나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493 00:21:17.640 --> 00:21:19.599 이런 느낌의 여행입니다 494 00:21:19.599 --> 00:21:21.599 그런 것도 나름의 즐거움은 있겠지만 495 00:21:21.599 --> 00:21:24.640 적어도 체계적인 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496 00:21:24.640 --> 00:21:26.439 적어도 목적은 있어야 되고 497 00:21:26.439 --> 00:21:30.479 예를 들자면 나는 이 여행을 통해서 498 00:21:30.479 --> 00:21:32.640 한 푼도 쓰지 않고 499 00:21:32.640 --> 00:21:35.280 여행을 끝난 채로 집으로 돌아오겠다든지 500 00:21:35.280 --> 00:21:37.199 아니면 부산에 가서 해운대에 가서 501 00:21:37.199 --> 00:21:39.280 발을 담궈보고 오겠다든지 502 00:21:39.280 --> 00:21:40.880 아니면 어디로 가든 괜찮지만 503 00:21:40.880 --> 00:21:43.000 일주일을 채우고 오겠다 등등 504 00:21:43.000 --> 00:21:45.719 근데 이 목적이 분명하면 분명할수록 505 00:21:45.719 --> 00:21:47.653 여행을 이어나가기가 편합니다 506 00:21:47.965 --> 00:21:51.549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 507 00:21:51.959 --> 00:21:53.719 누가? 내가 508 00:21:53.719 --> 00:21:55.319 이야기를 쓸 때 중요한 건 509 00:21:55.319 --> 00:21:56.959 작가가 편한 거라고 했잖아요 510 00:21:56.959 --> 00:21:58.479 여행을 이어나가고 511 00:21:58.479 --> 00:22:01.319 여행을 잘 끝내기가 편해집니다 512 00:22:01.319 --> 00:22:05.439 이야기의 기본 틀을 시작과 끝이라고 말씀을 드렸고요 513 00:22:05.439 --> 00:22:08.800 그 중간에는 변화가 있어야 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514 00:22:08.800 --> 00:22:10.199 근데 이렇게 얘기를 하면 515 00:22:10.199 --> 00:22:12.800 종종 주인공이 꼭 변해야 하나요? 516 00:22:12.800 --> 00:22:14.520 이런 질문이 들어옵니다 517 00:22:14.520 --> 00:22:16.920 이런 질문은 굉장히 좋은 질문이고 518 00:22:16.920 --> 00:22:20.520 저도 들으면 기뻐서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요 519 00:22:20.520 --> 00:22:23.000 이런 질문이 들어오는 이유는 간단한데 520 00:22:23.000 --> 00:22:25.199 사람이 변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521 00:22:25.199 --> 00:22:27.520 그걸 그렇게 쉽게 말하냐는 거죠 522 00:22:27.520 --> 00:22:28.280 이해합니다 523 00:22:28.280 --> 00:22:32.199 실제로 제가 인생에서 큰 변화를 겪은 524 00:22:32.199 --> 00:22:34.086 그런 일은 지금 저한테 얘기하라고 그래도 525 00:22:34.086 --> 00:22:35.800 잘 생각이 안 나거든요 526 00:22:35.800 --> 00:22:38.959 근데 이건 앞뒤가 좀 바뀌어 있어요 527 00:22:38.959 --> 00:22:42.119 사람이 변화를 겪는 게 힘든 건 맞습니다 528 00:22:42.119 --> 00:22:46.280 그런데 그렇게 변하는 게 힘들고 귀중하기 때문에 529 00:22:46.280 --> 00:22:49.479 여러분의 이야기에 이야기 가치가 있는 겁니다 530 00:22:49.479 --> 00:22:52.239 우리는 뭐 사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531 00:22:52.239 --> 00:22:54.359 그렇게 큰 변화 없이 살고 있죠 532 00:22:54.359 --> 00:22:57.760 근데 그렇다고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겠다고 533 00:22:57.760 --> 00:23:00.680 주인공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무런 