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01,768 --> 00:00:03,169 어 선배님 여기 2 00:00:03,169 --> 00:00:05,872 이야 창민이 3 00:00:07,874 --> 00:00:08,742 잘 지냈냐? 4 00:00:08,742 --> 00:00:10,643 잘은 모르겠고 그냥 지내죠 5 00:00:11,845 --> 00:00:12,746 형은 요즘 어때요? 6 00:00:13,013 --> 00:00:15,015 요즘이 아니라 나는 뭐 옛날부터 그냥 7 00:00:15,015 --> 00:00:17,017 숨만 살살 쉬면서 살고 있었는데 8 00:00:17,851 --> 00:00:19,386 안 본 사이에 키가 더 큰 것 같다? 9 00:00:19,419 --> 00:00:20,687 맨날 같은 소리 10 00:00:21,054 --> 00:00:22,389 - 커피시켰냐? - 예 11 00:00:24,290 --> 00:00:25,792 야 너 취업 한다고 했을 때 12 00:00:25,792 --> 00:00:28,795 그때 만나서 한잔한 게 그.. 여름이였냐? 13 00:00:28,962 --> 00:00:29,896 한 6개월 됐지 14 00:00:30,196 --> 00:00:31,131 어떻게 다닐 만 하냐? 15 00:00:31,598 --> 00:00:32,532 그만뒀어요 16 00:00:32,899 --> 00:00:33,400 왜 17 00:00:33,633 --> 00:00:36,236 러시아에 볼트 납품하고 영업한다고 해서 18 00:00:37,037 --> 00:00:39,472 해외출장 겸 한국 뜰라 그랬는데 19 00:00:39,472 --> 00:00:41,141 전쟁이 끝나지를 않으니까 20 00:00:41,141 --> 00:00:42,776 회사에 일도 없고 21 00:00:43,510 --> 00:00:45,812 그렇다고 계속 그냥 있기도 뭐해서 그냥 22 00:00:47,714 --> 00:00:50,583 야 그러고 보니까 전쟁 진짜 오래 한다 23 00:00:51,951 --> 00:00:54,120 뭐 지금 다른 일 구하고 있고? 24 00:00:54,521 --> 00:00:55,855 아니요 그냥 쉬고 있어요 25 00:00:56,523 --> 00:00:57,857 한 달 정도? 26 00:00:58,792 --> 00:01:00,393 한 달이면 뭐 얼마 안됐네 27 00:01:01,061 --> 00:01:04,364 야 요즘 애들 그냥 세 달은 기본으로 논다고 하더라 28 00:01:04,998 --> 00:01:05,865 사실! 29 00:01:05,865 --> 00:01:07,667 세 달되기는 했거든요 30 00:01:11,538 --> 00:01:12,939 역시 기본이 됐어 31 00:01:12,939 --> 00:01:15,708 어 아주 그냥 잘했다 32 00:01:15,708 --> 00:01:16,176 그냥 33 00:01:16,176 --> 00:01:17,177 어 34 00:01:18,211 --> 00:01:18,578 형 35 00:01:19,813 --> 00:01:21,781 형은 서른 살 때 뭐 했어요? 36 00:01:21,848 --> 00:01:22,482 나 37 00:01:24,717 --> 00:01:27,720 나는 일하고 있었을 걸 38 00:01:27,987 --> 00:01:29,355 그럼 기분이 어땠어요? 39 00:01:29,355 --> 00:01:30,857 딱 서른 살 됐을 때 40 00:01:30,857 --> 00:01:31,624 만으로? 41 00:01:31,624 --> 00:01:32,358 만으로! 42 00:01:32,725 --> 00:01:36,996 그 네이버 만 나이 검색하기 딱 계산했을 때 43 00:01:37,464 --> 00:01:42,502 병원이나 약국 진단서 같은 거 뗐을 때, 딱 서른 살일 때 44 00:01:42,669 --> 00:01:43,303 그때 45 00:01:43,870 --> 00:01:45,004 너 이제 서른이냐? 46 00:01:45,004 --> 00:01:45,672 네.. 47 00:01:54,447 --> 00:01:55,281 뭐 없어 48 00:01:55,582 --> 00:01:56,282 에? 49 00:01:56,449 --> 00:01:57,317 뭐 없다고 50 00:01:57,317 --> 00:02:00,553 한 스물 여섯, 일곱? 이때 쯤이었나? 51 00:02:01,421 --> 00:02:05,492 막연히 서른 살 되면은 뭔가 되어 있을 것 같았거든 52 00:02:05,692 --> 00:02:09,696 직장, 결혼, 차, 집 뭐 이런 것들 53 00:02:10,196 --> 00:02:14,367 어디 막 모임 가서도 내가 막 척척 계산하고 그럴 거 같고 54 00:02:15,301 --> 00:02:16,069 근데 55 00:02:16,769 --> 00:02:19,772 그 생각을 한 스물아홉 살 때까지 갖고 있었단 말이야 56 00:02:19,873 --> 00:02:22,242 그러다가 딱 서른 살 되잖아? 57 00:02:22,242 --> 00:02:23,143 그럼 뭐 없어 58 00:02:23,910 --> 00:02:26,713 그냥 스물 아홉 살 때 기분 딱 그대로야 59 00:02:27,180 --> 00:02:27,881 스물 아~ 60 00:02:27,881 --> 00:02:28,214 스물 아~~ 61 00:02:28,214 --> 00:02:28,548 스물 아~~~ 62 