변화 없이 534 00:23:00.680 --> 00:23:02.160 아무런 변화 없이 산다 535 00:23:02.160 --> 00:23:04.000 나는 오늘도 똑같고 내일도 똑같다 536 00:23:04.000 --> 00:23:05.800 나는 오늘도 겁쟁이고 내일도 겁쟁이고 537 00:23:05.800 --> 00:23:07.766 이야기가 끝날 때도 겁쟁이다라면 538 00:23:07.766 --> 00:23:10.880 사실은 독자들이 귀를 기울일 이유가 없습니다 539 00:23:10.880 --> 00:23:13.880 왜냐하면 우리의 일상이 그렇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540 00:23:13.880 --> 00:23:16.400 이게 조금 쓸쓸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541 00:23:16.400 --> 00:23:19.500 우리는 기본적으로 변화를 동경하는 존재라고 542 00:23:19.500 --> 00:23:20.839 저는 생각하고요 543 00:23:20.839 --> 00:23:23.160 이런 나지만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거야 544 00:23:23.160 --> 00:23:25.040 아니면 언젠가는 흥미로운 일이 있을 거야 545 00:23:25.040 --> 00:23:28.040 내 인생에도 변화가 있을 거야라고 믿고 살고 있잖아요 546 00:23:28.040 --> 00:23:29.560 그리고 더러 발생하죠 547 00:23:29.560 --> 00:23:34.599 그리고 발생하면 굉장히 큰 감정적 변화를 겪습니다 548 00:23:34.599 --> 00:23:37.800 그걸 보기 위해서 우리는 이야기를 보죠 549 00:23:37.800 --> 00:23:40.839 만화를 보고 웹툰을 보고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죠 550 00:23:40.839 --> 00:23:43.189 그저 그런 우리의 똑같은 일상을 보려고 551 00:23:43.189 --> 00:23:44.599 영화관에 가지는 않잖아요 552 00:23:44.599 --> 00:23:46.560 웹툰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553 00:23:46.560 --> 00:23:49.599 만약에 본인이 어떤 이야기를 생각을 했는데요 554 00:23:49.599 --> 00:23:51.760 시작을 쓰고 끝을 썼어요 555 00:23:51.760 --> 00:23:53.280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556 00:23:53.280 --> 00:23:55.160 이야기의 시작, 나는 게으르다 557 00:23:55.160 --> 00:23:57.319 이야기의 끝, 나는 게으르다 558 00:23:57.319 --> 00:23:58.752 그러면 사실은 이야기를 조금 559 00:23:58.752 --> 00:24:01.920 다시 고민해봐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560 00:24:01.920 --> 00:24:04.439 두 가지로 나눠서 설명을 드릴게요 561 00:24:04.439 --> 00:24:07.257 첫 번째, 주인공의 진짜로 아무런 변화가 562 00:24:07.257 --> 00:24:08.920 안 일어나는 이야기라면 563 00:24:08.920 --> 00:24:11.760 방금 얘기한 것처럼 그냥 좀 죄송하지만 564 00:24:11.760 --> 00:24:14.520 이야기 가치가 없을 수가 있습니다 565 00:24:14.520 --> 00:24:17.839 근데 조금 희망적인 얘기를 하자면요 566 00:24:17.839 --> 00:24:20.961 더 높은 확률은 그냥 여러분 본인이 그 변화를 567 00:24:20.961 --> 00:24:23.719 눈치 못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568 00:24:23.719 --> 00:24:27.319 내가 작가인데 어떻게 내가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나 569 00:24:27.319 --> 00:24:28.479 뭐 그럴 수 있어요 570 00:24:28.479 --> 00:24:31.839 의외로 작가는 자기 자신의 작품을 잘 모릅니다 571 00:24:31.839 --> 00:24:33.800 예시를 들어서 설명을 해볼게요 572 00:24:33.800 --> 00:24:36.640 예를 들어서 주인공이 있어요 573 00:24:36.640 --> 00:24:40.640 처음 시작 시점에 이 주인공은 애인이 없습니다 574 00:24:40.640 --> 00:24:41.760 됐죠? 575 00:24:41.760 --> 00:24:44.560 끝에, 마지막 576 00:24:44.560 --> 00:24:46.119 주인공은 솔로예요 577 00:24:46.119 --> 00:24:47.920 애인이 없어요 578 00:24:47.920 --> 00:24:50.160 그러면 이야기 가치가 없는 건가봐 579 00:24:50.160 --> 00:24:53.319 이럴 때는 사실은 조금 더 들여다봐야 됩니다 580 00:24:53.319 --> 00:24:55.599 중간에 뭐가 있었냐면요 581 00:24:55.599 --> 00:24:58.849 애인이 없었던 주인공이 연애를 하고 헤어져서 582 00:24:58.849 --> 00:25:01.359 다시 솔로가 되는 이야기였던 거예요 583 00:25:01.359 --> 00:25:03.171 그렇다면 처음 상태의 솔로랑 584 00:25:03.171 --> 00:25:06.280 이야기 마지막 시점의 솔로는 동일한 솔로인가요? 585 00:25:06.280 --> 00:25:10.359 솔로가 계속 반복되니까 약간 좀 민망한 느낌인데 586 00:25:10.359 --> 00:25:14.000 처음에 애인이 없었고 연애를 겪지 않은 상태와 587 00:25:14.000 --> 00:25:16.900 연애를 겪고 헤어짐을 선택한 상태는 588 00:25:16.900 --> 00:25:19.319 사실은 그 인간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589 00:25:19.319 --> 00:25:24.319 같은 상황이라도 처음 시작 시점의 솔로인 나와 590 00:25:24.319 --> 00:25:26.239 여기서 나라는 건 주인공입니다만 591 00:25:26.239 --> 00:25:30.400 마지막 시점 연애를 마친 나는 592 00:25:30.400 --> 00:25:32.439 아마 서로 다른 대사를 할 거고요 593 00:25:32.439 --> 00:25:34.920 어떤 경우에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겠죠 594 00:25:34.920 --> 00:25:37.280 예를 들자면 시작 시점의 나는 595 00:25:37.280 --> 00:25:41.199 누군가가 나에게 고백을 하면 생각할 나위 없이 596 00:25:41.199 --> 00:25:43.680 나를 좋아한다고? 무조건 사귀자 597 00:25:43.680 --> 00:25:46.280 그런데 예를 들어서 끝나는 시점의 나라면 598 00:25:46.280 --> 00:25:48.319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599 00:25:48.319 --> 00:25:51.760 나 자신의 감정을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겠죠 600 00:25:51.760 --> 00:25:55.319 시작과 끝의 주인공은 변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는데 601 00:25:55.319 --> 00:25:57.839 제가 보기엔 천만에, 변했습니다 602 00:25:57.839 --> 00:26:01.640 그리고 굉장히 유의미한, 의미가 있는 변화를 한 거죠 603 00:26:01.640 --> 00:26:05.160 그 변화의 과정의 우여곡절, 2막이죠 604 00:26:05.160 --> 00:26:08.199 이게 우리 이야기의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할 거고요 605 00:26:08.199 --> 00:26:11.160 그 부분이 어떻게 잘 묘사가 되느냐에 따라서 606 00:26:11.160 --> 00:26:14.319 3막에서의 주인공의 변화가 얼마나 더 설득력 있게 607 00:26:14.319 --> 00:26:16.640 다가올지가 달라질 겁니다 608 00:26:16.640 --> 00:26:19.040 크리스토퍼 보글러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609 00:26:19.040 --> 00:26:20.800 이 사람은 본인도 시나리오를 썼고 610 00:26:20.800 --> 00:26:23.119 그보다 더 유명한 역할은 시나리오를 611 00:26:23.119 --> 00:26:25.880 남의 시나리오를 보고 고쳐주거나 612 00:26:25.880 --> 00:26:28.280 조언을 하는 역할로 유명한데요 613 00:26:28.280 --> 00:26:30.839 이 사람이 가장 크게 이름을 