00:02:28,548 --> 00:02:28,815 스물 아~~~~ 63 00:02:28,815 --> 00:02:29,048 스물 아~~~~~ 64 00:02:29,048 --> 00:02:30,717 스물 아~~~~~홉 살 된 그런 기분이야 65 00:02:32,152 --> 00:02:35,121 생각보다 뭐 없기는 하나 보네요 66 00:02:35,155 --> 00:02:36,156 뭐 없어~ 67 00:02:36,823 --> 00:02:38,925 뭐가 있을 것 같은데 뭐가 없어 68 00:02:40,126 --> 00:02:41,928 지금 제가 딱 그래요 69 00:02:41,928 --> 00:02:42,896 그래서 70 00:02:42,896 --> 00:02:43,997 하 이상하다 71 00:02:43,997 --> 00:02:45,365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72 00:02:46,499 --> 00:02:50,103 어릴 때 서른 살 때의 내 모습을 내가 생각해보면은 73 00:02:50,370 --> 00:02:53,706 막 성공한 사람이나 아니면 내가 아닌 것 같은 74 00:02:53,706 --> 00:02:55,241 사람을 생각을 한단 말이야? 75 00:02:56,409 --> 00:02:57,210 근데 76 00:02:59,212 --> 00:03:00,480 그게 아니야 77 00:03:01,447 --> 00:03:03,049 그냥 나이 먹은 나일 뿐이야 78 00:03:03,483 --> 00:03:05,652 사람 다 똑같다 79 00:03:05,652 --> 00:03:08,655 다들 어릴 때는 나이만 먹으면 뭐라도 될 줄 알지 80 00:03:09,756 --> 00:03:11,191 되긴 됐지.. 81 00:03:11,191 --> 00:03:12,292 X됐지.. 82 00:03:14,160 --> 00:03:16,763 아 진짜 개 쫄리는데요 갑자기? 83 00:03:17,297 --> 00:03:19,065 서른 되니까 84 00:03:19,432 --> 00:03:23,002 이제 주변에서도 이제 저를 늙은 사람 취급하는 느낌도 들고요 85 00:03:23,736 --> 00:03:27,774 20대 때는 그래도 집에서 막 주변에서 잔소리도 하고 그치? 86 00:03:28,341 --> 00:03:29,742 근데 서른 되니까 뭐가 없지? 87 00:03:29,742 --> 00:03:31,611 그게 진짜 불안해요 88 00:03:31,611 --> 00:03:33,947 뭔가 결계 같은? 89 00:03:34,314 --> 00:03:36,282 이게 일도 이제 막 90 00:03:36,282 --> 00:03:39,085 때려치면 철 없다가 아니라 그냥 91 00:03:39,085 --> 00:03:40,353 븅신 되는 거 같고 92 00:03:40,987 --> 00:03:43,556 20대는 그래도 뭔가 93 00:03:43,656 --> 00:03:44,557 열정! 94 00:03:44,557 --> 00:03:45,558 패기! 95 00:03:45,558 --> 00:03:46,092 청춘! 96 00:03:46,092 --> 00:03:47,527 이런걸로 그냥 밀어붙였는데.. 97 00:03:48,261 --> 00:03:51,931 여자 만나는 것도 뭔가 귀찮아진다 그래야 되나? 98 00:03:52,432 --> 00:03:56,903 아무튼 뭐 어릴 때처럼 물불 안가리고 만나고 그게 잘 안 돼 99 00:03:57,837 --> 00:04:00,206 아직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요? 100 00:04:01,941 --> 00:04:03,743 그건 내가 백수라서 그런거고 101 00:04:03,743 --> 00:04:05,445 일에 찌들어 가지고 살다 보면은 102 00:04:05,445 --> 00:04:07,680 게임 하는 것도 귀찮아 좀 있으면 103 00:04:07,780 --> 00:04:12,051 갑자기 그렇게 백수 앞에서 백수를 보고 백수라고 해버리면 104 00:04:14,554 --> 00:04:17,957 아무튼 생각하던 거랑 다르긴 한데 105 00:04:19,425 --> 00:04:20,627 조금 불안해지긴 해요 106 00:04:20,960 --> 00:04:21,828 그렇지 107 00:04:21,828 --> 00:04:25,098 그렇게 불안해하다 보면은 마흔 살 되고 그런 거지 뭐 108 00:04:25,632 --> 00:04:26,933 아 그러네.. 109 00:04:27,200 --> 00:04:29,135 이제 마흔살 먹는 거 준비해야 되네 110 00:04:29,302 --> 00:04:33,539 옛날에 이모 삼촌 부르던 나이 사람들이 마흔이었는데 111 00:04:33,873 --> 00:04:35,008 이제 곧 형 누나네요 112 00:04:35,008 --> 00:04:35,908 형처럼 113 00:04:36,743 --> 00:04:37,577 하아 114 00:04:37,577 --> 00:04:38,778 확 체감되네 115 00:04:39,912 --> 00:04:42,615 서른 살 먹는 기분은 별거 없는데 116 00:04:42,615 --> 00:04:44,651 마흔 살 생각하면 117 00:04:45,885 --> 00:04:47,253 뭐 있네! 118 00:04:47,520 --> 00:04:49,155 생각해보니까 119 00:04:52,592 --> 00:04:54,260 그게 서른 살 된 기분이었네