알린 거는 614 00:26:30.839 --> 00:26:34.199 영웅의 여정 12단계라는 걸로 아주 유명합니다 615 00:26:34.199 --> 00:26:36.920 보글러가 이제 할리우드계에서 일할 때 616 00:26:36.920 --> 00:26:41.239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라는 분의 강의를 들었다고 해요 617 00:26:41.239 --> 00:26:43.959 조지프 캠벨이라는 분은 방금 말한 것처럼 618 00:26:43.959 --> 00:26:45.959 신화를 연구하는 사람인데요 619 00:26:45.959 --> 00:26:49.000 이 분 같은 경우에는 전 세계 신화들에 620 00:26:49.000 --> 00:26:52.000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걸 발견해냈어요 621 00:26:52.000 --> 00:26:54.079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그리스 로마 신화든 622 00:26:54.079 --> 00:26:56.599 한국의 신화든 필리핀의 신화든 623 00:26:56.599 --> 00:27:00.280 어떠한 공통되는 요소가 있더라라는 걸 발견해서 624 00:27:00.280 --> 00:27:02.560 이제 그걸로 얘기를 하는데 625 00:27:02.560 --> 00:27:04.959 크리스토퍼 보글러가 가만히 있다보니 626 00:27:04.959 --> 00:27:07.800 저거는 신화가 아니라 그냥 할리우드 시나리오에서도 627 00:27:07.800 --> 00:27:09.439 적용할 수 있겠는걸? 628 00:27:09.439 --> 00:27:11.880 이라고 생각해서 조지프 캠벨의 이론을 629 00:27:11.880 --> 00:27:14.040 조금 더 구체화했거든요 630 00:27:14.040 --> 00:27:17.000 그게 바로 유명한 영웅의 여정 12단계입니다 631 00:27:17.000 --> 00:27:19.479 이거를 여기서 다 설명하지는 않을 건데요 632 00:27:19.479 --> 00:27:21.920 일단 이 영웅의 여정 12단계에 의하면 633 00:27:21.920 --> 00:27:25.280 주인공은 1막에서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고요 634 00:27:25.280 --> 00:27:28.560 3막의 마지막에서는 영약을 가지고 귀환합니다 635 00:27:28.560 --> 00:27:32.340 이거는 이제 그 말을 그대로 옮긴 건데 636 00:27:32.340 --> 00:27:35.119 영약이라고 하는 건 원문에서 엘릭서로 되어 있고요 637 00:27:35.119 --> 00:27:37.920 어떤 보상을 얻어서 돌아온다는 얘기입니다 638 00:27:37.920 --> 00:27:40.479 근데 조금 주의깊게 봐야 될 게 639 00:27:40.479 --> 00:27:43.839 1막에서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로 갔잖아요 640 00:27:43.839 --> 00:27:46.319 거기서 굉장히 많은 모험을 하거든요 641 00:27:46.319 --> 00:27:48.400 그런데 마지막엔 어떻게 되냐 하면 642 00:27:48.400 --> 00:27:50.439 새로운 세계의 왕이 되었다라거나 643 00:27:50.439 --> 00:27:54.520 아니면 부귀 영화를 얻어서 잘 먹고 잘 산다가 아니라 644 00:27:54.520 --> 00:27:57.599 본래 본인이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645 00:27:57.599 --> 00:28:01.040 이 영웅의 여정 12단계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646 00:28:01.040 --> 00:28:04.800 조금 허무할 것 같이 느껴지시나요? 647 00:28:04.800 --> 00:28:07.640 그런데 우리는 실제로 작품을 보면 648 00:28:07.640 --> 00:28:09.560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이 겪은 모험이 649 00:28:09.560 --> 00:28:12.479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650 00:28:12.479 --> 00:28:15.474 예를 들자면 처음 시작 시점에 주인공이 651 00:28:15.474 --> 00:28:17.417 초라한 양치기라고 칩시다 652 00:28:17.417 --> 00:28:19.920 초라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평범한 양치기로서 653 00:28:19.920 --> 00:28:21.959 양들과 같이 살고 있었는데 654 00:28:21.959 --> 00:28:24.040 거기에 이제 누군가가 메신저가 와서 655 00:28:24.040 --> 00:28:26.880 너는 선택받은 용사다라고 말했다고 칩시다 656 00:28:26.880 --> 00:28:29.680 그래서 너는 이제 이 검을 가지고 모험을 떠나야 된다 657 00:28:29.680 --> 00:28:31.760 그래서 제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어? 658 00:28:31.760 --> 00:28:34.719 그래서 용사가 되어서 온갖 모험을 겪고 659 00:28:34.719 --> 00:28:36.599 엄청난 강적들을 해치우고 660 00:28:36.599 --> 00:28:40.040 그러면서 모든 유혹을 다 거부하고 661 00:28:40.040 --> 00:28:41.560 거기까지가 2막일 텐데 662 00:28:41.560 --> 00:28:44.880 마지막에 다시 양치기로 돌아온다는 얘기죠 663 00:28:44.880 --> 00:28:46.800 귀환한다고 했으니까 664 00:28:46.800 --> 00:28:50.959 그래서 이 흐름대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665 00:28:50.959 --> 00:28:53.599 3막에 묘사될 모습은요 666 00:28:53.599 --> 00:28:55.239 다시 양치기로 돌아온 주인공이 667 00:28:55.239 --> 00:28:57.640 풀밭에 누워서 그냥 혼자 미소 짓는 모습으로 668 00:28:57.640 --> 00:28:59.239 이야기가 끝났어요 669 00:28:59.239 --> 00:29:01.439 1막 뭐죠? 초라한 양치기 670 00:29:01.439 --> 00:29:04.239 3막 뭐죠? 뭐 그냥 양치기 671 00:29:04.239 --> 00:29:06.319 네, 양치기고 양치기네요 672 00:29:06.319 --> 00:29:09.719 근데 이 3막의 양치기는 그냥 양치기인가요? 673 00:29:09.719 --> 00:29:13.000 용사로서 어마어마한 모험을 겪고 674 00:29:13.000 --> 00:29:15.880 그 끝에서 자신에게 손을 뻗는 수많은 유혹을 675 00:29:15.880 --> 00:29:19.000 모두 거부한 양치기, 거물 양치기입니다 676 00:29:19.000 --> 00:29:21.839 이런 엔딩만이 가질 수 있는 감동이 또 있어요 677 00:29:21.839 --> 00:29:23.119 얘는 왕이 될 수도 있었고 678 00:29:23.119 --> 00:29:25.160 부귀영화를 누릴 수도 있었고 679 00:29:25.160 --> 00:29:27.880 그 모든 선택지가 다 있었지만 680 00:29:27.880 --> 00:29:30.920 거부하고 여기 와서 미소 짓는 그 사람의 모습을 볼 때 681 00:29:30.920 --> 00:29:32.199 우리는 알죠 682 00:29:32.199 --> 00:29:34.040 이야기 속의 다른 사람들은 683 00:29:34.040 --> 00:29:36.000 쟤 1년간 뭐 하고 왔대? 684 00:29:36.000 --> 00:29:38.560 몰라? 갑자기 없어졌다가 다시 또 양을 치고 있네 685 00:29:38.560 --> 00:29:40.400 알 게 뭐야? 이러고 있는데 686 00:29:40.400 --> 00:29:42.479 우리는 알죠, 독자들은 알죠 687 00:29:42.479 --> 00:29:43.959 쟤는 영웅이고 688 00:29:43.959 --> 00:29:48.400 한때 영웅이고 세상을 구한 양치기라는 걸 알기 때문에 689 00:29:48.400 --> 00:29:50.400 그건 굉장히 큰 변화입니다 690 00:29:50.400 --> 00:29:52.560 자주 들어오는 질문 중에 또 이런 게 있습니다 691 00:29:52.560 --> 00:29:56.307 저는 주인공이 변하는 게 너무 작위적인 것 같아요 692 00:29:56.307 --> 00:29:58.400 겁쟁이가 어떻게 영웅이 되겠어요 693 00:29:58.400 --> 00:30:00.560 다른 사람이 변하면 안 되나요? 694 00:30:00.560 --> 00:30:03.359 이야기 안에서 사실 주인공만 변하는 건 아닙니다 695 00:30:03.359 --> 00:30:05.839 왜냐하면 장편 만화 같은 경우에는 696 00:30:05.839 --> 00:30:07.479 여러분 잘 아시겠지만 697 00:30:07.479 --> 00:30:09.179 주인공 외에도 많은 캐릭터가 698 00:30:09.179 --> 00:30:10.880 중요한 비중으로 등장을 하죠 699 00:30:10.880 --> 00:30:13.239 이걸 주조연 이렇게 부를 텐데요 700 00:30:13.239 --> 00:30:16.119 그 중에는 변화하는 캐릭터들도 많이 있습니다 701 00:30:16.119 --> 00:30:20.479 예를 들자면 주인공의 적대자가 702 00:30:20.479 --> 00:30:23.079 주인공의 멋진 모습에 감동해서 703 00:30:23.079 --> 00:30:25.449 생명을 구해줬다든지 704 00:30:25.449 --> 00:30:27.680 나는 이제부터 네 동료다라거나 705 00:30:27.680 --> 00:30:29.760 나는 네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706 00:30:29.760 --> 00:30:31.520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707 00:30:31.520 --> 00:30:37.680 아니면 처음에는 주인공의 가장 큰 조력자였던 캐릭터가 708 00:30:37.680 --> 00:30:41.160 중간에 미안해, 난 역시 우리 아버지를 배신할 수 없어 709 00:30:41.160 --> 00:30:42.959 그러면서 갑자기 적대자가 되기도 할 테고 710 00:30:42.959 --> 00:30:45.160 등등 많은 변화가 있을 거예요 711 00:30:45.160 --> 00:30:47.920 그 중에는 이 캐릭터를 중심에 놓고 보면 712 00:30:47.920 --> 00:30:50.839 나름의 3막이 만들어지는 캐릭터들도 있습니다 713 00:30:50.839 --> 00:30:55.040 방금 말한 캐릭터를 가지고 조금 얘기를 발전시켜 보면 714 00:30:55.040 --> 00:30:58.560 처음에는 아버지가 마왕인데 715 00:30:58.560 --> 00:31:02.760 그 아버지가 마왕이라는 사실에 적대심을 품고 716 00:31:02.760 --> 00:31:05.920 나는 정의롭게 살 거야라고 생각하는 마왕의 아들 717 00:31:05.920 --> 00:31:07.560 이게 시작 시점일 수 있죠 718 00:31:07.560 --> 00:31:13.199 중간에는 그러면 용사의 동료가 되어서 정의의 길을 추구하다가 719 00:31:13.199 --> 00:31:14.119 아 난 안 되겠다 720 00:31:14.119 --> 00:31:16.599 그래도 나는 아버지를 배신할 수가 없어 721 00:31:16.599 --> 00:31:19.239 라고 생각해서 다시 마왕의 편으로 돌아갔다가 722 00:31:19.239 --> 00:31:22.400 그러다가 다시 정말로 마지막 순간에 723 00:31:22.400 --> 00:31:23.812 하지만 마지막 순간만은 724 00:31:23.812 --> 00:31:26.079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싶어라고 생각해서 725 00:31:26.079 --> 00:31:29.079 예를 들자면 자기의 친구 용사를 치려고 하는 726 00:31:29.079 --> 00:31:31.160 아버지의 칼날을 몸으로 맞고 727 00:31:31.160 --> 00:31:33.160 누구야! 막 그럴 때 이제 피를 흘리면서 728 00:31:33.160 --> 00:31:34.920 나 괜찮은 녀석이었지? 729 00:31:34.920 --> 00:31:37.560 그래, 그런 말 하지 말고 정신을 차려 730 00:31:37.560 --> 00:31:39.139 너랑 같이 있을 때 참 행복했다 731 00:31:39.139 --> 00:31:40.640 이런 다음에 죽었다고 쳐요 732 00:31:40.640 --> 00:31:42.479 그러면 얘는 전혀 주인공이 아니지만 733 00:31:42.479 --> 00:31:44.719 얘 나름의 3막이 존재하죠 734 00:31:44.719 --> 00:31:45.959 이해가 되시나요? 735 00:31:45.959 --> 00:31:48.680 그런데 이제 주의 깊게 보셔야 될 점은 736 00:31:48.680 --> 00:31:51.080 그렇다고 이 마왕의 아들이 737 00:31:51.080 --> 00:31:53.719 이야기의 중심이 되면 안 됩니다 738 00:31:53.719 --> 00:31:55.880 예를 들어서 주인공이 아니라 739 00:31:55.880 --> 00:31:59.719 옆에 있는 이 마왕의 아들, 철수라고 쳐요 740 00:31:59.719 --> 00:32:02.160 마왕의 아들 이름이 철수, 괜찮지 않나요? 741 00:32:02.160 --> 00:32:04.760 철수가 훨씬 더 큰 변화를 겪는데 742 00:32:04.760 --> 00:32:07.040 얘는 이제 정의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743 00:32:07.040 --> 00:32:08.520 결국 그럴 수 없어서 고뇌하다가 744 00:32:08.520 --> 00:32:10.400 결국은 정의를 선택하다니 745 00:32:10.400 --> 00:32:12.160 뭐 멋지잖아 746 00:32:12.160 --> 00:32:15.520 그러면서 모든 독자들이 다 개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고 747 00:32:15.520 --> 00:32:17.820 이야기 자체도 개의 배신에 따라서 748 00:32:17.820 --> 00:32:20.479 모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? 749 00:32:20.479 --> 00:32:23.160 그러면 사실은 죄송한 얘기지만 750 00:32:23.160 --> 00:32:25.824 작가만 모를 뿐이지 사실상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751 00:32:25.824 --> 00:32:28.880 이미 철수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752 00:32:28.880 --> 00:32:33.040 여기까지 이야기 시작하는 법에 대해서 얘기를 해봤습니다 753 00:32:33.040 --> 00:32:34.890 이야기를 시작할 때 작가님들이 754 00:32:34.890 --> 00:32:37.479 제일 많이 발목을 잡히는 부분 중에 하나가 755 00:32:37.479 --> 00:32:42.280 순서대로 차곡차곡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는 점이에요 756 00:32:42.280 --> 00:32:46.599 이게 아마 우리가 뭔가 다른 공부를 할 때 757 00:32:46.599 --> 00:32:48.400 1학년 1학기 수업을 마치고 758 00:32:48.400 --> 00:32:49.920 1학년 2학기 수업을 마치고 759 00:32:49.920 --> 00:32:51.560 이런 식으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760 00:32:51.560 --> 00:32:54.110 아마 이야기도 이렇게 순차적으로 가야 한다고 761 00:32:54.110 --> 00:32:56.079 생각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762 00:32:56.079 --> 00:32:58.800 이런 접근 방식은 사실 763 00:32:58.800 --> 00:33:01.800 여러분이 10층짜리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데 764 00:33:01.800 --> 00:33:02.880 공터가 있어요 765 00:33:02.880 --> 00:33:05.640 이 공터에 벽돌을 그냥 하나씩 하나씩 올리면서 766 00:33:05.640 --> 00:33:08.599 10층짜리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767 00:33:08.599 --> 00:33:11.040 이게 10층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? 768 00:33:11.040 --> 00:33:12.719 저는 아닐 것 같거든요 769 00:33:12.719 --> 00:33:15.839 실제로 10층짜리 건물 같은 큰 건물을 지을 때는 770 00:33:15.839 --> 00:33:19.079 저는 사실 건축 쪽에 문외한이기는 합니다만 771 00:33:19.079 --> 00:33:21.040 이런 문외한이 생각하기에도 772 00:33:21.040 --> 00:33:23.040 일단은 설계를 해야 될 거고요 773 00:33:23.040 --> 00:33:25.640 설계에 맞춰서 바닥을 다져야 될 거고 774 00:33:25.640 --> 00:33:28.079 그리고 골조라는 걸 올리잖아요 775 00:33:28.079 --> 00:33:31.079 그런 다음에 거기에 맞춰서 776 00:33:31.079 --> 00:33:33.439 구축을 해 나갈 거잖아요 777 00:33:33.439 --> 00:33:35.040 그런데 예를 들어서 공터가 있다고 778 00:33:35.040 --> 00:33:36.920 거기 일단 벽돌 하나 779 00:33:36.920 --> 00:33:40.439 벽돌 2번, 벽돌 3번 붙어 놓기 시작하면 780 00:33:40.449 --> 00:33:43.479 내가 지금 뭘 만들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781 00:33:43.479 --> 00:33:46.479 길이 길수록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782 00:33:46.479 --> 00:33:48.359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의 끝에는 783 00:33:48.359 --> 00:33:50.520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만 합니다 784 00:33:50.520 --> 00:33:51.719 다음 시간에는요 785 00:33:51.719 --> 00:33:53.920 이번 시간에 다루지 않은 부분이 있죠 786 00:33:53.920 --> 00:33:56.119 제가 아까 이야기 2막은 일단 넘어갑시다 787 00:33:56.119 --> 00:33:57.880 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788 00:33:57.880 --> 00:34:00.520 일단 2막을 채우기 위해서는 789 00:34:00.520 --> 00:34:02.520 1막과 3막이 있어야 되기 때문에 790 00:34:02.520 --> 00:34:05.040 이번 시간에는 1막과 3막에 집중해 봤고요 791 00:34:05.040 --> 00:34:07.920 드디어 2막을 채워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법을 792 00:34:07.920 --> 00:34:10.100 다음 시간에 다뤄보려고 합니다 793 00:34:10.100 --> 00:34:11.170 고생 많으셨습니다 794 00:34:12.306 --> 00:34:13.406 이야기를 기획하는 방법과 3막 구조 이야기를 기획하는 법 주인공의 '시작 상태'와 '끝 상태'를 정해야 함 795 00:34:13.406 --> 00:34:14.562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정할 때 의도가 있어야 함 이야깃거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규정하는 것임 796 00:34:14.562 --> 00:34:15.810 3막 구조 이야기는 시작, 중간, 끝으로 이루어져 있음 장편을 짧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장편 웹툰을 3막 구조로 요약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음 797 00:34:15.810 --> 00:34:16.910 완결 웹툰의 경우: 주인공의 시작 상태, 끝 상태,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분석 가능함 다른 작품으로 연습하다 보면 본인 이야기의 상도 점차 선명해짐 798 00:34:16.910 --> 00:34:17.732 적어도 출발할 때 목적은 있어야 하며, 목적이 분명할수록 여행을 이어 나가는 것이 편리해짐 799 00:34:17.732 --> 00:34:18.832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 주인공이 꼭 변해야 할까? 변화가 힘들고 귀중하기 때문에 이야기에 가치가 있는 것임 아무 변화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독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음 800 00:34:18.832 --> 00:34:19.832 주인공 말고 다른 캐릭터의 변화 장편의 경우 주인공 외 많은 캐릭터가 중요한 비중으로 등장하고, 그 중 변화하는 캐릭터들도 많음 801 00:34:19.832 --> 00:34:20.882 주인공이 아닌 캐릭터도 3막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조연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면 안됨 802 00:34:20.883 --> 00:34:21.932 이야기를 시작하는 법 설계하기 - 설계에 맞춰 바닥 다지기 - 골조 올리기 - 구축하기와 같이 건물을 세우듯 시작해야 함 803 00:34:21.932 --> 00:34:22.732 작가는 '순서대로, 차곡차곡' 이야기를 쓰는 방식 보다는 '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,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'에 대해 알고 시작해야 함